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1.1℃
  • 맑음강릉 6.5℃
  • 맑음서울 1.7℃
  • 맑음대전 3.6℃
  • 구름조금대구 4.7℃
  • 구름많음울산 4.0℃
  • 맑음광주 4.3℃
  • 구름조금부산 6.5℃
  • 맑음고창 2.9℃
  • 구름조금제주 6.4℃
  • 맑음강화 0.6℃
  • 맑음보은 2.6℃
  • 맑음금산 3.5℃
  • 맑음강진군 4.8℃
  • 구름조금경주시 4.2℃
  • 맑음거제 4.6℃
기상청 제공

사회

“영어가 뭐길래…”

URL복사

“영어 못하는 게 무슨 죕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대학 때 영어공부만 할 걸 그랬습니다.” 컴퓨터 엔지니어를 꿈꾸는 J씨. 컴퓨터 만지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J씨는 군 제대와 서울권 4년제 대학졸업 후 희망했던 모 기업에 입사를 지원하려 했으나, 지원 자격이 ‘토익 600점 이상’이라는 사항을 보고 포기해야만 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해 희망 기업엔 서류도 못 내보고 실력평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요즘은 제 아무리 잘나도 영어를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다. 실용영어가 뒷받침 돼야 기회가 주어지든, 유리한 위치에 서든 할 수 있다. 글로벌 역량 강화가 곧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현상이다. 세계적 추세가 이러하다 보니, 온 국민이 영어 열풍에 휩싸여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영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현대인으로선 영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시험영어 성적 말짱 ‘꽝’... 프리토킹 실력 경쟁
영어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국제화 시대인 지금,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만 돼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게 요즘 통설이다. 기업체에서 ‘영어 가능자’를 선호하는 건 당연지사. 토익성적을 입사전형에 자격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일반적이고, 영어 면접시험을 통해 실제 회화 수준을 평가하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단순히 영어성적이 높다고 인정받는 건 아니다. 영어는 기본, 제3외국어는 선택으로 실제 활용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가 중요하다. 토익 700~800점대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내민다. 900점 이상의 고득점자도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영어’는 기본이고 ‘수준차’에 따른 경쟁이 보이지 않게 작용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선정(SK텔레콤 BIZ전략팀 대리)씨는 대기업의 특성상 ‘영어는 다 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하지만 그 기대치가 상대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누가 실력이 뛰어난지 가리기도 힘들다. 토익 900점 이상자는 수두룩하고 다들 공부 좀 했던 사람들이라 시험 영어는 평가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 최근엔 영어를 좀 한다는 사람들도 어학연수는 명함도 못 내밀고 외국 유학에 국적 자체가 외국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40대 이후 과·부장급들 중에도 업무상 영어수준이 뛰어나긴 하지만 일부 영어가 안되는 사람들은 남모르는 고민을 해야 한다. 대기업 간부로서 학원에 가기에는 남들 시선도 있고 해서 보통은 개별과외나 전화 교육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취업·인사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대기업 139개사를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86.3%가 신입사원 채용시 영어평가를 하고 있다. 입사지원이 가능한 토익점수 하한 기준은 평균 676점. 영어실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 기술직도 하한점이 643점으로 사무직의 692점과 별반 차이가 없다.

HR코리아 유용미 과장은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영어 프리토킹을 기본조건으로 하는 곳이 80%정도 되고 홍보나 마케팅 외에 엔지니어도 영어가능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는 요즘 기업들은 사업전략이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개발부터 모든 것을 해외 쪽에 맞춰, 엔지니어도 선진국의 기술교류와 제품개발을 위해 영어능력을 중요시 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술직이라도 영어실력이 없으면 서류는 통과해도 취업엔 불리하다.


어학연수 다녀온 후 재취업 바람
업무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도 영어실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마이너스된다. 실제로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실력이 뛰어나도 영어가 안되면 연봉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토익 900점 이상, 국내 유명대학 우수졸업, 외모, 실력 모든 게 완벽했던 K씨는 웬만한 기업 비서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영어면접에서 결정적으로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그가 원하는 대기업 비서직에 채용되지 못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비단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을 대세로 중소기업이나 일반 소규모 업체서도 기획, 홍보, 마케팅 부서 등에서 영어가능자를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거나 우선 채용내지 가산점을 부여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 토익 만점자(990점)를 탈락시켰다. 최종면접에서 영어회화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평가결과 토익점수와 업무능력에 큰 상관관계가 없고 점수가 높아도 외국인과 실제 대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자격조건이 영어 가능자로 국한돼 있어 원하는 일과 기업이면서도 입사지원조차 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힌다. 이정설 씨(29세 중소 의류수출업체 근무)는 비교적 영어에 자신감이 있었다. 대학 4년 동안 꾸준히 영어실력을 다져왔고 토익점수도 750점 정도를 따둔 상태였다. 지방에 있는 회사 사무직에 근무하다 좀 더 능동적인 일을 찾고 싶어 이직을 준비한 이 씨는 막상 면접시험을 보러 다니면서 자신의 영어가 ‘우물 안 개구리’ 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길로 무작정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1년 반 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비로소 서울의 한 중견 의류업체 기획자로 취업이 됐다. 이 씨는 “15년간 영어공부를 했지만 막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참 허탈했다”면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회화수준이긴 하지만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많아서 요즘도 매일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퇴근 후 케이블 방송 등을 보면서 실력을 쌓고 있다”고 말한다.

직장 내에서도 영어수준의 차이 때문에 고민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국내 유명 J 헤드헌팅사에 근무했던 김정남(34세)씨는 “운이 좋아 원하는 회사에 이직해 일을 할 수 있었지만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외국계 기업체나 대기업 인사담당자를 상대할 때가 많은데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내가 아무리 성실히 일을 해도 능수능란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다른 경쟁자와는 비교가 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김 씨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10개월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자신감을 갖고 새 직장에서 헤드헌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늦은 나이에 사표를 던지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면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영어는 기본 도구이고 그 도구가 없으면 당연히 상대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고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용미 과장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진출을 위해 기술력 제휴를 맺고 해외지사 설립 등 ‘세계인’을 상대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지금 일은 하고 있지만 영어가 안되면 나중에 낙오될 수밖에 없다”며 영어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김예지 의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 명시...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을 명시하고 그 결과를 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 재선, 사진)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제1항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조산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전국적 조직을 두는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및 조산사회(이하 ‘중앙회’라 한다)를 각각 설립하여야 한다”고, 제66조(자격정지 등)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제65조제1항제2호의2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1.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2.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라고, 제68조(행정처분의 기준)는 “제63조, 제64조제1항, 제65조제1항, 제66조제1항에 따른 행정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