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당사자인 유우성(34)씨에게 원심의 구형량과 같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 심리로 열린 유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주는 등 유씨의 혐의가 명백히 입증된 만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유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탈북자 신상정보를 북한에 넘겨주는 행위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중대한 안보 위해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반인권적 범죄로도 평가할 수 있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내려진다는 사실이 (우리사회에) 각인돼야 근절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행유예는 일정기간 형을 유예함으로써 사회에 스스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인데 유씨의 경우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강제출국 조치된다”며 “강제출국 조치될 사람에게 집행유예를 내리는 것은 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실형선고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같은 구형의견을 밝히기 앞서 검찰은 3시간에 걸쳐 프레젠테이션(PT)을 이용해 최후변론을 진행하며 유씨의 범죄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야 한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PT를 통해 “이 사건은 유씨의 동생인 유가려의 진술로 수사가 시작돼 그 진술의 신빙성은 매우 중요한데 그는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일관된 진술을 했다”며 “진술의 구체성이나 이를 번복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유가려의 진술을 배척한 1심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유씨가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수상한 행적과 관련자들의 진술, 유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는 증인들과의 특수관계 등을 상세히 언급하며 유죄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유씨와 변호인들은 증거조작 논란이 벌어졌던 출입경 기록이 공소사실과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가려의 진술 역시 국정원 신문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유씨는 “어머니가 북한 보위부 때문에 돌아가셨고, 그들은 우리 가족의 원수”라며 “그런 원수들에게 포섭돼 공작원 활동을 했다는 것은 나와 어머니에 대한 모독이고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와 가족들의 신원을 (북한에) 보낸 적이 없고 그들에게 떳떳하다”며 “모든 것을 잃고 노숙자로 살아갈 지언정 누명을 쓰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서 있는 이 법정과 재판부를 믿는다. 어떤 판결을 내려도 달게 받겠다”며“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저와 가족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혐의 입증을 위해 추가로 제출한 보강증거 및 탄핵증거를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정신과 전문의, 디지털포렌직 전문가, 국가정보원 직원 및 검찰 수사관 등의 증인 신문을 진행하는 등 유씨의 간첩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적지 않은 추가 증거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유씨 측 변호인은 “검찰은 1심에서 충분히 심리된 증거를 무더기로 제출하며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유씨의 범죄 혐의를 추가한 검찰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사기죄의 관계가 특별 관계라기보다는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판단했다”며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