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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人災)가 부른 대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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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받지 못한 구제역공포 “방심이 화 불렀다”

지난해 11월28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당초 10일 가량이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구제역은 그 위력을 떨치며 하루가 다르게 확산, 지난 11일 현재까지 살처분, 매몰 가축이 140만 마리를 넘어섰다.

전국의 소와 돼지 10마리 중 한마리는 죽었다는 소리다. 자식처럼 아끼며 조석으로 먹이며 키웠던 가축들이 죽어가자 축산농가가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울음 그칠 날이 없다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매몰 가축수가 3499농가 140만4426마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가축별로는 소가 2729농가에서 11만934마리, 돼지 586농가 128만9547마리, 염소 123농가 2938마리, 사슴 61농가 1007마리다.

가축을 키우지 않는 도시민들이 듣는 구제역의 실상은 소와 돼지 몇마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실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전염병으로 140만명의 사람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로써 구제역은 첫 시발점인 경북과 인천,강원,경기,충남북 등 6개 시도, 52개 시군, 122곳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이날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 한우농가(1140마리), 경북 봉화군 상운면 운계1리 돼지농가(1800마리), 강원 횡성군 강림면 강림리 한우농가(43마리)에서 각각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대상도 9만7943농가의 211만9472마리로 늘었고, 백신 접종대상 지역은 8개 시도, 103개 시군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2곳, 인천 5곳, 경기 31곳, 강원 18곳, 충북 12곳, 충남 16곳, 전북 6곳, 경북 13곳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번 구제역이 경남 및 호남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주말과 내주초 구제역 확산 추이가 중요하다”면서 “이후 백신 수급상황 등을 지켜본 뒤 추가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가 대책이란 구제역 방역대책의 최후수단인 전국을 대상으로 한 예방백신 접종을 의미한다.

정부는 구제역이 호남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북의 정읍,김제,익산,부안,군산의 소와 종돈,모돈에 대해 예방백신을 접종했다.

◆ 구제역풍(風) 정치권으로 확산

사정이 이지경이 되자 정부와 방역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당장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있는데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흉흉한 민심에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의 이마에서는 겨울철 최대 한파에도 불구하고 연신 진땀이 흘러내린다.

특히 집권 여당 의원은 가족이 모이는 설날 차례상에 현 정권의 실정이 무차별적으로 오르내릴까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1일 신년방송연설에서 “구제역 확산에 적극대처하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책마련에 힘쓰겠다”고 힘주어 말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있다.

당장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구제역 상황은 한나라당에게는 자칫 총선 참패라는 악몽이 될 수 있다.

대구ㆍ경북 지역의 한 여당 의원은 상경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축 이동이 제한된 탓에 축산농가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다 지역구에 상주하면서 대책을 강구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눈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공방과 특히, 구제역 대책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여야의 모습은 점입가경이다.

이런 가운데 구제역과 함께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에서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난 10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신흥리 육용오리(2만3000마리) 농장에서도 발생, 수도권을 향해 북상 조짐을 보이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I는 지금까지 모두 24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돼 10건은 양성, 1건은 음성으로 판정됐고, 나머지 13건은 정밀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곳곳에서 터지는 전염병 재난에 방역당국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경기도에서 살처분 작업을 하던 수의사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러다 더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의사들은 소와 돼지를 살처분 하면서 겪은 정신적인 충격에다, 연일 계속된 방역 활동에 지쳐 사표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소속 수의사 80명 가운데, 10여 명이 사표를 내거나 휴직을 신청해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고, 과도한 업무량을 감안, 다음 달 중으로 10여 명의 수의사를 더 뽑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군대라도 동원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인력 부족으로 공무원과 현장 인력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군부대의 대규모 투입 외에는 인력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제2의 국방인 방역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전시에 최전방에 서야 할 군이다. 부모가 걱정한다는 이유로 방역 현장을 기피해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살처분으로 구제역을 막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전면 백신접종밖에 답이 없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축산농가에 대한 전면적인 재기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장 돌아오는 설 대목에 살 한우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은 1개월 동안 출하가 제한되기 때문에 설 명절 이전에 한우 도축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여서 앞으로 도축할 수 있는 물량은 평년의 10~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부 대형도축장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평소 하루면 가능했던 도축도 3일 가량 소요되는 점도 물량확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3주년 388호(1월18일자 발행) 커버스토리에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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