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40대 여성이 귀부인 행세를 하며 이웃들로부터 수십억원을 빌린 뒤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수원중부경찰서와 주민들에 따르면 10여 년전 장안구 조원동으로 이사 온 박경애(47·가명)씨가 이 일대 주민 11명으로부터 6000만원~7억원씩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지난 8월 말 도주했다.
박씨는 “친정에서 보내 주는 돈이 많다. 딸은 뉴질랜드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는 등 재산이 많다고 과시하며 이웃들에게 접근, “월 3~5% 이자를 주겠다”고 환심을 산 뒤 돈을 빌렸다.
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후한 이자를 셈 쳐서 곗돈을 돌려주겠다고 꼬드기기도 했다. 돈을 갚아야 할 시기가 돌아오면 식료품과 옷가지 등을 사주며 달랬다.
이런 수법에 당해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들의 피해액만 22억원이 넘는다.
박씨의 꼬임에 넘어 간 피해자들은 대부분 40~50대 주부들로 남편과 사별하고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거나 20년 넘게 학원 통학버스 운전을 하며 모은 돈을 고스란히 내 준 경우도 있다.
심지어 집을 담보로 사채 빚을 얻어 박씨에게 빌려 준 피해자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업자에 집을 담보로 잡혀 6억8500만원을 뜯긴 정모(50·여)씨는 “박씨가 평소 ‘우린 성만 다를 뿐 친 자매’라며 10여년 친하게 지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20일 이후 집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울음을 터뜨렸다.
정씨는 “박씨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돈거래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해 털어놓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액수가 커져 말을 못한 사람들도 있다”며 “피해 규모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6억5500만원을 사기 당한 조모(53·여)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보험으로 대출까지 받아 빌려줬다”며 “피해자 중에는 경찰 공무원과 세무사 부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달 7일 이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박씨가 가명을 사용하면서 주민번호를 도용한 사실을 확인, 박씨의 신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또 박씨와 동거하며 사기행각을 도왔다는 김모(63)씨에 대해서는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및 출국금지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