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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지성 10명 키워내면 한국축구 발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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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이 7월 10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결승전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본선 17위라는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승점 4점을 거두고 16강 진출에 실패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개인기에 비중을 둬야 한다”, “미드필더를 강화해야한다”, “박지성 같은 선수를 10명을 키워야한다”, “쓴소리 수용 못하는 정치화된 축구계가 문제”라는 식의 진단과 평가를 쏟아냈지만 대부분의 해결책이 대표팀 전략을 보완하는데 치중되어 있다.

좋은 토양에서 좋은 축구가 나온다
그렇다면 박지성 같은 선수 10명을 키워내면 한국축구는 발전할 수 있나? 이 물음의 정답은 박지성 같은 선수 10명을 키워낼 수 없다는 것.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의 선수부터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까지 모조리 스타군단인 브라질 선수들은 말 그대로 태어나면서 부터 축구공을 차던 사람들이다. 오죽하면 브라질 대표팀을 두고 “벤치선수만 모아도 4강은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올까. 영국도 마찬가지다. 주말이면 온 동네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베컴과 루니가 나온다. 온 국민이 축구를 즐기는 축구 토양이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다. 공 찰 곳도 변변찮은 한국, 자국 리그인 K리그가 사실상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는 나라에서 축구가 발전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박지성 선수도 그나나 ‘군계일학’일 뿐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아니라 K리그 랭킹이 16위여야 16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붉은악마는 “’CU@K-리그(K리그에서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카드섹션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월드컵 4강 신화는 K리그에도 장미빛 희망을 던져주었다. 온 국민이 열광한 축제 분위기가 K리그로 이어진 것이다. 수 만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으며, 팬들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기대했다. 2002년 당시 평균 관중이 7월 2만5천여 명, 8월 2만 명 선이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K리그 관중은 9월 들어 1만 명으로 반 토막 나더니 10월에는 6,000명도 안됐다. 그 후부터는 무관중 경기에 가까운 민망한 경기를 수년째 계속하고 있다. 한국축구로서는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 본 셈이다.
이번 월드컵에 끝난 뒤에는 그나마 반짝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로 박수를 받았던 이천수, 최진철이 출전한 경기에도 관중은 고작 4,000여 명이었다. 팬들은 K리그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가운데 “K리그를 발전시켜야한다”는 당위적인 논리만 공허하게 메아리 치고 있다.

재미없는 축구를 누가 보나?
K리그는 왜 팬들에게 외면 받을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감독들은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거칠기만 할 뿐 재미없는 수비축구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주 볼썽사나운 승강이를 벌인다. 시간끌기는 기본이다. 판정시비도 유달리 많아 걸핏하면 그라운드에서 싸우기 일쑤였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 안양과 전남의 경기는 K리그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안양의 안드레가 ‘월드컵 영웅’인 전남의 김남일을 팔꿈치로 쳤고, 양 팀 선수끼리 패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다. 심판이 골 판정을 번복하는 바람에 서포터스가 대형 쓰레기통을 들고 경기장으로 난입했고, 감독이 심판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TV로 생중계된 이 사건 이후 평균 관중은 3만 명대에서 2만 명대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K리그는 고사 직전”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지자 각 감독들은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선언식을 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했지만, 이 같은 선언은 허위광고에 지나지 않았다. 수비로 일관하는 재미없는 축구가 이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K리그는 대다수 구단을 대기업이 소유해 화끈한 경쟁이 살아있는 스포츠 정신보다 수비 중심의 안정을 추구하는 기업 논리가 우선시되고 있어 발전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경기장을 찾지 않는 팬들에게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려면 K리그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한국 축구의 변화 없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 팬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한국 팬들의 눈높이가 월드컵 4강, 박지성, 이영표가 출전하는 프로미어리그에 맞춰져 있는 것도 K리그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보다 못한 팬들은 아예 승점제를 바꾸자는 제안을 올리기도 했다. 느슨한 플레이를 막기 위해 0대0 무승부 경기는 골이 나온 무승부와 차별화해 승점을 더 낮게 주자는 아이디어다.
축구협회 게시판의 한 네티즌은 “승리팀이 3점, 무승부팀이 1점, 진팀이 0점을 얻는 K리그 승점제를 3, 2, 1, 0 체제로 바꿔 더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해야 한다”며 “같은 무승부라도 골을 넣고 비기면 2점을, 0대0으로 비기면 1점을 주자”고 제안했다.

