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업종별로 상반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정유·화학주가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항공·해운주는 일제히 웃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정유주의 대표격인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17만4500원)보다 4.30%(7500원) 떨어진 16만7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낙폭이 가장 크다.
S-Oil은 3.24%(3500원) 내린 10만4500원을, GS는 2.78%(1900원) 하락한 6만6400원을나타냈다.
화학주도 동반 하락했다. LG화학이 전 날보다 2.97%(1만원) 떨어진 32만7000원을 기록했다. 호남석유와 금호석유도 각각 3.00%, 4.65% 급락했다.
정유·화학주가 3% 안팎으로 밀린 것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치보다 늘어나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31달러(3.5%) 하락한 배럴당 91.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3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4.01달러(3.58%) 내린 배럴당 108.02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계획도 유가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사우디는 올 연말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국가에 원유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의 원유 추가 공급 요청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유가 상승세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자 증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사우디 영향으로 당분간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정유와 화학주의 약보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정유의 경우 3분기 양호한 실적이 전상되고 석유화학도 마진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유가 급락으로 항공·해운주는 상승했다. 연료 비용 감소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확산된 결과다.
대한항공이 전 거래일(4만9500원)보다 1.62%(800원) 오른 5만300원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도 1.13%(80원) 상승했다.
해운주인 STX팬오션(4.71%)은 4% 넘게 급등했다. 대한해운(2.47%)과 흥아해운(0.94%) 등도 선방했다. 한진해운만 3.60%(600원) 급락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항공주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전 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반등한 탓에 탄력적으로 오른다기보다 3분기 실적에 포커스를 맞춰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