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작품과 캐릭터가 좋아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것 같습니다. 일편단심 사랑과 슬픔을 지닌 조선시대 가상의 왕, 남한에 정이 든 북한 간첩 등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역할이었거든요."
김수현(26)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SBS TV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와 '자이언트'(2010)에서 고수와 이범수의 아역으로 출연한 그는 탄탄한 내공을 뿜었다. 이듬해 출연한 KBS 2TV '드림하이'에서는 시골청년에서 세계적 가수로 성장한 '송삼동'으로 스타가 됐다. MBC TV '해를 품은 달', 영화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성공하는 데도 김수현의 공이 컸다.
SBS TV '별에서 온 그대'도 마찬가지다. 외계에서 갑자기 지구로 떨어져 400년을 사는 '도민준'을 연기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와의 코믹하면서도 슬픈 사랑은 시청률 25%를 넘기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드라마는 특별히 참고한 캐릭터가 없어요. 장태유 PD님, 박지은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잡아갔죠. 또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 온 모든 캐릭터가 도민준으로 합쳐졌어요. (도)민준이 형의 상처나 세월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김수현은 "외계인이지만 그가 400년 동안 살아온 세월에 더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지구에 살면서 사람들에게받은 상처를 생각하게 됐다"고 이해했다. "처음 지구에 도착해서는 궁금한 게 많았을 것이다. 호기심을 보이며 접근했다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감정들을 눌렀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는 과정이 외계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정체가 달라 불편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차이점은 '초능력'으로 쏠렸다. 도민준은 시간을 멈추는 능력, 파괴적인 힘, 공간이동 등의 능력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초능력 연기를 하기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었다. "촬영할 때 견디기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현장 스태프는 물론 동네 주민들도 있는데 다 저를 쳐다보고 있거든요. 눈에 힘주고 초능력이 나가는 것처럼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정말 초능력을 쓰는 것처럼 보였어'라고 말해줬거든요. 열심히 응원받으며 촬영했습니다."
또 "연기해보니 공간이동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집에도 빨리 갈 수 있고, 갑자기 어디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상대배우 전지현(33)과의 호흡은 좋았다. 앞서 영화 '도둑들'에서 짝사랑한 그녀와 이번 드라마에서 사랑을 이루게 됐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만나게 돼 무엇보다 편했다. 누나가 워낙 쾌활해서 분위기를 맞추는데도 좋았다.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내가 몰입하기가 좋았다. 누나가 캐릭터 준비를 많이 해줘서 '별그대'를 촬영하는 동안 '내가 정말 최고의 천송이와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추어올렸다.
"누나 덕에 현장도 굉장히 화기애애했습니다. 모든 남자 스태프들이 너무 좋아하셨거든요. 종방연 때는 서로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며 훈훈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환상의 호흡이었지만 애정신에 대한 고민은 컸다. 키스만 하면 열병을 앓는 캐릭터 설정이 문제였다. "키스만 하면 기절하는데 능숙하게 보여야 하나 어설퍼 보여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도민준만을 생각하면 딱딱하게 표현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분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러주며 좋아해 줬으면 해서 일부러 각을 더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좋았다"며 쑥스러워했다.
실제 여자친구가 천송이 같다면? "대본을 보면서 천송이의 대사, 행동들이 너무 귀엽고 예뻤어요. 발랄한 여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피곤할 것 같아요. 그녀를 감당하려면 제가 도민준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김수현은 이 작품으로 중국시장까지 넘본다. 중국 CCTV는 '별에서 온 그대'를 집중 조명했으며 '치맥' '도민준 헤어스타일' 등이 현지에서 유행이다. 하지만 "도전하는 자세에서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도전해나가겠다"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드라마가 잘 돼서 저를 찾아주고 궁금해해 줘서 일차적으로는 기분이 굉장히 좋고 감사합니다. 물론 두려운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지켜야 하는 것도 많이 늘어나고 여러 작품의 구애를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의 부담을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잘 의지해 계속 도전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