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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드대란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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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카드대란 이후 잠잠했던 카드업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썼건만, 흑자 양상이 보이면서 또다시 ‘카드 발급’을 슬금슬금 늘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카드사의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용카드 판매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카드사 당기순이익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숨죽여 지내온 카드업계는 두둑한 지갑을 무기로 영업확대에 나서고 있다.
불법 카드영업과 길거리 모집인 재등장
내년 신용카드사의 전면전을 앞두고 각 카드사들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여성과 VIP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디자인과 광고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
한 카드사는 가로 8.6cm, 세로 5.4cm인 직사각형 모양의 신용카드에 변화를 주고 있다. 최근엔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여성 전용 카드를 내놓았고, 또 다른 카드사는 자신이 넣고 싶은 사진을 카드에 입혀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 같은 현상을 삼성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디자인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게 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카드사들의 치열한 경쟁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마치 카드대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띈다. 얼마 전 카드사들이 홈쇼핑과 통신회사의 고객정보를 빼내 카드 영업에 이용한 것이 드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카드사인 A카드와 B카드가 최근 홈쇼핑과 초고속 인터넷업체의 고객정보를 이용, 전화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하모씨(29세)씨는 “G쇼핑에서 상품권과 연회비 면제 혜택을 준다며 A카드를 새로 만들라”는 전화를 받고 신청하게 됐는데, 약속했던 상품권이 아닌 이용액에 대한 할인권에 불과했다는 것. 물론 연회비도 면제받지 못해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그는 황당해 했다. 이에 두 카드사들은 “본사에서 행한 것이 아닌, 일종의 제휴상품을 내놓은 것인데, 유치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카드대란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길거리 모집인’도 감독의 눈을 피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사들의 ‘길거리 모집’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길거리 모집의 주공간이던 할인점과 영화관, 놀이공원 대신 외부에 노출이 적은 문화 예술 공간으로 옮겨간 것이다. 서울의 한 전시회장 출구에선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이들은 간이탁자를 갖춰놓고 경품을 제공하거나 공공연한 현금 마케팅도 불사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로써 2003년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카드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로 내년부터 급변할 카드시장을 준비하는 것이다.
국내 제1의 카드사인 LG카드가 내년 2월 신한카드와 합병되면 시장점유율 20%를 갖게 된다. 이후 ‘전업계 카드사의 맏형’ 자리를 놓고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게 뻔하다. 삼성카드는 적자 터널을 뚫고 3년 만에 재도약을 꾀하고 있고, 현대카드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삼성카드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신용판매액은 6조 2천100억원, 삼성카드는 6조9천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전 분기 보다 4천400억원 증가해 가파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어 삼성카드를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2002년 말만 해도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9%에 불과했으나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을 18.5%였다.
카드사 몸집 불리기
여기에 한동안 카드사업에 뒷짐을 지고 있던 은행계 카드사들도 영업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전업 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미 윤교중 하나지주 사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카드 고객을 향후 500만명으로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5.3%끼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고,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카드 시장 점유율을 현재 5%대에서 10%대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업카드사들은 은행계 카드사의 창구영업과 캠페인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는 ‘현대카드’를 성공모델로 삼고 있다. 낮은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에서 현대카드가 고성장이 모델로 삼기에 제 격이기 때문이다. 톡톡 튀는 마케팅과 공격적인 영업으로 카드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카드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것이다. 최근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후발 은행에 현대카드의 영업 전략이 좋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인 우리금융이 엘지카드 인수전에 실패하면서 자생적인 영업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팔을 걷어부친 상태다.

현대카드는 9월말 현재 시장점유율 12.5%로 회사 설립 초기인 2001년 말 1.8%에서 약 5년 만에 7배 규모로 성장했다. 현대카드는 업계 최고의 포인트 적립율, 신차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선 포인트 제도, 기발한 광고 마케팅 전략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영업방식을 은행계 카드사들이 그대로 접목하기는 어렵다. 은행 내 다른 사업본부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카드 사업만을 하고 있는 전업계 카드사에 비해 광고 마케팅비 사용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카드업계가 안정되지 않은 만큼 소모적인 과당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경영 호조는 영업 수익 증가보다는 대손 비용 감소에서 생긴 반사이익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2.4분기 때부터 이어진 업계의 흑자 행진이 얼마나 갈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과도한 포인트, 주유할인 등 역마진이 우려되는 출혈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2의 카드대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수는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2003년 말 4천385만개에서 2004년말 3729만개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카드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올 6월말 신용카드수는 4천859만개로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카드대란을 일으킨 주범격인 길거리 모집인이 재등장함에 따라 제2의 카드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카드이용자들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해 신용대출을 받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용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이자율로 추후 경기가 나빠지면 연체자가 속출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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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선택은 본인 책임…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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