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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남북경협, 빛도 못 봤는데 벌써 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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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이후 15년간 공들였던 대북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남북 경협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기업들의 일정이 취소되고 예정됐던 관련 행사와 개성공단 분양이 무기한 연기되는 ‘혼란’속에 있다. 정치권에서도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여부를 재검토할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 당장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은 사업에 차질을 빚거나 무산될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할 뿐, 경협사업이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며 개성공단 사업이 지속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대북경협업체들, 사업중단 ‘불가’
개성공단에는 시범단지와 1차 분양을 통해 1단계 조성부지 100만평(공장부지 70만평) 중 8만평 규모 부지에 39개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상태다. 로만손, 코튼클럽, 좋은사람들 등 15개 사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우리 측 근로자 616명과 북측 근로자 9,182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이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으로, 비교적 인건비가 적게 들어 입주해 있는 업체들이 많다. 중국의 월 인건비는 100~200달러이고, 베트남도 60달러(5만8,000원) 선이다. 하지만 북한은 최저 57.5달러(5만6,000원), 평균 60달러에 고용할 수 있다.

게다가 세금은 최대 14%로 중국 특구의 기업소득세 15%보다 낮다. 평당 분양가가 14만9,000원 선으로 한국 평균 대비 37%에 불과하다.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신청 경쟁률이 5대1에서 9대1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 개성공단 사업이 무산될 경우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 중소기업들의 경우도 비용이나 공장운영 여건을 고려할 때 마땅한 대안이 없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포화상태고 베트남은 생산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중기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이 경영난과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며 “많은 업체들이 북핵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공도 총공사비 2,200억원 중 이미 676억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북한 핵 실험 직후 경협사업은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 분양은 시범단지(2만8,000여 평), 본 단지 1차 분양(5만평) 등 7만8,000여 평이 분양돼 있다. 토공은 나머지 공장부지 중 유보 부지를 제외한 50만평을 순차 분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2차 분양 일정을 조율해왔다. 그런데 10월말로 예정됐던 개성공단 본 단지 2차 분양(공장용지 12만평)이 무기한 연기된 것. 이번 조치는 북한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두 번째 분양 연기다. 이에 따라 나머지 공장부지 분양이 무기한 보류될 공산이 커졌다.
개성공단 사업의 진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개성공단 내 5만평의 부지에 아파트형 공장의 설립을 추진 중인 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는 당초 12월께 공장 입주업체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개성공단에 협동화사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던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역시 사업 추진을 보류한 상태. 아파트형 공장 설립을 추진해온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는 이미 200여개 업체로부터 입주신청서를 받았지만 대북정세가 나빠지면서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했던 개별 업체들도 북한 핵 실험 이후 사업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속속 입주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업중단과 자금차단의 ‘이중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90% 이상이 ‘적자’다. 지난 7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개성공단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13개 기업의 실무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12개)의 92%인 11개 기업이 적자상태이고 손익분기점에 달한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적자상태를 겪고 있는 11개 기업 대부분이 향후 수익전망을 ‘낙관’하고 있어, 사업 재검토에 따른 반발이 크게 일고 있다. 특히 사업 취소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입주기업 보호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북한 진출기업을 위해 마련된 보험 성격의 ‘손실보조제도’ 또한 별 도움이 되는 않는다고 업체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손실보조제도는 북한의 강제수용 등 북측에서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투자기업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UN 등 외부의 제재조치로 인한 손실은 보상해 주지 않는다.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돼 기업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정부가 보상해 주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투자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논리로 투자했기 때문에 정부가 투자금을 보상해 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 회수를 위해 추가 담보 확보와 상환기한 이전 채권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개성공단과 평양 등에 진출한 기업에 대출해 준 돈이 1,700억원을 넘는다. 대출재원은 정부출연금(43%)과 국책 발행(51%) 등으로 마련된 남북협력기금으로 연 4.6~4.7%에 대출된다. 때문에 대북 경제 제재조치가 취해질 경우 북한 진출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고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전격 단행한 후 국내 시중은행들이 남북경협 업체들의 돈줄을 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북경협 업체들로서는 사업 중단과 자금차단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
지난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남북경협 관계자 15명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김기문 ㈜로만손 대표는 “(남북경협 사업체들의) 자본과 가계ㆍ공장 등이 철저하게 보고됐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일부 시중은행들은 진출 업체들에 대한 대출 축소를 지시하고 있으며 이것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벼랑 끝에 선 ‘현대’

북한의 핵실험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곳은 ‘현대그룹’이다. 지난 15년간 사활을 걸고 대북사업을 이끌어 온 현대아산의 모든 공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면 제일 먼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화살이 날아올 건 자명한 일이다. 위기는 금강산 관광객 수의 감소로 감지된다. 10일과 11일 금강산 관광이 예정됐던 관광객 3~40%가 취소했다.

이번 북핵 실험은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하면서 겪는 최악의 상황이다. 1998년 이후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고, 대북송금 문제로 故 정몽헌 회장이 자살했다. 온갖 풍파를 겪고 지난해 적자를 면하는가 싶더니, 이젠 북핵이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그러나,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목숨까지 내던지며 지속해온 사업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지난 11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단 한명의 관광객이 있더라도 금강산 관광 사업을 끝까지 계속 하겠다”고 말한 것도 현 회장의 이런 각오를 뒷받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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