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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어떻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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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경기록 재차 ‘퇴짜’ 우려해 증거조작
국정원 사무실서 ‘위조문서 팩스’ 중국에 보내…위조 수수료로 4만 위안 지불

[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리수를 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간첩을 만들어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국정원은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34·본명 유가강)씨가 북한에 드나든 정황을 입증할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제출했지만 ‘비공식’ 루트로 입수한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증거조작을 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국정원과 검찰은 지난해 6월 주선양총영사관을 통해 지린성 공안청에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요청했으나 전례가 없는 점을 이유로 거절됐고 한동안 ‘벽’에 부딪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정원 대공수사국 권모 과장이 2012년 11월께 입수한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제출했지만 퇴짜만 맞았다. 출입경기록의 발급날짜가 기재되지 않고 발급처의 관인이 없는 점 등 외형상 공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간첩사건을 담당하던 국정원 대공수사국 기획담당 김모(48·구속기소) 과장과 수사 및 공판지원을 담당하던 권 과장은 중국내 협조자로부터 출입경기록을 추가로 입수키로 내부 회의에서 결정했다.

김 과장은 지난해 10월 중순께 중국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한 출입경기록을 대공수사팀내 수사관을 통해 공판담당 검사에게 “증거로 제출해달라”며 전달했고, 검사는 외교부를 통해 주(駐)선양총영사관에 출입경기록의 발급 확인 여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국정원 사무실서 팩스번호 ‘조작’…中 공문서 둔갑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김 과장과 권 과장 등은 허룽시 공안국에 정식으로 출입경기록 발급 여부를 문의할 경우 비공식 루트로 입수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고, 결국 출입경기록 발급사실확인서를 ‘바꿔치기’하기로 공모했다.

김 과장과 권 과장 등은 평소 친분이 있는 주선양총영사관 이인철 영사(국정원 출신 4급)에게 허룽시 공안국에 사전 약속한 시간에 팩스를 발송하되 누군가가 이를 낚아채도록 일뤄뒀고, 실제 허룽시 공안국의 담당직원은 팩스를 수신하지 못했다.

김 과장은 신원 미상의 인물을 통해 '2013년 9월26일 허룽시 공안국에서 유가강(유우성씨 본명)에 대한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허룽시 공안국 명의 회신 공문 1부(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를 위조했고, 이를 마치 허룽시 공안국이 선양영사관에 실제 발송한 것처럼 꾸몄다.

이 과정에서 김 과장과 권 과장은 팩스 발신번호를 임의로 조작했다.

김 과장 등은 지난해 11월27일 오전 10시20분께 국정원 사무실에서 중국 인터넷팩스 업체인 '엔팩스24' 홈페이지에 접속, 이 영사에게 허룽시 공안국 회신 공문을 전송했다.

그러나 첫번째 보낸 팩스번호(9680-2000)가 중국 선양 현지에서 자주 쓰이는 스팸번호임을 알고 발신번호를 허룽시 공안국 대표 팩스번호(043-3422-3692)로 설정해 다시 두번째 팩스를 전송했다.

이 영사는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 공문을 송신한 것처럼 속이기 위해 '대검의 수사협조요청(중국, 유가강) 관련 회시'라는 제목 하에 "허룽시 공안국에서 확인한 결과 유가강에 대한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음"이라는 내용의 외교전문을 첨부해 대검찰청에 보냈다.

◆中 공문서 위조 수수료로 4만 위안 지불

김 과장과 중국 국적의 국정원 협조자 김모(61·구속기소)씨가 싼허(三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관우유가강출입경기록 정황설명 일사적답복)를 4만 위안(한화 약 740만원)을 주고 위조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과장은 “위조를 지시하거나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으로 일관했지만 증거조작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7~9일 분당 등에서 협조자 김씨를 만나 "변호인이 제출한 정황설명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싼허검사참 명의의 확인서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씨가 “군부인 싼허검사참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을 수 없으므로 가짜로 만들어오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난색을 표하자, 오히려 김 과장은“중국에서 문제될 리가 없으니 걱정 말라”며 위조를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12월10~14일 중국 칭다오시에서 다른 변방검사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리모씨를 통해 '유가강의 정황설명서는 결재 없이 발급된 것이고 출입경기록에서 발견된 착오는 '출'을 '입'으로 잘못 입력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문서를 위조했다.

김씨는 리씨와 함께 위조업자를 찾아가 싼허검사참 명의 관인 제작을 의뢰하면서 사전에 김 과장의 승낙을 얻어 수수료로 4만 위안을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싼허검사참에서 유씨에게 위법하게 정황설명서를 발급했고 이를 자신이 신고해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발급받은 것처럼 보이도록 일종의 범죄신고서('거보재료')를 거짓으로 작성, 날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증거조작 폭로 전날까지도 '위조'

김씨는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하기 전 남긴 유서에서 자신의 아들 앞으로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며 '2개월 봉급 300×2=600만원, 가짜서류제작비 1,000만원, 그리고 수고비?'는 내용을 남겨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서류제작비 1000만원을 놓고 싼허검사참 명의 답변서라는 지적이 일었으나 국정원은 이미 그 대가는 지불했고 유서에 나온 가짜 서류는 다른 문서라며 부인했다.

한동안 논란이 일었던 '가짜 서류'의 실체는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인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당초 국정원과 유씨측 변호인은 각각 허룽시 공안국과 옌볜조선족자치주 명의 출입경기록을 제출해 서로 진위를 놓고 법정에서 싸웠지만, 국정원이 내심 변호인 측 문건을 진본으로 인정하고 관련 문서를 위조한 사실을 짐작케 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 과장은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 김씨를 서울 시내 등에서 만나 "유가강이 2006년 5월27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출경하고 2006년 6월10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입경한 사실을 보다 확실하게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다"며 관련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위조해줄 것을 부탁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씨는 유씨의 변호인이 제출한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 사본을 들고 중국 칭다오시로 건너가 사본을 스캔한 후 주석을 수정했다.

김씨는 '출입경내역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등의 주석을 삭제하고, 김 과장이 지시한 대로 '유가강이 2006년 5월23일 출경, 2006년 5월27일 입경 후 당일 출경, 2006년 6월10일 입경한 사실을 증명한다'는 내용으로 주석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위조한 출입경기록에 대해 공증을 받은 것처럼 가장하는데 사용할 공증서 번호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창춘시에서 평소 친분있는 리모씨의 명의로 자동차운전면허증 공증을 받았고, 지난달 13일 중국 칭다오의 한 타자소에서 이를 공증서 번호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정원은 지난달 14일 변호인 측이 중국 대사관의 사실조회 회신을 공개하며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김씨가 위조한 문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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