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7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인물

장애 수영선수 김진호 덕수궁에서 만나다

  • 등록 2005.11.18 10:11:11
URL복사

“진호는 엄마 사랑해” “미안” “안녕~하세요”.
가을햇살, 노랗게 물든 단풍이 한창인 덕수궁에서 만난 장애 수영선수 김진호(19 부산체고)군은 배낭하나 짊어진 훌쩍한 키의 청년이었다.

“어이, 이 친구 자네 경기 멀리서도 보고있으이” “사진 한장 찍어주세요”. 장애인은 무료통과돼도 기자는 입장료를 내야된다기에 무턱대고 들어서다 문턱에서 발목이 잡힌 취재진. 하지만 ‘왠걸’ 진호군과의 덕수궁 데이트는 이내 여기저기서 알아보고 달려와 손잡는 시민들로 진입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엄마 유현경(45)씨는 “진호가 치과 치료차 서울을 찾았다”고 했다. 유씨는 “울산 체전이 끝난 뒤끝이라 모처럼 한가한 때지만 지도자 문제로 진호가 맘이 쓰였는지 체코 경기에 이어 체전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씁쓸한 아쉬움을 털어내지 못했다.

“덕수궁? 아냐 융건릉이야~”
입술에 침을 바르며 장난치는 개구쟁이 진호는 덕수궁을 보더니 대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모두 수원에서 보냈던 때문일까. “이거 융건릉(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묘)이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수원에 소재한 경기체고에 진학을 원했지만 자폐아란 이유로 거절당했던 씁쓸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건 진호엄마 유현경씨의 몫이었을 뿐, 진호는 서울 한 복판에서도 수원 융건릉을 자신있게 들먹이며 즐거운 표정이다. 그를 놓친 경기도는 어찌됐든 후회할 일이 참 많아진 셈일까.

장애인 아시아 랭킹 1위, 세계 랭킹 3위, 2002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국가대표, 2005 전국체전 고등부 수영 선발전 부산대표, 2005년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진호를 따라다니는 타이틀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 그의 팬들 역시 꽤나 늘어났다. 다음카페 ‘김진호 친구만들기’에는 벌써 1만명에 가까운 팬클럽이 결성돼 매일 매일 그를 응원하고 있다.

떼쓰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진호는 겉으로 봐선 국가대표 수영선수를 실감하기 어렵다. “워낙 어려서 부터 물을 좋아했어요. 수원서 다닌 초등학교에 수영장이 있었던게 다행이었죠. 아이를 수영장에 넣어놓고 비디오로 아이행동을 촬영하며 반복수정을 거듭했어요. 한 1년반 하다보니 아이의 체력이 좋아진 건 물론 사회성도 꽤 좋아지더군요. 지도를 잘 받으면 선수재능도 있겠다 싶었지요.”

초등 5년 수영선수 되다
초등학교 5학년 진호는 마침내 수영선수로 첫 데뷔(?)전을 가졌다. 동아수영대회, 하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게다가 경기전 선수복 위에 입고 있던 옷도 어디 벗어뒀는지 그만 잃어버리고… 엄마 유현경씨는 이렇게 말했다. “첫 경기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희망을 봤어요”라고.

일반 학교 수영부와 차별없이 진호는 그렇게 다시 1년을 수련했다. 수영부의 총무를 자처하며 진호와 수영부 선수부들간의 가교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엄마도 물론 함께였다. “아이가 너무 물을 좋아하다 보니 제재하기가 어려웠어요.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하며 친구들이 아이를 이해 못하더군요. 그 친구들에겐 진호를 돕는 방법을 알려주고, 또 진호에겐 함께하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수원북중학교 1년. 진호는 마침내 장애인체전에 출전해 첫 금메달을 목에 달았다. “수영시작 얼마만이었는지 몰라요. 아이가 느낀 성취감은 정말… ”유씨는 또박또박 그 때일을 기억밖으로 끌어냈다.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특수아동이라는 굴레를 벗고 칭찬과 격려에 고무된 아이는 내처 고무된 자시감으로 이듬해 2002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서는 금2, 은2이라는 쾌거를 엄마에게 안겨주었다.

애국가, 태극기가 있는 시상대가 좋아요
진호군의 다음카페 ‘김진호 친구만들기’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4년생은 “전 진호형 무지하게 좋아해요.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를 알렸잖아요”라며 줄기차게 진호군과의 인터뷰가 언제,어디서 있는지를 졸라댔다. 멋모르고 진호카페에 들어갔던 기자는 그 어린친구와의 채팅을 끊느라 혼줄이 났다.

“진호는 시상식에 올라가는 걸 아주 좋아해요. 애국가가 울리고 태극기가 따라 올라가면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하죠.” 인터뷰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진호는 엄마 옆에 앉아 천진난만한 하품을 길게 늘어놓더니 이내 ‘뿡뿡’ 엉덩이를 들썩였다. “미안, 미안” 아무렇지 않은 표정, 어이없이 웃은건 엄마와 기자뿐이었다.

