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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의 이민기… 후회하는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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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영화 '몬스터'의 이민기(29)는 새롭다. 연기변신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배우 생활 10년, 그는 꾸준히 걸어왔다. 누군가는 뛰고, 어떤 이는 훌쩍 날아오를 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민기와 비슷한 궤적의 배우를 찾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드라마 일곱 편과 영화 아홉 편,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열일곱 번의 다른 삶을 산 그에게 '변신'이라는 말은 그래서 새삼스럽다. 그에게 연기란 매번 "변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단지 연기를 계속할 뿐이다.

새롭다는 건 '에너지'의 문제다. 데뷔 초 그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배우였다. 2005년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의 '홍민기'는 이민기 내면의 뜨거움을 잘 보여준 인물이었다. 스스로 '스페셜 홍' '베스트홍'이라고 부르는 '홍민기'의 '깡다구'는 어쩌면 이민기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상징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다스릴 줄 알게 됐다. '몬스터'의 살인마 '태수'는 뜨거운 연쇄살인범이 아니다. 누구보다 차가운 범죄자다. 괴물로 태어난 사내에게 감정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이민기는 이제 함몰되고 또 함몰된 마음을 가진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랐다. 스무 살 이민기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찍을 때는 연기를 못하기도 했지만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실감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요. 기계적이었습니다. 그냥 대본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거든요. (웃음)"

"'몬스터' 출연을 결정하고, 머릿속부터 정리하고 들어갔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 몸에 집중하지만 사실 몸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태수'는 날 때부터 말 그대로 괴물이니까요. 저도 괴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에서의 모든 행동과 말투, 생각 모두 태수가 되려고 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어떤 차가 제 앞에 끼어들면 보통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태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괜한 악의를 끄집어내는 식이었죠. 그 후에 성격에 어울리는 몸을 만든 겁니다."

10년 전의 이민기와 현재의 이민기는 참 많이 달라졌다. 연기라는 것 자체에 끌려 다니던 배우가 캐릭터를 만들어갈 줄 알게 된 것이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배우'라는 것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였다.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게 바로 '태릉선수촌'에 출연하면서다.

"제 인생 전체가 변하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도대체 배우라는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지' '이게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기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게 하고 싶어진 겁니다."

이민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배우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생을 걸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는 진중해졌다. "장면과 장면을 단순히 메우기보다는 아무리 짧은 장면이라도 연기를 하고 싶었다."

변화의 결과물은 다양했다. 1000만 영화('해운대')에 출연하기도 했고, 속된 말로 망한 영화('10억')에 나오기도 했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연애의 온도')에도 참여했다. 그는 20대를 연기로 꽉 채웠다. 그리고 2014년, 우리나이로 서른이 됐다.

"글쎄요. 꽉 채웠다고 말씀하시지만 전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지나고 있을 때는 풍성한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면 뭔가 비어있는 것 같아요. 비어있는 시간이 보이는 거죠. '그때 이걸 할 걸'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다만 '뭔가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하고 나면 후회가 된다"는 게 이민기의 솔직한 심정이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같은 생각들이죠. 이번 영화를 찍고 나서도 마찬가지에요. 아쉬운 부분은 계속 보이죠. 배우들이 모두 그렇겠지만요. 저때는 저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또 아닌 것 같은 겁니다. 그런데 또 그런 감정들이 나중에 연기할 때는 도움이 된단 말이죠."

이민기에게 '후회'는 단순히 이 말의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후회는 어떻게 보면 그가 연기를 하게 하는 '동력'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가 말한 "'배우'라는 사람"이 되기 위한 하나의 담금질 같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굳세어라 금순아'를 끝냈을 때의 막막함, '태릉선수촌'을 찍을 때 느낀 연기에 대한 진중함, 그리고 '몬스터'의 촬영을 마친 뒤의 아쉬움, 그리고 그가 내면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감추는 것 모두 어떻게 보면 연기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었다.

"그래도 배우 생활에 만족합니다. 시간이 잘 쌓여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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