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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개띠해 띠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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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민속사에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 개는 일상의 풍경 한 켠에 항상 자리 잡으며 인간과 깊이 관계 맺어왔다. 친구 신하 천민 등 다양한 은유로 개는 우리 문화 속에 풍부하게 전개돼 왔다. 개의 해를 맞아 민속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개띠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충복과 비천의 이미지
개띠 해는 육갑(六甲) 가운데 갑술(甲戌), 병술(丙戌), 무술(戊戌), 경술(庚戌), 임술(壬戌) 등으로 순행하는데 올해는 병술. 십이지의 11번째 동물인 개(戌)는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月)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개(戌)는 이 방향과 이 시각에 오는 사기(邪氣)를 막는 동물신(動物神)이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개는 집을 지키고 잡귀와 액운을 물리쳐 집안의 행복을 지켜주는 동물로서 친구로, 또 동반자로 여겨왔다. 주인을 결코 배신하지 않고 때로 자신을 희생하며 주인을 지켜내는 속성 때문에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형상으로 전승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천하고 낮은 신분의 상징이기도 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지난 20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한 ‘개와 한국민속’ 학술강연회에서 “개는 집을 지켜주고 생업을 보조하는 묵묵한 충복의 의미와 욕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비천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고 설명했다.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이미지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한 공통된 개의 이미지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의견 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전국에서 전승된다.

반면에 서당개, 맹견, 못된 개, 미운개, 저질 개,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 속담이나 험구(욕)에 많이 나타난다. 동물 가운데 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명칭 앞에 ‘개’가 붙으면 비천하고 격이 낮은 사물이 된다.

 벽사의 개
한편 개는 잡귀와 액운을 물리쳐 집안의 행복을 지켜주는 벽사의 의미도 있었다. 외부 사람을 알아보고 적대적 행동을 하는 개의 특성은 개를 집을 지키고, 잡귀와 액운을 물리치는 동물로 여기게 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의 의미로 무덤둘레에 장식되기도 했다. 액을 막기 위해 집의 대문이나 광문에 붙이는 문배도(門排圖)에도 등장했고,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부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도둑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쫓아낸다는 뜻으로 호랑이 해태 닭과 더불어 문에 장식하던 친숙한 그림 소재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병술년(丙戌年) 개띠 해를 맞아 2월27일까지 개최하는 ‘우리의 오랜 친구, 개’ 특별전의 전시 작품에도 이 같은 벽사의 의미를 지닌 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뚜껑에 오리 모양의 새와 그것을 쫓고 있는 개의 모습을 표현한 토우가 붙어 있는 ‘개모양토우장식고배’나 죽은 사람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무덤 안의 껴묻거리[副葬品] 용도로 만든 ‘개모양토우’ 등은 개에 대한 조상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목에 검은 방울을 달고 있는 개의 모습을 한 ‘신구도(神狗圖)는 두 눈으로 모자라 세 눈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켜준다. 이것은 접은 흔적이 있어, 휴대용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영원한 동반자
벽사의 개는 영물로 개를 보는 시각을 대변해준다. 민속에 견불십년(見不十年)이라고 개는 십 년 이상 키우지 말라는 속설도 있는데, 이는 개를 영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개는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지기도 했다.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 해서 개를 팔아 버리는 습속이 있다. 또, 개가 이유 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에 대비했다.

민속에서는 개가 사자(死者)의 영을 본다는 말도 있다. 사단법인 한국 애견협회 최재헌 세퍼드견분과위원장은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개가 저승사자를 알아보고 짖어서 쫓아내기도 한다고 한다. 또 나쁜 악귀가 들어오면 개가 미리 알아보고 쫓아내는데, 이때는 하얀 색을 가진 개가 더 영험하다는 말이 있어 민속에서는 흰 개를 선호하기도 했다”며, “어쨌든 개는 신령스러운 능력을 가진 영험한 동물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개는 영리한 특성 때문에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지략가로서 형상화되기도 했다. 눈먼 주인에게 길을 인도하거나 산길을 내어 길을 인도하고, 중요한 문서를 찾아내 전달한다는 식의 민담이 널리 전승된다.

물론 개의 지배적 이미지는 친근함이다.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이나 마을 풍경화에서 달이나 눈을 보고 짖어대는 개가 흔히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개가 다정한 존재라는 뜻이다. 십이지간의 그 어떤 동물보다도 개는 일상적인 동물이다. 새해는 개의 이미지가 가진 따뜻한 교감이 어느 해 보다 많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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