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농구의 백미는 파워 넘치는 덩크슛이다. 흐름의 스포츠인 농구에서 덩크슛은 단순한 2점이 아니라고들 한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매력적이지만 덩크슛은 동전의 양면 같다. 김선형(26)이 보여줬다.
서울 SK의 김선형은 2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쿼터 종료 1분33초를 남기고 속공 과정에서 회심의 덩크슛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68-76으로 뒤지고 있었지만 모비스의 실책을 곧장 속공으로 연결했기에 가볍게 2득점으로 연결했다면 6점차로 추격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론이지만 김선형의 덩크슛 실패는 SK의 시즌 마감을 의미했다. SK는 69-82로 패했다.
추격하는 과정에서 화끈한 덩크슛으로 2점 이상의 임팩트를 주며 모비스를 압박하려고 했지만 반대의 경우는 생각하지 못한 아쉬운 플레이였다.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즐기는 김선형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론 무모하다는 인상까지 준 게 사실이다.
만약 손쉬운 레이업슛으로 득점에 성공해 추격했다면 이후 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흘렀을까. 문경은 SK 감독은 김선형의 덩크슛이 실패하자 패배를 직감하고 고개를 돌렸다.
국가대표팀에서 김선형을 지도한 적이 있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선수 개인의 배포는 높게 사지만 팀을 망가뜨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경기를 앞두고 "SK의 팀 구성과 작전을 볼 때, (김)선형이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냉정한 일침이었다.
김선형은 올 시즌 덩크슛를 실패한 적이 없다. 이날 덩크슛 실패가 더욱 뼈아픈 이유다.
공교롭게도 김선형은 지난해 8월1일 덩크슛으로 유 감독과 팬들을 활짝 웃게 했던 장본인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중국과의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화끈한 덩크슛으로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22-25로 뒤진 상황에서 터진 김선형의 덩크슛으로 한국은 기가 살았고, 결국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문 감독은 "(김)선형이가 강심장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지적을 하면 플레이가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한 번 기가 살면 정말 무섭다. 신인 때에는 기세가 잔뜩 오른 김선형 때문에 작전타임을 부르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기본적인 것 외에는 많이 주문하지 않았다.
문 감독은 경기 후에 "(김)선형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것에 대해선 분명히 짚었다"며 큰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김선형은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화려한 가드다. 흐름을 좌지우지하면서 코트 위에서 즐길 줄 아는 스타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김선형은 큰 대가를 치르면서 덩크슛이 갖는 두 얼굴을 몸소 체험하며 프로 3년차 시즌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