정통 클래식에서 찬송가, 댄스뮤직에 이르기까지 진호는 꽤 훌륭한 음감을 가졌다. 물을 좋아해 일찌감치 수영에 매료됐지만 위험한 스키정도를 제외하곤 포켓볼, 바둑, 볼링, 하이킹은 물론 스케이트, 베드민턴, 볼링에 이르기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를 뺨친다. 불특정다수의 팬클럽 친구들 중에서도 또래나 누나들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래도 엄마는 아직 다가 아니란다.

개인, 가정, 사회적 독립 마련
이제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진호지만 엄마 유현경씨는 수영선수 김진호는 그저 시작일 뿐이란다. 개인 김진호, 가정의 둘레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당당히 독립된 진호를 위해 엄마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걱정이다.

“한 25~26세까지를 운동연령으로 봐야겠죠. 하지만 그 이후엔 진호가 진정한 사회적 독립을 이뤄야잖아요. 장애는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봐요. 대학보다는 실업팀으로 고교이후를 준비중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긴 사역, 왜 나인가라는 의문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게 맡겨진 일이기에 기꺼이 평생을 진호와 함께하겠다는 이. 엄마 유현경씨는 곧 고교를 마칠 아들이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에 피치를 더하길 바랄 뿐이란다.
“체육장애는 신체,청각,시각, 정신으로 나뉘는데 이중 시각과 신체는 패럴림픽에 포함돼 있어요. 청각도 세계농아인체육대회가 4년에 한번씩 열리죠. 결국 정신지체를 제외한 신체,청각,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인올림픽에서 연금혜택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장애선수를 위한 서명
엄마의 걱정은 종내 답답한 국내 복지정책과 마주쳤다. 최소한 장애를 가진 이들사이에서 만큼은 평등해야할 복지. 하지만 진호와 같은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그나마의 연금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 일단은 장애인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정신지체세계경기연맹이 선전을 다하고 있어 빠르면 내년 아시안게임때 출전이 가능할 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엄마는 정부와 장애인체육회에 건의문을 올릴 참이다. 최소한 다른 장애인들과 동등한 연금혜택을 위해…
“진호와 평생 같이할 수 있는 복지사업을 할 겁니다. 어른이 된 진호가 자신과 같은 후배를 돕기를 바래요. 이미 이제껏 살아온 길이 누가 갔던길이나 보장된 길이 아니었잖아요. 앞으로도 솔직히 우리가 피하지못할 좌절, 피할 수없는 역경이라면 환경을 탓하기보다 최선을 다한후 도움을 기다릴 겁니다.”

몇마디 거들더니 진호는 이내 덕수궁 벤치에 누워버렸다. 엄마가 이제 경복궁에 갈꺼라며 아이를 일으켰다. 다시 우리가 된 그들이 낙엽을 밟고 걷는다. 세상속으로 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회, 경제 대정부 질문…확장 재정·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소비쿠폰 '부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오늘(17일)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실시한다.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등을 놓고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실시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칠승·정태호·이언주·주철현·허성무·김영환 의원이 질의자로 나선다. 민주당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이재명 정부 정책 성과를 조명하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세수 결손 사태 등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정부 질문을 사실상 '청문회' 성격으로 규정하고 정부 정책을 송곳 검증할 계획이다. 4선인 김상훈·이헌승·조은희·조승환 의원이 질문자로 나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의 문제점을 부각할 예정이다. 비교섭단체에서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 참여한다. 정부 측에서는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출석한다. 여야는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놓고도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여권은 "밭에 씨를 뿌려야 하

경제

더보기
이노비즈협회-조달청, 중기 공공조달 규제개선 간담회 개최... “현장 소통으로 조달 혁신”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노비즈협회는 17일 성남 판교 협회 대회의실에서 조달청과 함께 ‘현장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번 간담회는 중소기업들이 조달 참여 과정에서 겪는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를 개선하고, 현장 중심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이노비즈협회 정광천 회장을 비롯해 △유니온씨티 임동욱 대표(이노비즈 전북지회 회장) △보광아이엔티 차순자 대표 △에니텍시스 홍사혁 대표 △하이테커 백성욱 대표 △아이지 김창일 대표 등 혁신·우수·G-PASS기업 및 공공조달 참여기업 5곳이 참석했다. 조달청에서는 백승보 청장과 주요 정책부서 과장 등 4명이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간담회에서 이노비즈기업의 조달 참여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실질적 정책 개선 방안이 진행됐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공공조달형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 임동욱 ㈜유니온씨티 대표이사는 △조달청 인증제품의 개별 매각 제도 도입을 제안했으며, 차순자 ㈜보광아이엔티 대표이사는 △다수공급자계약 진행 기간 단축과 기업 보호 제도 마련 △다수공급자계약 물품 등록 시 가격 조정의 투명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