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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의미없는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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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없는 충돌


날씨는 날씨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으니 답답한 것은 이 땅의 목숨을 이어받은 백성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그리도 눈만이 쏟아지는가. 기상대는 20년만의 대설이라고 하지만 나의 기억으로는 20년전에 눈이 이렇게 많이 왔던 것 같지는 않고 눈 때문에
일어난 사고가 이번처럼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천재지변이란 언제나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너무 준비가 없으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20년 전에도 대설로 인한 교통혼란이 있었겠지만
이번처럼 난장판은 아니었을 것이다. 버스터미널은 터미널 대로, 기차역은 기차역대로, 공항은 공항대로 대혼란의 극치를 이루었던 것 같다.
이런 큰 눈을 예상하고 그 대책을 조금이라도 강구해 두었더라면 이번 같은 대란은 땅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어느정도 억제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우리는 너무나도 준비가 없었던 것 아닌가.


때를 같이하여 정치에도 일대 혼란이 벌어진 사실을 누군들 모를까마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발전은 충돌을 통해서
온다’라고 부르짖은 사람도 이탈리아의 애국자 마찌니였다. 그 한마디는 변증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격언이기도 하다. 모두가 제자리에 있으면서 어제한 일을 오늘도 되풀이 하고만 있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 사회이건 한 시대이건 안정된 상태를 그대로 두지 않고 이에 도전함으로 현상유지를 하고자 하던 사람들이 그대로만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도전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런 충돌뒤에는 그 다음의 단계 즉 합(合)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합(合)은 또 어느듯 정(正)의
자리에 올라앉아 기득권 행세를 하게 되는데 그래서 또다시 반(反)의 등장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충돌에는 엄연한 원칙이 있게 마련이다. 원칙을 떠나서는 어떤 충돌도 긍정적이나 효과적이 될 수가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의 정치적 충돌이야 말로 무원칙하기 때문에 무가치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여·야의 영수회담이 있는 까닭은 여·야 정당의
아랫사람들이 풀어볼려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여·야 정당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의논함으로 풀릴 수 있게 때문에 매우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에 여·야의 영수가 마주앉아 서로 얼굴을 붉히며 가시돗힌 말이나 주고 받다가 두 사람이 모두 화가 나서 자리를 차고 일어나 퇴장하는
것이라면 영수회담은 사실상 백해무익한 것이 되고 만다. 이번 영수회담은 오히려 여·야로 하여금 결전의 태세를 갖추게 하였으니 이를 어찌
정치를 아는 사람들의 만남이라 하겠는가. 영수회담이 결렬되자 곧 안기부의 예산남용사건이 터졌는데 1996년 선거때 천수백억의 안기부 예산이
당시의 여당에 선거자금으로 빼돌려졌다는 것이다. 특히 안기부자금 940억은 오늘의 한나라당의 강삼재의원을 통해 여·야 총선후보 185명에게
선거자금으로 뿌려졌다고 하니 사건의 전말을 다 알아보기도 전에 국민은 일단 충격으로 놀라 자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여·야는 협력은 고사하고 우선 반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반목은 이제 대치로, 대치는 이제 충돌로 치닫게 되었으니 이게
무슨 정치인가. 한국의 검찰은 4∼5년 전에 있었던 일을 왜 이제 들추어내며 이회창만 아니라 황명수도, 김현철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도 모두
한 칼에 해치우겠다는 단호한 태도로 이 사건에 임하게 되었으니 그동안 한 마디도 못하던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갑작스레 힘이 용솟음치게 되었는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의 야당의 정치자금을 문제삼으려면 김대중씨를 비롯한 오늘의 여권인사들의 비리와 부정도 파헤칠 수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김대중대통령과 그의 주변이 돈문제에 깨끗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먼저 네 눈 속의 들보를
빼어라’라고 야당은 부르짓고 있다.


이 충돌에서 과연 득을 볼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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