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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한미FTA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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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FTA
무기력한 한국정부와 국회, 장밋빛 미래만 홍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날아가 정밀 조율에 들어갔다. 그러나 비준을 앞두고 정부·여당은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반면 야권은 중소기업·농어민 등에 대한 피해대책 마련이 먼저라며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재재협상은 불가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10+2(통상절차법, 무역지원조정제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미국과 다시 재협상을 하는 대신, 민주당이 제시한 10+2 안 가운데 세 가지 정도를 수용하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10+2 재재협상안’에서 10은 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 역진불가 조항 폐기,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폐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독소조항’에 대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2는 보완책이다. 통상절차법 제정과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의 진행상황에 맞추어 내년 1월 1일 한미FTA 발효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달 안으로 비준안 처리를 계획 중이다. 한나라당은 산업계에도 FTA를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10월 말까지는 국회 비준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미FTA 비준에 대해서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처럼 반대만 하기에도 부담스럽다. 민주당이 강경책과 타협책을 오가는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다.

민주당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정부·여당과 협상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민주노동당은 특별법이 재협상에 준하는 효력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10+2 재재협상안의 ‘10개 사항’에 대한 미국과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한미FTA는 신자유주의의 존속이냐 반(反)신자유주의 반격이냐에 놓여있다. 특히 월가(Wall Street) 시위나, 유럽의 재정위기 등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제 수명이 거의 다한 신자유주의의 끝물을 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끝물에 목숨걸고 달려드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장밋빛 미래만 국민에게 전하면서 다음의 경우의 수는 전하지 않고 있다.


빛만 장미인 한미FTA

정부가 한미FTA를 체결하면 향후 10년간 “GDP 5.66% 증가, 일자리 35만개 증가, 외국인 투자 증가, 무역수지 흑자 증가”라고 홍보하나 발효된다고 해도 ‘관세 철폐 → 수출 확대 → 설비투자 확대 → 고용 확대’로 잘 풀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론대로라면 한미FTA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미 정부의 FTA타결 뒤 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팽창하던 세계 경제가 급변하면서 각 국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가 고용으로 옮겨갔다. 경쟁구도도 크게 변했다. 한미FTA를 추진해왔던 명분 중 한 축이었던 ‘수출주도 대기업의 성장을 통한 국내 경제의 활성화 및 성장’도 이제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제 구조는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때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지만, 현재처럼 남유럽발 재정위기, 미국 시장 불황 등 대외 악재가 터지면 경제 기초 여건의 건전성 여부를 떠나 경제 전반이 불안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비율이 33%를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는 미국경제의 침체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수출 주도 대기업에 유리한 한미FTA가 가지는 잠재력은 처음 추진했을 당시에 비해 현저히 축소된 반면, 미국의 신용등급하락 및 더블 딥과 장기적 경제 침체 속에 미국은 미루어왔던 한미FTA를 이용해 미국의 위기 돌파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결국 미국의 경제위기 탈피와 고용 확대를 위해 우리나라는 FTA를 발효하려 드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나라는 유럽연합(EU) 27개국을 비롯해 모두 44개국이다. FTA를 체결한 나라와의 효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교역량이 크게 늘었으나,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나라별로 들쭉날쭉했다. 또, 정부가 당초 예상한 효과와의 차이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시장인 EU와의 FTA가 발효 100일을 넘었다. 초반 눈에 띄는 변화는 수입의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발효 이후 3개월 동안 수출은 1년 전보다 1% 늘어난 데 비해, 수입은 21%나 치솟았다. 무역흑자도 31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급감해 당초 “15년간 연평균 3억6,000만달러씩 흑자가 늘 것”이라던 정부 예상과는 반대로 무역수지는 오히려 크게 악화됐다. 정부는 “유럽의 경기침체 영향”이라는 입장이지만, “흑자 증가를 기대한 당초 예상부터가 장밋빛이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FTA 체결국인 칠레의 경우 FTA가 발효된 2004년 기준으로 발효 1년 전후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대칠레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관련제품을 제외할 경우 FTA 발표 1년 전 무역수지는 1억4600만달러 흑자에서 1년 후 3억2600만달러 흑자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와의 교역량은 2004년 이후 287%나 급증해 FTA 효과는 성공적이었지만 ‘연간 3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자신했던 정부 예상과는 달리, 무역수지는 7년 연속 적자상태(누적적자 89억달러)다. “수입량의 70%를 점하는 같은 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는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FTA 협상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이 크다. 반면, 2006년에 발효한 싱가포르, 2007년에 발효한 아세안(ASEAN), 2010년년에 발효한 인도와는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올 8월 FTA가 발효된 페루와의 무역수지는 한달 만에 수출이 114% 급증하면서 반면 수입은 49.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630만달러 적자였던 페루와의 무역수지가 올해 8월 2900만달러 흑자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 2003년 16.1%였던 한국산 자동차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후 꾸준히 높아져 2010년에는 32.8%로 2배 가량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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