[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시작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첫 준비기일 부터 추가증거 신청을 두고 격돌했다.
14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 심리로 열린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항소심에서 각자 추가로 신청할 증거와 증인에 대해 채택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상대방 측의 증거·증인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검찰은 “1심에서 신속한 심리를 위해 제출하지 않은 증거들”이라며 일부 증거를 신청하고 한국가스공사 직원과 RO관련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로 확보한 압수물 등도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검찰의 추가증거 대부분은 1심 재판부가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증거라면서 기각하거나 철회를 권유했던 것”이라며 “이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내란음모의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었는지 입증하고자 한다”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위원회 등 16개 국가기관에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즉 국정원이 이 사건을 파악한 직후 내란음모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국가안보와 관련 있는 국가기관에 통보해 일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 사건 제보자인 이모씨가 국정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과 그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건의 핵심 증거로서 1심에서 검증 절차가 진행된 녹취 파일 역시 다시 한 번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는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하는데 오히려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거와 증인은 1심보다 더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신청 대부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과 녹취록 감정과 관련해 “1심에서 충분히 심리가 이뤄진 만큼 항소심에서 다시 감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격한 감정이 섞인 발언이 나와 재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정리된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받은 뒤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더 열고 증거 채택 여부 및 향후 심리계획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또 구속된 피고인들의 구속만료일을 고려해 늦어도 올해 8월 말까지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주 2회 집중심리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변호인 측에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 기일을 넉넉히 달라”고 강력히 요청을 받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할 수 있는 범죄의 중대성과 적발이 어려운 사건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고 사실과 법리를 오해해 국가보안법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부당하다”며 항소이유를 밝혔다.
반면 변호인 측은 “검찰의 제출한 주요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가 인정된다고 해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내란음모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1심은 구체적 근거 없이 단순히 사상에서 추출된 생각을 통해 목적과 행위의 위험성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판단한 그릇된 판결을 했다”고 항소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은 모두 수의가 아닌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들은 공판이 시작되기 전후로 가족 또는 지인들과 간단한 눈인사를 나누며 미소를 짓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 등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