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배우 정재영(44)과 이성민(46)이 영화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 촬영을 마친 후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촬영하는 동안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고 토로했다.
'방황하는 칼날'은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여중생 '이수진'을 본 아버지 '이상현'이 딸 대신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정재영은 아내를 잃은 후 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던 평범한 가장 '이상현'을 연기했다.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으로 충격과 죄책감에 빠져 살던 중, 자신에게 온 익명의 문자 제보를 받고 피의자들을 직접 찾아 살해하고 나선다.
정재영은 28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현장에서 잘 까부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그럴 기회가 없었다. 육체적인 고생은 어느 정도 각오했었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컸다. 내 입장과 비교하기 싫었지만 한 가정의 아빠로서 어쩔 수 없이 비교하며 촬영했다"고 털어놓았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넘어가며 억관이 '후련하니? 죽여서 위로가 되니?'라고 물을 때 상현은 대답하지 못한다. 딸이 죽은 고통을 참아야 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이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해소되지 않고 위로도 되지 않는다. 그걸 알고 있는 억관만이 '참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성민은 이상현의 딸 이수진 살인사건을 담당하던 형사 '억관'을 맡았다. 유력한 용의자 철용을 체포하러 가지만 이미 시체가 돼 버린 모습을 보고 직감적으로 상현의 범행임을 알아낸다. 단숨에 살인 용의자로 바뀐 피해자 상현을 쫓으며 그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다.
"상현이 죽기 전 발버둥 치는 딸의 동영상을 봤을 때 울컥했다. 내가 상현이었어도 직접 복수에 나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현에게 '참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도 참지 못할 것 같다"며 공감했다.
"연기하면서 딸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상현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리면 보는 관객들이 한쪽으로 치우칠 것 같고 형사로서 냉정하게 가버리면 너무 여운이 없을 것 같았다. 여지를 남겨두고 가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딸이 있는 아빠의 입장으로서 정재영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싶었다. 잔인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성민은 "농구장 신에서 게임팩 때문에 친구를 죽인 아이가 나온다. 피의자인 그 아이를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아이가 말한 대사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이제 그만 오세요, 저 죗값 다 치렀잖아요'라는 말이 어쩌면 이 영화가 주는 질문이다. 미성년자가 죄를 지었을 때 '범죄에 애 어른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중범죄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의문이다. 영화가 주는,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되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이해했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56)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4월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