K리그 실패는 행정, 구조, 방송의 합작품
<그림1>감독과 선수에게만 K리그 흥행부진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그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K리그의 실패는 행정, 방송, 연고지 구조 등이 만들어낸 합작품에 가깝다.
특히, 축구협회는 이른바 ‘4강행정’으로 ‘FC코리아’만을 집중 육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본토양이 척박한 상황에서 월드컵 성적에만 매달린 나머지, 유명감독을 불러 과외교습을 받는 식으로 한국축구를 운영해온 것이다. 이에 대해 신문선 해설위원은 “쓴 소리 수용 못하는 정치화된 축구계가 문제”라며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도자와 선수 등 축구 주체들이 철저한 자기반성과 발상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 위원은 “협회는 대표팀을 통해 돈벌이를 하고 회장 홍보를 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하고 연맹은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국축구연구소 김덕기 사무총장은 “국내 축구를 이끌고 있는 핵심 관계자마저 ‘대표팀만 강하면 된다’는 낡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각 구단주들이 축구 자체보다는 기업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구단주들의 이 같은 모습은 각 팀이 ‘우리지역의 팀’이 아니라 삼성, 현대, 기업의 구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전문가들은 “은퇴한 세계적인 스타들을 대거 영입해 J리그를 성공시킨 일본처럼 우리도 이름 있는 거물급 스타들을 영입해 보는 재미를 선사하라”는 주문을 구단에 하고 있다. 또,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경기장을 찾도록 독특한 마케팅 전략과 세심한 서비스도 필요하다. 한국에는 유럽만큼 열광적인 축구팬 층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 기업의 장삿속은 지역연고제의 자체를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 손쉽게 연고지를 이전하는 풍토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한 지역에 뿌리내리려는 구단도 그 지역과 스킨십을 깊게 나누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부천SK는 제주도로 연고를 이전해 붉은악마를 비롯한 축구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기업논리에 따라 하루아침에 지역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버릴 수 있는 축구구단을 누가 사랑할 수 있을까? 네티즌 ‘voger*’는 “나의 팀, 우리 팀은 없고 기업의 팀만 존재하는 K리그가 외면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은 우리 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붉은악마의 대외협력팀 정기현 씨도 “지역 연고제 정착은 프로축구가 뿌리를 내리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윤을 앞세워 연고 이전을 밥 먹듯이 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윤수 축구평론가는 “‘전북’ 현대, ‘전남’ 드래곤즈, ‘경남’ FC. 이러한 팀 이름은 초점이 흐릿하다”면서 “너무나 넓은 지역을 특색 없이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전북’ 현대라고 했을 때 무주·군산·고창·남원·부안 등지의 사람들이 이 팀을 자기 ‘지역’ 팀으로 인식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윤수 평론가는 “이렇게 광대역을 설정하는 순간부터 사실은 확실한 지역 연고제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들로 관중들이 떠나자 각 방송들도 K리그를 완벽하게 외면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수십 개의 축구 특집 프로그램으로 낮과 밤을 도배 하던 방송사들이지만 K리그는 찾기 조차 힘들었다. 대부분 몇몇 케이블 채널에서 밤늦게 녹화방송을 하거나 아예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다양하다. 2부 리그 도입, 유소년 축구육성, 경기시간대 변경, 팬클럽 육성 등… 그러나 이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축구인’들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K리그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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