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은 저마다의 운명을 지니고 있다.” 출판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라틴어 경구다. 이것은 로마의 문법학자이자 작가인 테렌티아누스 마우루스가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원래의 완전한 문장은 “독자의 역량에 따라 책들은 운명을 달리한다” 즉, 책의 가치는 독자가 어떻게 읽어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책 한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고 세상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인문 논픽션 가이드부터 교육용 독서지도까지
신간 ‘책 읽는 책’은 출판사 편집장을 지낸 독서가 박민영이 매년 100권이 넘는 책을 꼼꼼히 읽어 온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 쓴 독서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즉,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무슨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은 무엇일가?’ 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들을 짚어보는 것이다.
기존의 독서 가이드북은 모티머 애들러나 제임스 사이어의 무게감 있는 인문 논픽션, 공병호 식의 실용서, 남미영 식의 교육용 독서지도서 등으로 대별되는데 이 신간은 세 부류를 망라하는 형식과 내용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독서에 관한 인문적 교양, 책읽기의 실용적 가치, 책 읽는 방법을 모두 알 수 있다. 신간은 총 4부에 걸쳐 51개의 짧은 글들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글은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포리즘으로 시작한다.
‘모든 사람은 이미 독서법을 알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책 읽는 즐거움’에서는 독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현대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연애편지’ 읽는 것을 예로 들어 ‘모든 사람은 이미 독서법을 알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2부 ‘책 읽는 생활’에서는 독서를 위한 환경 조성과 독서의 생활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과 관련한 관단한 습관과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맞춤형 독서 환경을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한다.
3부 ‘책 고르는 지혜’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좋은 책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권장 도서가 초보 독자들에게는 약이 아니라 심지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면서 주제와 수준이 자신의 독서 능력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책 궁합’ 또는 ‘독서 궁합’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4부 ‘책 익는 지혜’에서는 구체적인 책 읽기 방법들을 설명한다.
책 읽는 행위의 가치에 대한 저자의 말은 인상적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세계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그를 통해 세계와 호흡한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세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세계 속에 자신을 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