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와 한 개인 철학자의 가치관 충돌이었던 소크라테스 재판은 세계사의 유명한 재판들 가운데 가장 극적이고도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의와 극명한 이슈를 던져주는 재판이었다. 동서양의 저작들에 천착해온 뉴욕대학의 제임스 A. 콜라이아코 교수의 ‘소크라테스의 재판’은 기원전 399년에 열린 철학과 정치 사이의 비극적 대결이었던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재현하면서, 이 재판의 의의와 더불어 재판이 제기한 국가와 개인, 민주주의와 법치, 법정의 정의와 법사상의 정당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짚어나간다.
철학과 정치가 양립할 수 있는가
소크라테스는 개인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 신에 대한 의무가 국가에 복종해야 할 의무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했지만, 국가는 그를 체제에 따르지 않고 전통적인 공동체의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반국가적 개인으로 규정해 엄중히 벌했다.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 재판을 일컬어 ‘철학자에 대한 국가의 재판’이라 했으며, 재판 이후 ‘철학과 정치가 양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두고 인류는 팽팽한 논란을 계속해왔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국민은 법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가,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또 양심에 어긋나는 법과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가, 정치적 의무의 근거는 무엇이며 어디까지 그 의무를 지켜야 하는가,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불러온 논란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과 국가권위의 조화라는 시점에서 양측을 공평하게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아테네라는 국가가 소크라테스를 처형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가치를 어겼을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 자율적인 개인을 전제적으로 억압한 상징이 됐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약점
하지만 저자는 타협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모든 사회, 특히 민주사회에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타협이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라는 것. 바로 이 지점이 대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가 지닌 약점이자, 악법 논란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시민 불복종의 원인이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독배를 받은 소크라테스를 단순히 전제적 국가에게 짓밟힌 무고한 개인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쟁 패배 이후 쇠락해가는 국가 안보를 다잡아야 했던 당시 아테네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면 근본적인 가치관과 신념을 공격하는 자를 처벌하는 것은 원형적인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도덕적 양심의 철학으로 국가의 권위에 맞선 한 시민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직격탄과도 같은 근원적인 질문들을 퍼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