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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장애 수영선수 김진호 덕수궁에서 만나다

  • 등록 2005.11.18 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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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는 엄마 사랑해” “미안” “안녕~하세요”.
가을햇살, 노랗게 물든 단풍이 한창인 덕수궁에서 만난 장애 수영선수 김진호(19 부산체고)군은 배낭하나 짊어진 훌쩍한 키의 청년이었다.

“어이, 이 친구 자네 경기 멀리서도 보고있으이” “사진 한장 찍어주세요”. 장애인은 무료통과돼도 기자는 입장료를 내야된다기에 무턱대고 들어서다 문턱에서 발목이 잡힌 취재진. 하지만 ‘왠걸’ 진호군과의 덕수궁 데이트는 이내 여기저기서 알아보고 달려와 손잡는 시민들로 진입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엄마 유현경(45)씨는 “진호가 치과 치료차 서울을 찾았다”고 했다. 유씨는 “울산 체전이 끝난 뒤끝이라 모처럼 한가한 때지만 지도자 문제로 진호가 맘이 쓰였는지 체코 경기에 이어 체전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씁쓸한 아쉬움을 털어내지 못했다.

“덕수궁? 아냐 융건릉이야~”
입술에 침을 바르며 장난치는 개구쟁이 진호는 덕수궁을 보더니 대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모두 수원에서 보냈던 때문일까. “이거 융건릉(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묘)이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수원에 소재한 경기체고에 진학을 원했지만 자폐아란 이유로 거절당했던 씁쓸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건 진호엄마 유현경씨의 몫이었을 뿐, 진호는 서울 한 복판에서도 수원 융건릉을 자신있게 들먹이며 즐거운 표정이다. 그를 놓친 경기도는 어찌됐든 후회할 일이 참 많아진 셈일까.

장애인 아시아 랭킹 1위, 세계 랭킹 3위, 2002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국가대표, 2005 전국체전 고등부 수영 선발전 부산대표, 2005년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진호를 따라다니는 타이틀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 그의 팬들 역시 꽤나 늘어났다. 다음카페 ‘김진호 친구만들기’에는 벌써 1만명에 가까운 팬클럽이 결성돼 매일 매일 그를 응원하고 있다.

떼쓰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진호는 겉으로 봐선 국가대표 수영선수를 실감하기 어렵다. “워낙 어려서 부터 물을 좋아했어요. 수원서 다닌 초등학교에 수영장이 있었던게 다행이었죠. 아이를 수영장에 넣어놓고 비디오로 아이행동을 촬영하며 반복수정을 거듭했어요. 한 1년반 하다보니 아이의 체력이 좋아진 건 물론 사회성도 꽤 좋아지더군요. 지도를 잘 받으면 선수재능도 있겠다 싶었지요.”

초등 5년 수영선수 되다
초등학교 5학년 진호는 마침내 수영선수로 첫 데뷔(?)전을 가졌다. 동아수영대회, 하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게다가 경기전 선수복 위에 입고 있던 옷도 어디 벗어뒀는지 그만 잃어버리고… 엄마 유현경씨는 이렇게 말했다. “첫 경기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희망을 봤어요”라고.

일반 학교 수영부와 차별없이 진호는 그렇게 다시 1년을 수련했다. 수영부의 총무를 자처하며 진호와 수영부 선수부들간의 가교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엄마도 물론 함께였다. “아이가 너무 물을 좋아하다 보니 제재하기가 어려웠어요.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하며 친구들이 아이를 이해 못하더군요. 그 친구들에겐 진호를 돕는 방법을 알려주고, 또 진호에겐 함께하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수원북중학교 1년. 진호는 마침내 장애인체전에 출전해 첫 금메달을 목에 달았다. “수영시작 얼마만이었는지 몰라요. 아이가 느낀 성취감은 정말… ”유씨는 또박또박 그 때일을 기억밖으로 끌어냈다.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특수아동이라는 굴레를 벗고 칭찬과 격려에 고무된 아이는 내처 고무된 자시감으로 이듬해 2002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서는 금2, 은2이라는 쾌거를 엄마에게 안겨주었다.

