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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민 · 주택합병 162조원짜리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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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 합병162조 6,382억원짜리 도박


거대은행, 시너지 효과 의문ㆍ외국자본 종속


ㆍ독과점 폐해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은행인 국민과 주택은행이 손잡으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세계 수준의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고, 국내 은행권의 열악한
영업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선도은행 기능을 할 것이라는 게 두 은행 합병론의 근거다. 하지만 양행간의 합병효과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엔 “한국 경제여건하에서 합병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점은 무엇이고, 합병의 올바른 방향은 어디일까?


국민ㆍ주택간의 합병, 올바른가?

정부당국자(금감위)는 국민·주택 합병 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의 선도 역할을 함으로써 국내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합병을 통해 자산규모가 세계 60위권의 대형은행이 되면 은행의 공신력이 높아지고,
자산증대를 기초로 한 위험-수익경계를 끌어올려 국제경쟁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민ㆍ주택은행간의 합병이 이같은 효과를 얻기엔
치명적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행 등 해외 합병사례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개된 미국은행의 합병은 △규제완화에 따른 지역은행간 합병(영업지역 확대)이거나 △초대형 금융기관의 합병은 서로 다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간의 합병(범위의 경제)이었다. 유럽도 유럽통합에 따른 시장규모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동종산업간의 합병이거나,
은행과 보험업무의 통합을 위한 합병이었다. 그러나 국민ㆍ주택은행의 합병은 대형화의 목적도 분명치 않으며, 영업지역 확대를 통해 수신기반을
증대시키는 것도 아니며, 서로 다른 이종산업간의 통합을 통한 업무다각화를 통해 범위의 경제를 얻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경상학부)는 “도매금융, 국제금융을 주로 하는 은행간의 대형화는 어느 정도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국민·주택은행은 가계금융과
중소기업 금융 위주의 소매은행인데다 합병 후에도 소매금융에 주력할 것이므로 두 은행의 대형화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G-10보고서 등 선진국 은행합병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합병은행 중 28.8%만이 비용이 감소하고 전체의 71.7%는 오히려 비용이
증가했으며, 성과를 높였다는 사례는 25%에 불과하고 75%이상이 실패한 것으로 보고됐다.


합병은행의 시너지효과 의문


또한 국민ㆍ주택은행간의 합병으로 합병은행이 규모의 경제(대형화)를 달성하여도,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산업대 조복현 교수(경제학과)가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은행합병 사례를 조사한 결과 자산규모가 250억달러(약 32조원)를 넘어서면
비용 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나타내는 은행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국민·주택은행의 총자산은 그 다섯 배에 달한다.

설령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해도 점포망의 확대에 따라 수신기반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자비용에서 규모의 경제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주택은행은 업역과 고객기반이 거의 같은데다 두 은행 지점이 1000개를 넘고 그 중의 3분의 2가 500m
거리 안에 있다. 따라서 합병 후 점포망을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해야 할 처지여서 이자비용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주택은행측도 합병선언 이전까지는 두 은행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없다고 봤다.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은 “우리 은행은 주택은행과
업무영역이 비슷해 합병 시너지효과가 없는 데다 인력을 줄여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도 “두 은행의 합병이
이상적일지 모르나 사업구조를 보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국민은행과의 합병은 점포위치나 대상고객이 중복돼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룡은행 굶어죽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두 은행의 자산을 합치면 162조6382억원으로 국내 은행 총자산의 33%에 이르고, 수신고는 125조1718억원으로
불어나 전체 은행 총수신의 36%를 차지한다. 이 밖에 가계여신이 62%, 중소기업 여신이 32%, 대기업 여신이 24%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다. 합병은행의 총자산은 세계 유수 은행인 미즈호파이낸셜(1560조원), 도이체방크(1061조원), 씨티그룹(910조원)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세계 랭킹 60∼70위권에 드는 거대한 규모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의 으뜸가는 메리트는 대형화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여건에서는 은행의 대형화가 반드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집행위원장은 “은행의 규모는 경제규모에 맞게 정해지는 게 순리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 은행을 무리하게 대형화하면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수신고가 늘고, 그 결과 무모한 경영전략을 택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수신고가 1,000억원인 A은행과 700억원인 B은행이 합병한다고 해서 총수신은 꼭 1,700억원이 되는 게 아니다. 대형 은행의
공신력 때문에 합병 후 수신고가 늘어 총수신은 2,000억원도, 2,500억원도 될 수 있다. 자산을 운용할 곳은 그대로인데, 덩치만 커져
수신고가 늘면 마땅히 돈 빌려줄 곳이 없는 은행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위험한 투자처를 찾아 나서거나 불투명한 신규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례로 1998년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네이션즈뱅크를 합병, 미국 최다인 4500여 개의 지점망과 6720억달러의 자산,
14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은행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BOA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실대출 비중이 늘어났다. 올해 초에는 BOA가 유럽 선물시장 등 투기성이 강한 해외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봤고, 향후
회수불능 여신이 급증하리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사태를 빚었다. 넘쳐나는 수신고를 방만하게 운용한 결과였다.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않을 때는 ‘은행 대형화=경쟁력 제고’의 논리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자주권 흔들

