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반(反)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는 27일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간 FTA는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정두언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이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경제의 미래' 초청강연회에서 "미국의 자동차와 쇠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한다면 결국 일본 차와 호주 쇠고기에 대해선 차별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일부에선 모든 나라와 FTA를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협상비용도 많이 들고 시스템도 굉장히 복잡해진다"며 "그래서 다 같이 협상해서 한 번에 끝내자는 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인데 왜 우리가 이 질서를 앞장서서 깨고 다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 교수는 "자유무역을 하지 않으면 쇄국하자는 것이냐고 말하던데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충분히 개방된 나라이고, FTA를 안 한다고 해서 북한이나 쿠바처럼 안된다"고 말했다.
장 겨수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들은 티셔츠 한 장이라도 팔아보려는 남미와 중동의 가난한 나라들"이라며 "만약 우리가 1960년대에 FTA를 맺었다면 현대차, 삼성전자, 포항제철은 없었고, 아직도 가발과 합판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부자 감세' 문제에 대해선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 경제성장이 잘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식으로 성공한 예가 없다"며 "부자 감세를 적극적으로 한 나라가 미국이었지만 그 결과를 보면 비참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감세 부분이 투자로 들어갈 정책적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도리어 성장이 안될 수 있다"며 "세율을 갖고 얘기하기보다 세금을 걷어서 어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쓸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강연에 앞서 토론회를 주최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우리 자신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며 "`이 길이 아니었다'라고 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고통과 저항이 따르더라도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써온 한나라당이지만 한순간에 일본 자민당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이 이 시점에서 새 길 모색을 게을리하면 역사에서 도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