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가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 가기 위해 학원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요.”
시흥시 미산동의 아침은 늘 이렇게 비바람도 막을 수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추위에 떨며 시내버스와 학원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인도가 없어 도보 통학이 힘든 이곳은 부족한 대중교통으로 학원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입학하면서부터 학원을 다니는 학생과 이마저도 이용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구분돼 콩나물 버스를 타야하는 교육현실이 매일 재연되고 있다.
1800여세대 약 5000명이 거주하는 미산동의 초등학생들은 이렇게 버스와 자가용으로 20여분 거리의 S초등학교까지 통학하고 있다.
주민들은 “시흥시와 정치권이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초등학교 신설 등 하드웨어적 노력은 방치한 채 혁신교육만 부르짖는 소프트웨어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하고 초등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모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이 지역 주민수가 늘었지만 원거리 통학 초등학생 수는 지난 3월말 현재 250여명으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은 “아파트 사업추진과정에서 학교용지분담금 4억여원을 시에 납부했다”며 “학교용지분담금을 징수한 이유를 모르겠으며 학교신설 계획이 없다면 분담금 반환 소송도 불사 하겠다”고 밝혔다.
시흥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시흥시에는 36개 초등학교가 있는 가운데 7학급 규모의 89명인 K초교를 비롯해 4개 초등학교가 350명이내의 학생 수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 미산동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교 설립추진위 전 대표 윤모(50)씨는 “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시설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공익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장사하듯 학생 수만 따져가며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시와 교육 당국을 비난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은 정주·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교육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당선 이후에는 많은 민원에도 불구 학교설립과 교통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를 뒷받침 하듯 조정식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개최된 교육관련 토론회에서 “교육환경 개선은 곧 시민들의 정주여건 개선”이라고 말했으며 참석자들도 “원활한 교육을 위해 교통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시흥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설립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충분취학아동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부의 지침은 36학급 이상이 되어야 가능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주변 개발계획이 확정되고 20학급 정도가 되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민 입장을 대변해 학교 신설에 노력하고 있으며 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고 학교설립 검토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미산동 초등학교 설립은 교과부 지침에 맞춰 부적합하다는 교육당국과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 차선책으로 통학버스 운행이라도 지원을 해야 하는 시흥시의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