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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외국계 자본 대부업 마저 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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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진출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메릴린치, ING 등 글로벌 금융그룹들이 한국시장에서 신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은행, 보험, 증권업에 뛰어들어 야금야금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어놓더니, 이젠 대부업 마저 넘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자본시장통합법 입법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돈 되는 건 죄다 긁어모으자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 대부업 시장은 재일교포를 비롯한 일본계 자본이 ‘큰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형 금융회사들이 국내 대부업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대부분 영세하게 운영돼 온 국내 토종업체들의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저신용자 타겟으로 한 ‘틈새공략’
가장 먼저 국내 대부업 진출에 관심을 보인 곳은 영국계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SC)다. SC는 지난해부터 국내 대부업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올 초 설립 방침을 확정, 추진해 지난 6월18일 서울시에 ‘한국PF금융’이라는 상호로 대부업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PF금융의 주요출자자는 ‘프라임 파이낸셜 홀딩스 리미트’로 SCB(스탠다드 차타드 뱅크)의 싱가포르 현지 자회사다. SCB는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태평양지역 등 전 세계 56개국에 1200여개의 지점을 거느린 영국계 대형 금융그룹으로, 작년 4월 제일은행을 인수하며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한국PF금융은 ‘프라임 파이낸셜’이라는 브랜드로 영업할 계획이며, 주로 소액신용대출자를 중심으로 영업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씨티그룹이 ‘씨티파이낸셜’이라는 할부금융사를 설립해 사실상 대부업 영업을 했던 적은 있으나, 은행권에서 공식적으로 대부업에 진출한 것은 SC가 처음이다.
세계 최대의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도 지난 6월27일 '페닌슐러캐피탈‘이라는 대부업체를 서울시에 등록해 국내 대부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닌슐러캐피탈은 이미 국내 저신용자 대출시장 공략을 위해 신용분석자료 및 시장현황, 대부업 영업전략 분석 등 다양한 준비를 갖춰 왔다는 후문이다. 메릴린치는 38개국에 5만여명의 직원을 둔 세계 최대 투자은행(자산기준)으로 1조7천억달러(2005년말 기준)가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증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은행 설립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 대부업에 군침을 흘리는 데는 외국계 금융사의 특성상 지주회사 내 경영분리가 철저해 위험도도 높지 않고 일본계 대부업체 등이 이미 국내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고리 대부업 시장은 연간 40조원에 달하며 400여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정상한 금리를 연66%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서 대부업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고수익 시장인 것이다. 또한 대부업체가 금융당국의 직접적 감독을 받지 않는 것도 메리트다. 이것이 그동안 산와머니와 아프로 파이낸셜 등 일본계 자본이 국내 대부업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일본의 대부업자는 29.2% 이내로 이자를 제한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는 각 주별로 이자제한법 도입을 맡기고 있다.

영세한 국내 대부업체& 거대자본과 첨담 금융기법 무장한 외국계 금융사
외국계 대형 금융사는 세계 최고의 금융기법과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무기로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내 대부업 시장은 노리고 있다. 이들 회사는 실제 대출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서비스를 외면 받는 저신용자들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즉, 은행에서 대출받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사채업자의 손을 빌리기엔 고금리의 이자를 부담스러워하는 ‘틈새고객’을 노린 것이다.

메릴린치도 그간 한국 저신용자들의 경제능력 회복속도가 빠르고 토종금융기관들이 디마케팅(de-marketing)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실제 대출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서비스를 외면받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은행, 카드,보험사 등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층 고객들은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연 50~60%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불법대부업체가 난립을 하고 있고, 갈 곳 없는 서민 대출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고금리를 주고 사채를 빌려 쓰고 있는 처지다. 이 때문에 메릴린치와 SCB는 실제 대부업체들보다 낮은 30~50%의 금리로 상환능력이 있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내 대출자에겐 어쩌면 희소식이 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거대 자본의 힘에 밀려 외국계 금융사에 국내 자본이 잠식당하는 현실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거대자본과 첨단금융 노하우를 갖춘 외국계 금융회사들 앞에 국내 토종 대부업체들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외국계 금융사는 해외 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연 7~8%의 금리로 자금을 긁어 모을 수 있다. 국내 대부업체들의 평균 자금 조달 금리는 연 21% 수준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난립과 영세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토종 대부업체들과 달리, 외국계 금융사는 뛰어난 신용평가 및 시장 분석 노하우까지 갖고 있다.
지난 7월10일 한국대부소비자금자금융협회는 대부업피해자신고센터를 개설, 자체적으로 감독해 “고객의 권익보호와 불법업체 퇴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사의 진출을 의식한 조치는 아니라고 한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자율정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준비해 왔었고 외국계 대형사들이 국내 소형사들의 입장을 고려해 영업을 해 준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외국계 금융사가 당초 계획대로 20~40%의 저금리를 타겟으로 한다면, 66%의 고금리 영업을 하는 국내 등록대부업체로선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감독당국 눈 피해 은행업?
메릴린치와 SC는 당초 국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캐피탈회사를 설립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캐피탈의 경우 운영자산 가운데 할부금융 상품의 비율을 50% 이상 맞춰야 하는 규제가 있어 대부업을 선택한 것이다.
대부업체의 감독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때문에 대부업에 의한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감독당국의 감독을 피해갈 수 있다. 최근 감독당국의 행정지도로 시중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을 줄여 서민대출이 크게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 반사이익을 기대한 계획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 이상의 신용도를 지닌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여신금융업도 아닌 대부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규제회피”라면서 “특히 부동산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에서 빠져 자유롭게 영업을 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금융기관의 대부업 진출이 우회적인 ‘은행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 기업은 대부업체로 등록한 자회사를 통해 모기지론이나 부동산담보대출 등 은행과 같은 상품을 상당부분 운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신용대출’이라는 대부업체 본업에서 벗어난 부분이자 규제회피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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