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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한 현대그룹 ‘득’ 될까,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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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보유액 훨씬 웃도는 무리한 인수가로 ‘제2의 금호’ 또는 ‘승자의 저주’ 우려 제기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이 벌인 54일간의 지루한 싸움은 결국 현대그룹의 ‘승’으로 끝났다. 세간에선 현대건설의 인수전을 놓고 한 집안의 시아주버니와 제수가 뛰어들어 그 결과에 특히 주목했던 것도 있다. 현대차의 막강한 자금력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릴 정도로 우세한 위치였다. 그에 비해 열악한 현대그룹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감성광고’로 현대건설 인수의 타당성을 호소했다. 결과의 뚜껑이 열렸을 때 상황은 반전됐다.

16일 오후, 최종인수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결정됐다. 기뻐할 일만도 아니다. 적정 인수가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 자금 부담에 따른 난관이 남았고 ‘제2의 금호’ 또는 ‘승자의 저주’라는 시장의 우려도 지나치기 어렵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다윗 승’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현대그룹의 승리 요인은 현정은 회장의 뚝심과 과감한 결단력에 있었다. 현대그룹은 최근 주력사업인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중단되면서 일대 위기를 겪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 위기를 ‘현대’의 뿌리인 현대건설 인수로 돌파할 계획을 세웠다. 1년 전부터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매진했다.

하지만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차그룹이 인수전에 가담하면서 ‘집안싸움’이 됐다. 사실 정 회장이 처음부터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대형 M&A(인수합병)로 몸집을 더 키워야한다는 자체 분석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가담한 계기가 됐다.

그룹규모와 자금력만 보면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에 게임이 안됐다. 일단 현금 동원력이 현대차는 10조원이 넘었지만 현대그룹은 1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채권단의 지분 34.88%를 인수하기 위한 예상 인수가는 3조5,000억~4조원 가량. 시장에 평가하는 현대건설의 기업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친 가격이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이 현대차 등 범 현대가로 넘어가면 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어 현대건설 인수에 필사적으로 임했다.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의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려고 하자 법정 소송까지 벌여 승리를 이끌어냈다. 본입찰이 가까워지면서 인수전에 필요한 ‘실탄’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계열사를 통한 유상증자와 기업어음, 회사채 발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현대그룹이 9월24일 매각공고가 날 무렵부터 매주 월요일자 신문에 광고도 게재했다.

본입찰에선 당초 인수가격(4조원 이내)보다 훨씬 높은 5조5,100만원을 적었다. 현대차그룹(5조1,000만원)보다 4,100만원이나 높았다. 현대건설 매각 지분 34.88%를 두 배가 넘는 주당 14만1,000원(16일 종가 기준 현대건설 주가 6만2,200원)에 사겠다는 제안이다. 인수가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실상 ‘올인’한 셈이다. 결과는 적중했다.

‘승자의 저주’ 재현될라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22조3,000억원에 매출 21조4,000억원으로 재계 21위에서 두산 한화에 이어 14위로 오르게 됐다. 현대상선을 제외하면 그럴듯한 대표기업이 없던 상황에서 매출 10조원 안팎의 현대건설을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점도 큰 성과다. 현대그룹은 10년여 동안 품어온 “잃었던 모기업을 되찾아 지키겠다”는 숙원도 풀었다.

현대건설 최종인수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후, 현정은 회장은 “정주영 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보유 현금 1조5,000억원을 뺀 나머지 4조1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인수자금을 내년 3월말까지 현금으로 한 번에 납부해야 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그룹이 차입 인수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번 인수가 자칫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마련 계획은 이렇다. 일단 자사주 신탁해지와 현대엘리베이터 채권발행 등을 통해 1조2,760억원, 현대상선 유상증가 4,000억원, 기업어음 4,500억원,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과 동양종합금융 등 재무적 투자 1조원 정도 등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무리한 인수로 자칫 ‘제2의 금호’ 또는 ‘승자의 저주’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을 빌렸다가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2006년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2007년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같은 해 대우조선해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 등이 비슷한 예다. 이들 기업 모두 기업들이 인수 욕심이 지나쳐 무리하게 높은 인수가를 써낸 게 화근이었다.

과도한 경쟁이 입찰가만 불려

실제로 이런 우려는 시장에서 더 빠르게 확인되고 있다. 인수대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현대 계열사 주식이 급락했다. 현대그룹이 예상을 크게 웃돈 인수대금을 뒷탈 없이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와 향후 재무적 리스크를 현대건설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털어내 주가가 상승했다.

증권사들은 잇달아 현대건설 목표주가를 내리는 등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금 조달여력이 크지 않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무리한 가격에 인수해 현대그룹 뿐 아니라 현대건설도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광숙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4조8,00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중 2조5,300억원이 차입된 것”이라며 “인수금액이 당초 예상을 웃돌면서 나머지 7,000억원도 차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인수자금 상환 부담을 우회적으로 현대건설에 전가하거나 현대건설의 인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주가의 할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 노조는 채권단의 결정에 반발했다. 현대건설 임동진 노조위원장은 “노조원 1,300명 중에서 95%가 인수업체로 현대차그룹을 선호했다”면서 “채권단은 자신의 배만 불리는 돈잔치를 하고 있다. 매각기준과 심사내용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그룹이 제시한대로 가격대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채권단은 4조7,000억원 정도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9년 전 채권단의 현대건설 취득 평균단가는 평균 주당 2만원 정도였다. 그 외 외환은행(8.72% 지분)은 1조1,800억원, 정책금융공사(7.84%)와 우리은행(7.46%)도 1조원 이상의 차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차입금은 결국 현대건설이 떠안아야 한다”며 “과도한 자금부담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또다시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과도한 경쟁으로 채권단 배만 불리고 매각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린 꼴이 되고 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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