현재 국민은행의 최대주주는 18%의 지분을 가진 외국자본 골드만삭스다. 주택은행의 2대주주는 지분 10%를 확보한 외국자본 ING베어링이다.
정부는 국민은행 지분 6.5%와 주택은행 지분 14.5%를 보유해 2대주주와 최대주주로 올라 있지만, 민간은행에 대한 정부 지분을 조속히
매각하겠다고 공시해 합병이 이뤄지면 곧 지분을 빼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골드만삭스와 ING베어링은 각각 합병은행의 1, 2대주주로 경영권을
확고하게 지배하게 된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골드만삭스와 ING베어링의 지분을 포함, 각각 62%, 66%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합병은행의 외자
총지분은 65%선이 될 전망. 그러니 정부가 현재 지분을 계속 보유한다 해도 합병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은 없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는 “수익성을 지상의 경영목표로 삼는 외국자본이 대형 은행을 지배할 경우 월스트리트의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 부실 상태인
우리 기업들에게 대출해주기를 기피해 신용위기가 만성화될 수 있고, 고수익을 노리고 파생상품 등에 위험투자해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과점
폐해


국민·주택은행이 합병하고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가 출범해 국내 은행권 총자산의 50% 이상을 보유한 두 개의 거대 은행이 생기면 독자생존이
어려워진 다른 은행들도 합종연횡을 모색, 국내 은행권이 3∼4개의 독과점체제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정에서도 자금력이 막강한 외국자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시장지배력과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을 지닌 독과점 은행들이 고수익 경쟁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외면 당하는 기업금융이 더 위축돼
유동성 위기가 만성화할 수 있고, 공익성을 띤 저수익 사업을 축소하거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을 늘리고 수수료를 확대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에겐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김상훈 국민은행장도 “고객의 은행 기여도를 분석해본 결과 상위 12%의 고객이
은행 수익의 80∼90%를 올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액 예금자에 대한 수수료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택은행 노조 관계자는 “저금리인데다 국민은행의 학자금 융자, 역시 이자가 낮은 주택은행의 서민대상 주택융자 등 공익성을 띤 저수익부문
사업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은행측은 수신고가 넘쳐 운용할 길이 막막하겠지만 외국자본의 특성상 이런 부문보다는 리스크를 떠안고서라도 해외투자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합병인가?

국민·주택은행이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두 은행의 합병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은행들의 중복, 과잉투자로 금융효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우리 은행권에선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대형 선도은행(Super
Leading Bank)을 만들어 기형적인 금융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민·주택 합병추진위원회측은 “은행합병의 성공확률이 50%도 안 되는데도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합병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그보다
높은 성공확률을 가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합병은행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은행간에 명확한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을 소매금융 은행과 투자은행으로
기능을 나눠 합병은행은 개인, 중소기업, 주택, 공채 등 안전한 자산을 운용하면서 소매금융에 치중하고 투자은행은 대기업 금융을 전담하되,
합병은행이 투자은행의 회사채, 금융채, 리스채 중 안전한 것을 선별 인수해 간접적으로 기업금융을 수행하도록 하는 구도가 바람직하다는 것,
즉 합병은행은 소매금융을 기반으로 안정된 영업활동을 하되 수신금리를 더 낮춰야 하며, 투자은행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신 높은 수익을 올리며
영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으로선 합병이 유예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두 은행은 일정대로 합병이 완료된다 해도 이러한 지적을 염두에 두고 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고병현 기자 bhgoh@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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