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자살을 기도했던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4급)이 “그 동안 목숨을 걸고 일했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24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권 과장은 국정원장, 국정원 동료, 검찰, 국민, 가족 앞으로 A4 용지 9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으며 유서에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미안함과 검찰 수사에 대한 원망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권 과장은 유서를 통해 국정원장에게 “제대로 된 대공 수사를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국정원 동료들에게 “항상 고생했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한 가족들 앞으로는 “미안하다”면서도 “언제나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일만 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에 대해서는 “한쪽으로 방향을 잡은 채 수사를 했으며 목숨을 걸고 일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국정원 요원들은 국익을 위해 중국에서 사형을 당할지언정 국내에서 죄인처럼 살 수는 없다”고 강하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민변과 종북세력에 떠밀려 국정원을 흔들고 국정원 요원들이 내몰리는 상황이 캐탄스럽다”며 “정치적 의도에 따라 사건의 진위와 관련없는 일로 국론이 분열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권 과장의 유서 내용과 관련해 “현재 권 과장의 신병 보호는 국정원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서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유서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 역시 “아직 유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권 과장의 상태가 위중한 만큼 현재로서는 권 과장의 건강상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 과장의 상태가 호전되면 권 과장을 상대로 자살 기도 경위와 유서 내용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권 과장은 지난 22일 오후 1시30분께 경기도 하남시의 한 빌딩 앞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재만 남은 번개탄이 함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현재 권 과장은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심정지 상태에서 발생한 뇌손상이 우려되며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지난 19~21일 권 과장을 소환해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권 과장이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 국정원 출신 이인철 주(駐)선양총영사관 영사와 함께 문서 위조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