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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누가 안마사제도를 흔드는가?

  • 등록 2006.06.23 1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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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안마사제도는 100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그 뿌리는 일제시대 까지 거슬러 올라단다. 일본 사람들이 생계가 막막한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를 가르쳐 생계를 유지하게 했던 것이 안마사제도의 시발이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도 이 제도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 가뜩이나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한국에서 이마저도 없었다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 불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법적으로는 정립된 것은 1972년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의료법에 안마사제도 내용을 삽입함으로써 그 관례로 지켜져 오던 안마사제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스포츠 마사지 협회장의 위헌제청 “안마사 양성화로 생존권 지키자”
안마사제도가 문제가 된 경우는 100여 년 간 딱 한번이었다. 지난 2003년 5월 보건복지부가 위헌제청을 한 경우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금과 그 내용이 아예 달랐다. 100여 년 동안 안마사제도가 시행령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로만 할 수 있고 부령으로는 하지 못한다’는 헌법 75조에 위배되지 않냐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위헌제청 요지였다. 그러나 이번 헌법소원은 부령이냐 법률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안마사 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다뤘고, 결국 위헌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 권인회 위원장은 “오히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은 안마사 제도를 더 철저히 보장해줬다”고 분노를 토해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독재 정권만도 못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무조건적인 평등, 민주주의가 노무현이 말하는 평등이고 민주주의냐”면서 “복지의 마인드가 인권이 아니라 자선에 기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안마사 제도를 폐기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한 사람은 누굴까? 스포츠마사지 협회장 송기택 외 3인이다. 이중 핵심적인 역할은 한 인물은 송기택 회장. 그는 신촌안디옥교회 목사로 있으며, 스포츠마사지협회 회장, 한국건강직능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 전인치유 신학원을 이사장을 맡아 수차례 언론에 오르내린 경력도 있다. 이들이 안사사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의료행위가 아닌, 그러나 안마인 행위를 양성화시켜달라”는 것이다. 이미 스포츠마사지 관련 분야에 100만 명이 종사하는 상황에서 일반인이 안마사로 일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스포츠마사지와 발관리 직종의 합법화”를 주장 하는 송기택 회장도 “생존권 사수”라고 외치며 시각장애인들과 맞서는 것은 한편의 코메디를 보는 것 같다.

세계에서 안마사제도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은 어떤 제도 있나?
“한국의 안마사제도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며 미국에는 이런 법이 없다”라는 말은 안마사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측의 단골메뉴다. 이 말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법을 운영하며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나라다.
정말 미국에는 이런 제도가 없는 것일까? 미국에 이 제도가 없는 것은 맞다. 대신 미국에는 안마사법과 유사한 ‘란돌프-세퍼드법’이 시행되고 있다. 1936년에 제정된 이 법은 연방 소유시설 내의 자동판매기, 신문가판대, 매점, 스넥바, 카페테리아 등의 판매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일반고용이 어려운 법적 맹인(교정시력 0.1 미만 또는 20도 이하의 시야 결함)에게 부여하는 내용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도 복권판매업, 전화교환원, 자판기 운영 등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해주고 있다.
미국에는 ‘란돌프-세퍼드 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와그너-오데이법’은 ‘란돌프-세퍼드법’과 함께 시각장애인의 고용을 보장한다. ‘와그너-오데이법’은 시각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해 1938년에 특별히 제정된 법. 이 법도 일반고용이 어려운 법적 맹인에게 보호고용 형태의 고용기회를 제공하고자 제정된 것으로서, 연방정부로 하여금 맹인복지공장(National Industries for the Blind)에서 생산한 물품을 구입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1971년, 와그너-오데이법이 개정되어 그 전에 법적 맹인에게만 주어지던 혜택이 다른 중증장애인들에게도 제공되어 현재는 미국 전역에 걸쳐 맹인을 위한 복지공장(NIB)과 중증장애인복지공장(NISH)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이 제도를 놓고 일반인의 직업의 자유 운운한 ‘일반인’이 단 한번도 없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은 시각장애인 고용보장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일반인’이다.




