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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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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공연장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공연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주시 MBC 가요콘서트는 ‘예고된 참사’라는 점에서 방송사의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에 대형 공연장을 둘러싸고 주최측과 시(市) 간의 불·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행사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특히 공연장 참사가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일로 각성하고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연장 사고 되풀이
공연장 참사 사고는 지난 1992년 2월17일 발생한 미국의 세계적인 팝그룹 ‘뉴키즈 온더 블록’의 내한공연장 사고가 대표적. 서울 올림픽 공원내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당시 공연은 10대들이 서로 무대 가까이 접근하려고 하다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박모 양(당시 18세)이 숨졌다. 당시 사고는 공연장의 수용인원 1만여 명 외에 1800여 평의 공연장 마룻바닥에 6,000명이 넘는 10대 관객들을 추가로 입장시켰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98년 전남 순천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소년소녀가장돕기 콘서트’에서 H.O.T를 보기 위해 여학생 팬들이 몰리면서 2명이 실신하고 1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작년 충북 청주시 청주대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개교 기념 음악 공연에서 13명이 부상했고, 지난 7월 성남시 분당구 한 여고 체육관에서 음악 전문 케이블방송 녹화 도중 MC몽에게 관객들이 무대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10여 명이 다치는 등 방송 공연장 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MBC는 이번과 같은 공연장 참사 사건이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던 전력이 있어서 더욱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앞서 8월22일 전남 광양 중동체육공원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에서도 2만여 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십 명이 넘어진 일이 알려져, 상주 압사사건은 예고된 사고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다른 지방자치단체 공연 때도 이와 유사한 ‘입장객 전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주최의 야외 대형공연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안전요원이 투입되고, 그나마도 관객에 비해 적은 인원인데다, 지정좌석제가 아닌 무료 선착순 입장이 관행이다.

전국을 돌며 무료 야외공연을 해 온 KBS ‘열린 음악회’도 마찬가지. 실내 공연과 달리 5,000~1만 명의 대규모 관객을 무료로 선착순 입장시키는 방식이다.

공영방송사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는 공연에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면 유명가수가 직접 개최하는 콘서트는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야외 공연장의 경우도 입장 수입을 노려 축구경기장 그라운드 등지에 이동식 좌석을 지나치게 많이 설치하고 무리하게 입장객을 받아들이면 사고의 위험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제작 관행이 사고 위험 키워
상주시 가요콘서트 참사는 외주·하청제작 등 방송사가 직접 책임지지 않는 제작시스템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사의 대형공연은 많은 관객이 몰리는 만큼 안전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원통제 등 안전관리는 경험 없는 대행사·경비업체에서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이 항시 상존하고 있다. 이런 제작 관행이 사고의 예방 및 처리에도 어느 기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참사의 책임은 공연기획사와 상주시 MBC가 서로 책임이 있다. 지방 공연의 특성상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알면서도 현장에 구급요원을 전혀 배치하지 않은 공연기획사의 책임이 크다. 이 날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협회는 상주 시민운동장에 2만여 명의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장에 투입한 안전요원은 10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자체용역 80여명은 전문성이 부족한 아르바이트생이 대부분이었다.

예상 관람객에 비해 안전요원의 수가 부족해 인원통제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경찰 230여명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그러나 “관련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지방에서 벌어진 대형콘서트의 유치와 홍보에만 열을 올린 채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상주시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지방에서 흔치 않은 대형공연을 벌이면서도 선착순으로 공연장을 개방한 것은 참사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MBC도 “상주시와 협회가 가요콘서트 개최를 요청해 와 순수한 제작인력만 내려 보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안전의식 부재 비판 이어져
자민련은 지난 4일 즉각 논평을 내고 “이번 MBC 가요콘서트 공연장 압사사고는 첨단시대에 일어난 후진적인 인재지변”이라면서 “행사장 출입구에 정리요원 몇 명만 배치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사고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MBC나 진행을 책임졌던 상주시와 경찰이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상대의 국감에선 “MBC의 계속되는 방송 사고를 방문진은 구경만 하느냐”(열우당 윤원호 의원 등)라는 추궁도 이어졌고, KBS 감사에서는 방송사의 안전의식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MBC나 KBS나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오로지 모든 프로그램을 흥행성 위주로 상업주의적으로 접근하는데 따른 예고된 참사”라며 “방송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기획사들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고 직접 책임지지 않은 행태와 이름만 빌려주는 구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연법’에 따르면 ‘3000명’ 이상의 관람이 예상되는 공연을 하고자 하는 자는 그 시설이나 장소 운영자와 공동으로 공연개시 7일 전까지 재해대처계획을 관할 소방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MBC는 상주 소방서장에게 재해대처계획을 전달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은 “공연 기획시 예상관객 100명당 최소 1명의 안전요원을 확보하고, 모든 야외공연에서 선착순 입장을 없애라”고 제안하면서 “소방서장이 재해대처계획을 검수하고 이를 감독하는 책임을 두도록 법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공연장 사고 일지

△1992.2.18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미국 팝 그룹 ‘뉴키즈 온더 블록’ 공연
- 공연 중 10대 소녀팬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나오다 60명 중경상.
△1995.10.28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젊음의 삐삐 012 콘서트’
-1만여 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입장하려다 8명 부상.
△1996.12.16 대구 우방타워 잔디 광장에서 열린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 방송.
-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앞으로 몰리던 관객들이 앞쪽 관중들을 덮쳐 1명 사망,
5명 중경상.
△1996.12.16 대구 MBC 공개홀 H.O.T 공연 도중 팬들이 무대 쪽으로 몰리면서 2명 부상.
△1998.12.4 전남 순천시 연향동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소년소녀가장돕기 콘서트’
- H.O.T에게 한꺼번에 여학생 팬들이 몰려 2명 실신, 10여명 부상.
△2002.9.22 대구시 두류공원에서 열린 한가위 효 콘서트
- 공연장 입장 도중 뒤에서 밀린 관객들이 넘어져 4명 부상.
△2004.6.4 충북 청주시 청주대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개교 기념 음악 공연.
- 입장 중 뒷사람에게 밀려 13명 부상.
△2005.7.11 성남시 분당구 한 여고 체육관에서 음악 전문 케이블방송 녹화 도중 MC몽에게 관객들이
무대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10여명 부상.
△2005.8.22 전남 광양 중동체육공원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
-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어 2명 부상.
△2005.9.3 경북 상주시 계산동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MBC 가요콘서트.
- 공연장에 한꺼번에 입장하려다 11명 사망, 50여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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