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에 관여한 혐의(위조사문서 행사 등)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모(61)씨에 대해 청구한 사후구속영장이 15일 발부됐다. 이날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한건 지난 7일 수사로 전환한 후 처음이다.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김씨는 변호인을 접견한 후 약 30분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그는 국정원으로부터 유우성(34)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사람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사람을 5명 이상 확보하라는 말을 들었다. 유씨가 간첩이라고 생각하고 국정원의 지시에 의해 위조된 문서를 확보해 전달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요구를 받은 김씨는 중국 소학교 교사로 재직할 당시 제자였던 임모(49)씨에게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임씨는 1998~2004년 중국 지안(集安)변방검사참에서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 출신으로 국정원이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술서를 날조해 법원에 제출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임씨 자술서에는 '출입경기록에 오류나 누락은 발생할 수 있지만 없는 기록이 생성될 수 없다', '을종통행증(단수통행증)으로 유효기간 내 여러 번 북한을 왕복할 수 있다'는 등의 국정원 측에 유리한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그를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이는 한편 증거조작 사건의 윗선을 캐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증거조작을 지시한 국정원 직원이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문서를 위조·제출했는지,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지휘부의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이 핵심 수사대상이다.
국정원이 증거조작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보고라인에 있는 대공수사팀장과 대공수사단장, 대공수사국장, 2차장 등 국정원 지휘라인으로 수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증거 위조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인물은 김씨와 그에게 위조 문서 확보를 지시한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명의의 상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허위 공증한 선양(瀋陽) 주재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 등 3명이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전날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그에게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뿐만 아니라 모해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했다.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모해 증거인멸죄는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고 증거를 없애거나 위조하는 범죄로 법정 최고형이 징역 10년으로 위조사문서 행사죄에 비해 2배 높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중국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상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위조해 국정원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