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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된’ 연말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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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오후 명동거리 한 복판. 송년분위기가 한창일 때인데도 거리의 사람들은 드문 편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때가 다가왔다. 이맘때쯤이면 연말분위기로 한껏 들떠 거리엔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선물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데 요즘은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다.
술에 취해 흥청망청대며 2차, 3차를 외쳐대는 모습도 거의 볼 수가 없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연말분위기를 한껏 내던 곳도 이젠 눈에 띄게 줄었다. 고작해야 자그마하게 모양을 낸 트리만이 연말연시라는 때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흥청망청 송년모임은 NO!
어수선한 정국과 장기화된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목’이라 불리는 연말 특수마저 잠재우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가게에서 만난 한 여성은 “크리스마스도 돌아오고 남자친구 선물을 사려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덜 한 것 같다”면서 “선물도 저렴한 선에서 구입을 하고 송년모임은 남자친구랑 조촐하게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영아씨(25세)도 “거리의 캐롤송도 거의 들리지 않고 연말분위기가 예년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것 같다”면서 “친구들도 연말 모임을 조용한 까페에서 저녁이나 먹으면서 차분하게 지내자고 했다”고 말한다.
예년과 다른 연말 분위기는 송년 모임 계획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송년 모임을 아예 갖지 않고 집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거나, 모임을 갖더라도 ‘먹고 마시며 놀자’던 송년모임은 자제하고, 조용하면서도 뜻깊게 연말을 보내자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직장인 고은씨(28세)는 “이번 연말 모임이 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비용지출은 훨씬 줄일 계획”이라고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 모임 또한 많아졌으나, 되도록 검소하게 연말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연말모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각 업체에서 한창 시행하고 있는 송년행사가 그것이다. 대학생 김영욱(25세)씨는 “요즘 송년파티를 무료로 진행하는 곳이 많다”면서 “잘만 이용하면 송년모임을 돈 한푼 들이지 않고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참가신청을 해 놓았다.
동호회 등의 활성화로 파티 문화도 서서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직장인은 “음주가무로 송년모임을 흥청망청 보내느니 동호회 등의 모임이나 파티에 참석해 나름대로 의미있는 송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말특수를 노린 음식점. 그러나 송년모임 예약률 저조로 썰렁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송년모임 취소·축소 잇따라
경기불황의 여파로 기업들 사이에서도 송년회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분위기다. 경기침체와 최근 대기업의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혼란에 빠진 대기업들은 계획했던 부서별 송년회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분식회계와 비자금 사태로 홍역을 치른 SK그룹은 사실상 연말 분위기가 사라진 상태다. 그룹 관계자는 “해마다 이맘때면 각종 송년회로 들떴지만 올해는 자제하는 빛이 역력하다”며 “특별한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대부분 송년회를 조촐하게 치르고 있어 예년처럼 2,3차로 이어지는 송년회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대부분 간단한 저녁 식사만으로 송년회를 대체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망년회를 한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을 수가 없다”며 “일부 부서는 송년회 대신 연말 ‘불우이웃돕기’ 등의 자원봉사활동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도위기를 넘긴 LG카드 관계자는 “망년회 하자는 얘기가 몇 번 오가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다들 아예 말조차 꺼내지 않는다”면서 “회사 전반적으로 계획된 망년회도 취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관련 중소업체에 근무하는 고은(28세)씨는 “경기가 안좋아져서인지 회사에서도 연말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면서 “경비절약 차원에서 워크샵과 망년회를 동시에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송년모임을 형식적으로 간단하고 조촐하게 치루거나 아예 하지 않겠다는 곳이 많다.
전반적인 기업들의 송년모임이 검소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색적이고 의미있는 행사를 준비하는 곳도 있었다.
인터넷 포털업체인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전직원이 한데 모여 불우이웃 돕기 자선기금마련 파티를 열어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NHN은 사내 음악동아리의 축하공연과 우수사원 포상에 이어 가벼운 다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포털업체 관계자는 “시끄럽게 떠들고 먹고 마시는 것보다 임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경기가 침체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조촐하면서도 이색적인 송년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한다.


‘연말특수’ 옛말
그동안 망년회 특수를 노리며 준비했던 음식점과 주점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판이다.
망년회 예약은 예년에 비해 턱없이 줄어들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주인은 “예년 같으면 12월에 들어서기도 전에 벌써 망년회 예약이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예약건수가 몇 군데 밖에 되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송년회가 대폭 축소되면서 기업체 주변 식당가는 더 타격이 커졌다. 서울 청진동의 한 음식집 주인 이모(48)씨는 “지난해만 해도 연말 단체모임 예약이 하루에 3~5건씩 있었으나 올해는 일주일에 3~5건 정도”라며 “평월 수준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예년의 연말 분위기는 고사하고 평달보다 못하다는 것이 서울 지역 음식점 사장들의 전언이다.
한편, 호텔 등 고급 연회장은 그래도 사정이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예년 수준에는 턱없이 못미친다. 예약이 모두 마감된 곳도 예년에 비해 실속은 없다고 토로한다.
워커힐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행사 수는 줄지 않았지만 질적인 면에서 보면 7코스를 주문할 것을 5코스로 줄이는 등 알뜰한 모임이 많다”며 “특히 가족 모임의 경우는 예년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드는 등 경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선물가게 주인은 “주로 20~30대 층이 선물 준비를 하러 오는데 사람은 많지만 주로 가격이 저렴한 것들이 잘나가는 편이다”면서 “예년과 매출액면에서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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