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측했던대로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언론이 승리팀을 향해 스포트라이트를 충분히 보낸 즈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마한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낙선사례'편지를 보냈다.
"세상에 힘든 일은 있지만 나쁜 일은 없다고 합니다. 이번 선거기간 서민들의 애환을 가까이서 들었습니다.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쏘니, 도시바와 경쟁하며 3년여 삼성사장 재임동안 1조원의 이익을 냈다는 정통 CEO출신 후보의 경기지사 낙마소식은 웬지 씁쓸하다. "선거기간 내내 제가 강조했던 일자리 만들기, 중소기업 살리기, 외국투자 유치하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저도 힘을 보태겠다"는 패자의 겸손을 보여준 사람.
선거기간 진 후보는 선전했다. 스스로도 투표전날 마지막 유세를 통해 "진대제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이제까지 괜찮게 살아온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백억짜리 CEO를 어떻게 경기도가 놓칠 수 있겠냐"며 진대제의 승리를 호소하던 열린우리당을 향해 진후보는 "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민심 속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사람들은 승리한 한나라당이 당연하다면서도 돌아서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제가 할 일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습니다."
틀에 박힌 낙선사례가 아닌 마음으로 전한 감사의 편지. 경제를 살리는 도지사가 되주길 김문수 당선자께 바란다는 당부의 말과 함께 그가 경기도민에게 전한 다짐은 비록 승자의 미소처럼 언론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투표로 마음을 밝히지 않은 절반의 국민들을 훈훈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진대제의 편지>
경기도 유권자 여러분,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성원해 주신 지지자분들께 보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와 함께 이번 지자제선거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후보들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함께 비를 맞으며 호소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일일이 찾아뵙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선거기간 경기도 곳곳을 다녔습니다. 서민들과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서민들의 애환을 가까이서 들었습니다.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유권자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분으로 힘든 줄 몰랐습니다.
김문수 당선자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경제를 살리는 도지사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입니다. 경기도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삽니다.
제가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던 일자리 만들기, 중소기업 살리기, 외국투자 유치하기가 되어야만 경기도가 살 수 있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세상에 힘든 일은 있지만 나쁜 일은 없다고 믿습니다. 저, 진대제도 이번 선거를 통해 더 성장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제가 할 일 있다면 피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