안마업권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권인회 위원장

“노무현 정권이 미쳤다”

지난달 25일 시작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시각장애인들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사실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협소할 수 밖에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사 제도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였던 탓이다. 헌재의 결정을 접한 시각장애인들은 격렬한 시위에 몸을 던졌다. 시각장애인들은 철로를 점거하고, 분신, 투신을 기도했으며, 마포대교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업권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보다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문제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 권인회 위원장은 “직업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우한 기본적인 행위”라고 말한 뒤 “현대사회에서 직업은 그 자체로 생명과 같다”고 입을 열었다. “직업이 없어진다는 것은 생명이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한 권 위원장은 “안마사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의 생명을 빼앗으려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기자선생, 당신은 기자를 그만둬도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그럴 수가 없어.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어디 가서 무얼 하겠나? 이래도 우리가 극단적은 투쟁을 한다고 생각합니까?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권인회 위원장의 말에는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느끼는 절박함이 묻어왔다. ‘밥그릇’이 아닌 ‘생존’을 빼앗기는 사람들. 그래서 이들은 서슴없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다. 여기에 권인회 위원장은 “안마사제도는 시각장애인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면서 “안마사제도는 아직 장애를 입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장보험”이라고 덧 붙였다.
투쟁이 극단적이라고?

“지금도 봐주는 거야”
투쟁의 지도부로서 극단적인 시위를 자제시킬 수는 없느냐고 물어보자 “많이 봐주는 거지. 뭐가 극단적이냐”는 실소가 되돌아왔다. 권 위원장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권인회 위원장은 “장애인의 권리는 장애인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권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안마사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정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그놈들이 장애를 입어봤어야지.. 오히려 더 상처를 준다”고 말한다.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냐는 질문에 권 위원장은 “오늘(6월 12일) 보건복지부와 실무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협상에 대한 보고를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계획에 대해 “불합리한 헌재의 결정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힌 권인회 위원장은 “전교조, 중소기업협회, 의사협회 등 많은 단체들이 연대를 밝히고 있으며 시민들의 시선도 따듯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권 위원장은 “사람은 누구도 내일을 모른다. 시민들도 이 문제가 자기 자신의 문제가 될수 있다는 것을 이해라고 봐주었으면 좋겠다”면서 “결국 의원입법으로 안마사제도를 살리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 판결이 아니더라도 시각장애인들의 삶은 외줄타기와 같이 아슬아슬하고 힘겨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권인회 위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권 위원장은 “기자가 한 달에 200만원을 버는 것과 우리가 200만원을 버는 것은 다르다”면서 “같은 액수를 가지고 따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우린 다른 사람이 전철을 탈 때 우린 택시를 타야하고 쇼핑이라도 하려면 도우미를 불러야 한다”면서 “일반인에게 필요한 경비보다 시각장애인이 생활에 필요한 경비는 두 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정부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질책도 빠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돈”이라는 이야기다. 약속이 있어서 잠시 외출을 해도, 밥을 한 끼 먹어도 정부와 사회가 시각장애인들에게 베푸는 ‘배려’는 미미하다. 그나마 사회보장제도에 가까웠던 안마사제도도 싸늘한 법 논리로 깔아뭉갰다.
정부는 직무유기를 하고있다
정부와 헌재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권 위원장은 격한 말을 망설이지 않았다.
“정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7000여명의 시각장애 안마사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을 판국인데도 이를 방조하고 있는 거다. 미친놈들이지. 아니 더한 미친놈들은 헌재야. 민 형사 사건만 취급하고 법전만 후벼 파던 놈들이 사법정신을 파괴한거다.
너 강간했어? 언제 어떻게 했어? 이런 거에 익숙한 놈들이 땅땅땅 판결을 내린거지. 법에는 인간이 담겨있어야 한다. 헌재가 법적으로 얼마나 무식한지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권인회 위원장의 말에는 사회에 대한, 소위 사회지도층과 엘리트들에 대한 분노가 깊게 스며있었다. 다른 사람의 머리위에 살아가면서 저 밑 군상들의 삶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 그렇다. 그들은 공부는 잘했을지도 모른다. 전교에서 일등을 도맡아했겠고, 명문대에 진학해서, 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사법고시에 합격했겠지. 그리고 볼펜을 들고 영어단어와 법 구문을 외우던 그 머리와 손으로 그들은 시각장애인들을 벼랑에서 밀었다. 법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
인터뷰를 마치며 권 위원장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법부의 결정은 거꾸로 가고 있어요. 법은 소수자의 권익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시민들에게도 부탁합니다. 자신 혹은 지인이 장애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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