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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김동길칼럼]소란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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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세상


동과 서를 가릴 것 없이 세상은 온통 소란하기만 하다. 조용한 곳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중동 분쟁이 시작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황하던 유태인들’이 조상들이 살던 땅을 무리하게 되찾고 1949년 팔레스타인에 살던 아랍사람들을 몰아내면서부터 분쟁은
시작되었다.


쌍방이 다 생존을 위한 혈투이니 어느쪽을 나무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양집단간의 전쟁은 1948, 1959, 1967, 1973년 이미
4차례나 크게 벌어졌고 대소의 충돌은 날마다 벌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 의장은 복장이나 표정이 워낙 사납게 보이는 사람이지만
이스라엘도 최근에 매우 강경한 지도자 샤론을 수상으로 뽑아 ‘유혈의 악순환’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중동이 불안하면 동·서가 불안하다. 새로 취임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폭격으로 말 잘 안듣는 후세인의 이라크를 때리는 것을 보면 위기의식이
고조되게 마련이다.


국제관계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일은 아니지만 지난 2월 17일 브라질 카란디루 교도소에서 시작된 죄수들의 폭동은 상파울루 내 29개
교도소로 번져 8000여명의 인질들을 붙잡아 놓고 25시간이나 소란을 피웠는데 결국 진압되고 말았다. 폭동을 일으킨 죄수들이 옷을 다 벗기우고
두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간채 나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줄지어 앉아있기도 하고 엎드려있기도한 광경을 사진으로 보고 소란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오늘의 대한민국도 결코 편안한 나라는 아니다. 실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니 사회는 자연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세끼를 굶으면
도둑질 안하는 놈이 없다는 속담도 있거니와 밥벌이가 불가능한 그 많은 사람들을 이 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벌써 해치웠어야지 공적자금을 40조, 50조 날리면서 끌고 또 끌다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닌가. 나라살림이 이렇게
어렵다는 데도 노조가 들고 일어나 경찰과 격투를 벌이는 광경을 볼 때 정치가 단단히 잘못 되었음을 또한 실감하게 된다.


그 여권에서 총선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안기부예산 1197억원은 도대체 어떻게 된 돈인가.


그 문제를 가지고 왜 이렇게 오래 여당과 야당이 옥신각신 해야하는 것일까. 무슨 나라가 그것도 김대중대통령 말대로 ‘공산당 잡으라는 돈’을
어느 당의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다 써버릴 수 있단 말인가.


또 그런 사실을 여지껏 모르고 있었다면 검찰을 비롯한 감사기관은 그런 협잡의 공모자라는 누명을 벗기 어려울 것 아닌가. 이런 부정에 대해
이번만은 철퇴를 휘둘러 박살을 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철퇴를 잡은 김대중대통령을 비롯하여 여권의 힘쓰는 사람들을
향해 “당신네들은 정말 깨끗한가”라고 묻고 있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라는 속담처럼 자기 잘못은 덮어 놓고 남의 잘못만 들추어 낸다면 그런 일은 설득력도 없거니와
되지도 않을 일이다.


여야간의 지도자들이 모두 욕심에 눈이 어두어 앞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뒤숭숭한 것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자기 마음에 맞는 또는 자기자신의 신변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그런 인물을 차기 대통령으로 세우려고 노력하면 그것은 큰 잘못이고
그런 욕심 때문에 나라는 어지러워 질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야당의 이회창총재가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꿈을 버리기 전에는 야당은 야당 구실을
하기가 어렵고 정계는 계속 혼란할 수 밖에 없다.


이기주의 때문에 또는 개인적 욕심 때문에 나라가 멸망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불안한 것도 지도자들의 욕심 때문이고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도 지도자들의 욕심 때문이다.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찾아야 얼킨 실타레가 풀리기 시작할 터인데 별 것도 아닌 자기 하나에 매달려 국가를 이런 곤경으로 몰고가는
것인가.


세상이 소란하기 때문에 대한민국도 소란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한반도만의 평화와 번영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땅의 지도자들이여, 사심을 버리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라. 우리가 사는 길이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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