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을 단속하는 중랑구청의 과잉 철거에 항의하다 노점상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중랑구 묵동 우리은행 앞에서 구청의 철거를 막던 이모(67, 여)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날 중랑구청 단속반원 7명은 오전 9시부터 지난 10여 년간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이 씨의 포장마차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인근 노점상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달려온 이 씨는 “이거 가져가면 굶어죽는다”는 호소로 항의하다 노상에 쓰러져 죽음을 맞았다. 119 신고를 받은 소방서 구급대원들이 출동했지만 이 씨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숨진 이 씨는 지병인 심장병을 앓고 있어 지난해에도 심장병이 발작해 쓰러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발병 이후에도 이 씨는 생계를 유지를 위해 근근이 노점에 나와 호떡, 오뎅 등을 판매하며 끼니를 해결해 왔다.
중랑구청은 이 씨 포장마차에 대해 최근 5일 동안에도 이 씨의 포장마차를 두 번 철거했다. 철거 후 이 씨는 다시 포장마차를 들여 장사를 다시 시작한 지 이틀만에 이 같은 화를 당했다.
노점상 관계자에 따르면 “중랑구청이 몰려 있는 노점상들은 단속할 엄두도 못 내면서 혼자 떨어져 장사를 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문병권 구청장은 중랑구를 잘 사는 도시로 가꾸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안을 짜는 게 구민에 맞는 정책이지 막무가내식 쓸어내기는 문 구청장의 인간성이 잘 들어나 보이는 대목으로 결국 구청장이 죽음으로 몰아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노점은 기본적으로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이 행상을 꾸린 것으로 스스로 벌어서 먹고사는 자립형이다. 노인 일자리 찾아주기 일환으로 보면 노점상까지 나서는 용기는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중랑구청이 노인들 생계보장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단속으로 일관하다 보니 이 사고는 예견됐다.
전국노점상연합회(이하 전노련) 관계자는 “구청에서 이 씨에게 지금은 계고기간이니 며칠간만 쉬면 다시 장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회유한 뒤 철거를 약속해 놓고 화분을 갖다놓는 등 장사를 못하게 막았다”고 밝혔다. 또한 “구청이 단속기간(계도기간)에는 임시방편으로 보고서 작성위주로 행정편의주의 발상으로 그동안 이런 식으로 단속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죽음에 대해 중랑구청은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도 보상 등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