애국가, 태극기가 있는 시상대가 좋아요
진호군의 다음카페 ‘김진호 친구만들기’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4년생은 “전 진호형 무지하게 좋아해요.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를 알렸잖아요”라며 줄기차게 진호군과의 인터뷰가 언제,어디서 있는지를 졸라댔다. 멋모르고 진호카페에 들어갔던 기자는 그 어린친구와의 채팅을 끊느라 혼줄이 났다.

“진호는 시상식에 올라가는 걸 아주 좋아해요. 애국가가 울리고 태극기가 따라 올라가면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하죠.” 인터뷰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진호는 엄마 옆에 앉아 천진난만한 하품을 길게 늘어놓더니 이내 ‘뿡뿡’ 엉덩이를 들썩였다. “미안, 미안” 아무렇지 않은 표정, 어이없이 웃은건 엄마와 기자뿐이었다.

정통 클래식에서 찬송가, 댄스뮤직에 이르기까지 진호는 꽤 훌륭한 음감을 가졌다. 물을 좋아해 일찌감치 수영에 매료됐지만 위험한 스키정도를 제외하곤 포켓볼, 바둑, 볼링, 하이킹은 물론 스케이트, 베드민턴, 볼링에 이르기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를 뺨친다. 불특정다수의 팬클럽 친구들 중에서도 또래나 누나들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래도 엄마는 아직 다가 아니란다.

개인, 가정, 사회적 독립 마련
이제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진호지만 엄마 유현경씨는 수영선수 김진호는 그저 시작일 뿐이란다. 개인 김진호, 가정의 둘레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당당히 독립된 진호를 위해 엄마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걱정이다.

“한 25~26세까지를 운동연령으로 봐야겠죠. 하지만 그 이후엔 진호가 진정한 사회적 독립을 이뤄야잖아요. 장애는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봐요. 대학보다는 실업팀으로 고교이후를 준비중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긴 사역, 왜 나인가라는 의문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게 맡겨진 일이기에 기꺼이 평생을 진호와 함께하겠다는 이. 엄마 유현경씨는 곧 고교를 마칠 아들이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에 피치를 더하길 바랄 뿐이란다.
“체육장애는 신체,청각,시각, 정신으로 나뉘는데 이중 시각과 신체는 패럴림픽에 포함돼 있어요. 청각도 세계농아인체육대회가 4년에 한번씩 열리죠. 결국 정신지체를 제외한 신체,청각,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인올림픽에서 연금혜택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장애선수를 위한 서명
엄마의 걱정은 종내 답답한 국내 복지정책과 마주쳤다. 최소한 장애를 가진 이들사이에서 만큼은 평등해야할 복지. 하지만 진호와 같은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그나마의 연금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 일단은 장애인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정신지체세계경기연맹이 선전을 다하고 있어 빠르면 내년 아시안게임때 출전이 가능할 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엄마는 정부와 장애인체육회에 건의문을 올릴 참이다. 최소한 다른 장애인들과 동등한 연금혜택을 위해…
“진호와 평생 같이할 수 있는 복지사업을 할 겁니다. 어른이 된 진호가 자신과 같은 후배를 돕기를 바래요. 이미 이제껏 살아온 길이 누가 갔던길이나 보장된 길이 아니었잖아요. 앞으로도 솔직히 우리가 피하지못할 좌절, 피할 수없는 역경이라면 환경을 탓하기보다 최선을 다한후 도움을 기다릴 겁니다.”

몇마디 거들더니 진호는 이내 덕수궁 벤치에 누워버렸다. 엄마가 이제 경복궁에 갈꺼라며 아이를 일으켰다. 다시 우리가 된 그들이 낙엽을 밟고 걷는다. 세상속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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