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0.0℃
  • 구름많음강릉 6.6℃
  • 구름조금서울 0.3℃
  • 흐림대전 1.9℃
  • 흐림대구 2.8℃
  • 흐림울산 3.8℃
  • 구름많음광주 3.4℃
  • 흐림부산 5.2℃
  • 흐림고창 2.5℃
  • 흐림제주 7.3℃
  • 맑음강화 -0.7℃
  • 흐림보은 0.8℃
  • 흐림금산 1.6℃
  • 구름많음강진군 3.6℃
  • 흐림경주시 3.3℃
  • 흐림거제 4.8℃
기상청 제공

사회

그래서 그들은 거리로 나섰다

URL복사
지난 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된 민주택시노동조합의 집회. 한 대 두 대 모이던 택시가 어느새 국회 앞 도로를 꽉 메웠다. 하루 일당까지 포기하며 개최 된 이 날 집회에서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현재 우리나라 택시업계, 택시정책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만약 경리업무를 보는 직장인에게 업무상 필요한 복사용지와 사무용품, 개인 컴퓨터 사용에 따른 전기세를 부담하라고 한다면 그 직원은 당장 그만 둘 것이다. 하지만 현재 택시 노동자들은 이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택시운전을 시작한 지 2년 째 되어가고 있다는 유승진(51세)씨에 따르면 LPG 비용은 물론 업무 도중 발생한 사고의 처리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12시간 일해 8400원 벌어
현재 택시 업계는 27리터의 LPG를 지원해 주고 사납금 9만원을 되돌려 받는다. 하지만 회사 측이 지원해주는 27리터만으로는 사납금을 채우기도 힘들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하루에 27리터만 가지고 운행하면 잘 돼야 6~7만원정도 벌게 되는데 매일 회사에 갖다 줘야 하는 사납금 9만원도 부족하다. 평균 52~3리터 쓰는데 사납금 메꾸랴 LPG 비용도 내랴 죽을 맛이다. 손님이 없을 경우에는 일을 하고도 손해를 보는 일도 생기니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탄한다. 이어 그는 “택시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12간 동안 무작정 돌아다니며 10만원정도 벌었는데, 사납금 제외하고 LPG값 빼고 나니까 내 손엔 고작 8천400원 뿐이었다”며 “밥도 못 먹고 일한 게 서러워 한참을 울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하루 12시간, 한 달 26일을 꼬박 일해도 100만원을 손에 쥐기 힘들다. 이는 세 자녀를 둔 유씨의 경우, 생활고는 더욱 심해진다. “둘이 번다고는 해도 어지간한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월급보다도 적으니, 교육비에 생활비. 아무리 쪼개서 쓴다고 해도 저축 해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다”며 유씨는 한숨을 내쉰다.
연봉 8백64만원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도 운수업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그들의 어려움은 확연히 드러난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업종별 연봉을 보면 항공운수업이 5천550만원으로 가장 높은 반면, 법인택시는 8백64만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달로 나눠보면 72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법정 최저생계비인 94만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이다.(3인 가구 기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의 정부영 홍보부장은 “전체 법인소속 영업용 택시기사의 40%가 신용불량자”라며 “지금 같은 근무조건에서는 택시노동자의 생활도 인권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생계형 자살을 선택하는 택시 노동자도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승객은 줄고, 택시는 늘고
택시노동자들의 고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자가용의 증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의 발달, 대중교통차량의 야간 연장운행, 콜벤·대리운전 등이 택시를 대중들에게 멀어지게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저가 대리운전 증가는 택시업계에 치명적인 쇠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끝에서 끝까지 1만4000원이면 갈 수 있는 대리운전. 실제로 차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대리운전을 선호한다. 택시비보다도 싸고 다음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차를 찾으러 가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씨는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고 택시 일을 할수록 어려운 일만 겪게 된다”며 “대리운전 업체가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택시이용 승객은 지난 2000년 이후 4년 사이 15.4%인 212만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승객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지만 매년 택시차량은 늘고, 승객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택련의 정부영 교육선전부장은 “승객은 없지만 사납금은 유지되고 있어 생활고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택시노동자들은 택시를 떠나는 실정”이라며 “줄어든 수입만큼 수입확보를 위해 과로운전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장기근속자가 줄고 미숙련운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결국 법인택시노동자들의 교통사고는 40%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2년 째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조속한 개정과 최저임금법의 개정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된다면 유류비 등 운송비용의 전액을 회사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1인1차제를 폐지해 교대운전을 의무화하게 된다.
또, 최저임금법 개정을 두고 민택련은 택시노동자들을 ‘최빈층으로 전락한 정규직’이라고 비유하며 여당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어 민택련 정부영교선부장은 “건교부가 2년 전 거짓과 기만으로 개혁법안을 연기시키더니 올해도 개혁법안 입법화를 방해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며 “만약 우려가 사실로 나타나면 민주택시연맹은 전조직, 전차량을 동원한 도심마비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이후 발생되는 국민적 피해는 건교부의 형평성을 잃은 반개혁적인 정책으로 발생하였기에 모두 건교부에 있다”고 경고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