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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람이야기]비상을 꿈꾸는 젊은이 장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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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수 - 비상을 꿈꾸는 젊은이


세상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우리는 그렇게 알고 인생을 살아간다


장경수(32)씨는
수원의 아주대 앞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파는 젊은이이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이다. 1살 때 뇌성마비를 앓아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인다. 지체
장애 1급.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며 두 발로는 한 발짝도 옮길 수 없다. 난간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 자체가 바로 생존이고
전쟁이다.


그는 매일 비상을 꿈꾼다. 그의 핸드폰에는 ‘비상을 꿈꾸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날개가 부러진 새는 푸른 하늘을 날고 싶다. 그도
언젠가는 자유롭게 행보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프라이드 승용차를 갖고 있다. 한 겨울에도 창문을 다 열어놓고 달린다. 그렇지 않으면 답답해서 못견디겠단다. 카레이서 못지 않은
실력으로 질주한다. 차는 자신의 힘으로 맘껏 조정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상이다.


경수씨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내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장애인을 찾다가 수원의 부름의 전화 소개로 만나게 됐다. 장애인,
노인, 여성, 어린이같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경수씨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하루 생활을 그대로 좇는다면 그것은 바로 가감없는 장애인의 삶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그랬다. 경수씨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남에게 정확하고 명쾌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돈을 벌어서
자립할 수 있는 생활을 하고자 갖은 노력을 하고있었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남에게 폐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대단했다. 저렇게 똑똑한
친구가 정상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은 취직이다. 취직을 해서 생활의 안정을 꾀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한다. 자신 때문에 걱정이 끊이지 않는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형제들을 돕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수씨의 취직에 대한 욕망은 그가 그동안 기울인 노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취직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다. 지난 10년동안 그는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비롯해 직업을 알선하는 곳은 다 방문하고 문의하고 거듭 전화했다. 그러나
아직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없다. 그 사이에 경수씨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취직을 위해 운전을 배웠다. 마땅한 자리가 없을 것같아
택시운전을 하려고 운전면허 1종을 땄다. 지난해엔 직업전문학교에서 6개월간 전자상거래교육을 받았고 최근 여성을 위한 전용 쇼핑몰을 개설했다.


카세트테이프 장사를 하면서 무슨 쇼핑몰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쇼핑몰을 선택한 것은 울며겨자 먹기였다. 지금 하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장사가 더 이상 안되기 때문이다. MP3라는 음악프로그램의 확산으로 테이프를 사는 대학생이 거의 없다. 예전에 하루 3~4백개를 팔았으나
이제는 그 10분의 1도 어렵다. 그래서 그는 흥미를 잃었고 다른 곳에 자꾸 눈을 주게 됐다. 쇼핑몰, 그것이 그에게 직업적 안정을 줄지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장소에 구애됨 없이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그가 테이프 장사를 시작한 것은 1994년. “몇 년 동안 뭘해야 할지 계속 연구했어요. 친구들은 저보고 맨 날 생각뿐이라고 놀리는데
실제 시작하려면 몇 년 걸려요. 시작할 때 확실한 것을 선택해야 하므로 생각이 많아져 어쩔 수 없어요.”


그가 선택할 품목은 거의 없었다. 카세트테이프 장사를 하게 된 것은 졸업시즌에 대학가 앞에서 꽃장사를 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어느
날 배짱좋게 친한 형에게 5만원을 빌렸고 짧은 기간의 장사로 그 돈을 갚았다. 그것으로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 바로 카세트테이프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수원의 인근학교를 찾아다녔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안성의 중앙대캠퍼스와 수원대
캠퍼스 그리고 경기대 앞에서도 장사를 했다. 처음 장사를 했던 한양대에서는 하루 350~400개 정도를 팔았다. 돈을 받아서 집어던지기에도
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판매량이라면 정상인 둘이 매달려도 힘들다. 힘에 부쳐 두 달만에 다른 곳으로 옮겼다. 수원대
앞에서도 장사는 꽤 잘됐다. 그러다 불법복제테이프라는 사실이 적발되면서 경찰의 단속을 받게 됐고 주변 음악가게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신고를
하는 바람에 그는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정착한 곳이 아주대 앞이었다. 이곳은 집에서 가까운데다가 방학에도 유동인구가 많아서
매력적이었다. 여기서도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이미 터를 잡고 있었던 다른 아저씨들이 테이프 진열대를 들러 엎었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장사를 계속했다. 이후 경찰이 와서 모두 불법 테이프라면서 몰수해갔다. 그러길 일년에도 몇 차례. 다른 아저씨들은 벌금까지 무는데 그는
장애인이라서 테이프 몰수로 끝났다. 한번은 단속으로 테이프 6백개를 모두 빼앗겼다. 밤 11시, 집에 들어갈 마음이 도저히 생기지 않아
차를 몰고 무작정 달렸다. 당도한 곳이 삽교천. 술을 실컷 마시고 차에서 눈을 붙이다 새벽녘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 마음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랑이를 벌이던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자 이젠 장사가 안됐다. 2년전부터 급격히 매출이 떨어졌다. 인터넷으로 공짜 음악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테이프 사는 것을 잊었다. 아주대생들은 그를 보면 반갑게 맞는다. 그러나 판매부진이란 대세는 막을 수 없다. 요즘도 그는 아주대
앞을 나간다. 그러나 한 달에 열흘 남짓하다. 춥고 쇼핑몰을 개설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장사가 안되자 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를 배우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 2000년 12월에 문을 연 경수씨의 쇼핑몰(www.misyshop.co,kr)은
여성을 위한 전용점이다. 향수나 화장품 언더웨어, 다이어트 식품 등을 판매한다. 맨 처음 향수품목이 쇼핑몰에 올랐다. 향수나 화장품 같은
품목은 어느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특징없는 품목이다. 그런데 그는 왜 이런 품목을 선택했을까. 비장애인인 우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대목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자기 또래의 젊은 여성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런
내밀한 꿈이 그 안에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향수를 뿌려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머니가 예전에 향수를 뿌려 맡아봤다고 한다. 이제부터 배우면 된다고 말했다.


쇼핑몰이 잘 될 지 자신할 수 없다. 쇼핑몰을 하면서 그는 한 1년 정도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기 위해 잠적하겠다고 말했다.
표정에서 그가 많이 지쳐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세상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필사적으로 매달려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이들에게 세상은 문지방이고 범람하는 협곡이며 지뢰밭이다.


경수씨는 만날 때마다 독일을 여행하고 싶다고 한다. 그곳은 장애인이 혼자서 여행할 수 있는 나라이다. 그가 독일을 꿈꾸지 않고 좀 편안하게
이 땅에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날은 언제 올까.




김예옥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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