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그의 측근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며 1인 영도체제를 공고화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피의숙청을 통한 공포정치는 선대인 김일성, 김정일보다 더욱 무시무시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체포 모습을 전면적으로 공개한데 이어, 12일에는 장성택 부위원장에 대해 사형을 판결하고 즉시 집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반대파에 대한 공개적이고 전면적인 경고였던 셈이다. 문제는 북한의 권력변화가 이처럼 급격하게 이뤄지다보니, 내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대남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성택, 쿠데타 계획하고 있었다…사형
장성택 부위원장 처형 이유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부서와 산하단위의 기구를 대대적으로 늘이면서 나라의 전반 사업을 걷어쥐고 성, 중앙기관들에 깊숙이 손을 뻗치려고 책동하였으며 제놈이 있던 부서를 그 누구도 다치지 못하는 소왕국으로 만들어놓았다”며 “장성택은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하여 심복들이 거간군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고 지난 5월 그 빚을 갚는다고 하면서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장성택은 정치적 야망 실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명목으로 돈벌이를 장려하고 부정부패행위를 일삼으면서 우리 사회에 안일해이하고 무규률적인 독소를 퍼뜨리는데 앞장섰다”며 “장성택은 정권야욕에 미쳐 분별을 잃고 군대를 동원하면 정변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타산하면서 인민군대에까지 마수를 뻗치려고 집요하게 책동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통신에 따르면 장성택은 심리 과정에서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 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성택은 정변을 일으킬 시점과 정변 이후의 계획에 대해 “정변 시기는 딱히 정한 것이 없었다”며 “그러나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가 총리를 하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또 장 전 위원장은 “내가 총리가 된 다음에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명목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일정하게 생활문제를 풀어주면 인민들과 군대는 나의 만세를 부를 것이며, 정변은 순조롭게 성사될 것으로 타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발 이같은 장성택 처형 소식에 정부여당은 긴급하게 움직였다. 이와 관련,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이) 권력찬탈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고,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목적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상기 위원장은 그러면서 장성택 처형이 신속하게 이뤄진 것과 관련해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반증한다”면서 “장성택을 둘러싼 내부 논란 확산을 조기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이 더욱 저하되고 김정은의 공포통치가 강화됨으로써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앞으로 김정은이 권력재편 과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난 해결 지연 시 권력층 분란 및 민심이반에 따른 체제내구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서 위원장은 “북한이 내부 불안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도발 자행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일문일답을 통해서도 “내부 불안요인과 혼란을 대남 도발로 혹은 핵실험, 혹은 미사일 등 이런 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며 “범국가적인 비상체제를 가동해 예의주시해서 만발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관진 “1월부터 3월 사이 도발할 가능성 크다”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 상황의 엄중함과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할 때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민관군이 함께 항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며, 무모한 도발과 같은 돌발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 내부의 분열을 꾀하고 혼란을 야기할 우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모든 상황에 대비하길 바란다. 모든 공직자들도 당분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여러 상황에 대비해 추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단단히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 상설 사무조직을 설치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주변국 상황 변화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NSC 운영과 국가안보실 기능을 보강할 수 있도록 상설 NSC 사무조직 설치를 포함한 방안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했다.
NSC 상설화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 하에 주변국의 변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변화하는 주변국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정보수집, 분석, 정책수립 능력 등의 기본적 역량을 재점검해 외교-안보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장성택 사건 초기의 정부 대응을 돌이켜 볼 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NSC 상설화가 이뤄진 것은 다행”이라며 “정부의 정보공유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고 안보위기에 올바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 NSC 상설화는 당연하다. 늦었지만 NSC 상설화 결정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편 그런 가운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7일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2014년 1월부터 3월 사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 것으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일시적으로는 단결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민심이반과 정권불신 등의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확산돼 김정은이 이를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도발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