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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커스 축제, 한번 빠~져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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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의 뉴웨이브로 손꼽히는 김희조(33) 작가가 1년 만에 2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15~26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 도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층 더 화려하고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작가의 미술세계가 어디까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작업실을 찾아 미리 엿보았다.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종합예술
젊은 작가의 발전과 성장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항시 그렇듯, 김 작가의 행보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완성되지 않은, 그래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작업의 역동성 때문일 것이다. 김 작가는 매 전시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한층 강화시키면서도 도전적인 변화로 자기 틀을 부수는 정반합의 복합적인 성숙을 보여준다. 그래서 김 작가의 작업은 내면의 전개와 시대의 트렌드가 동시에 묻어나오면서도 시류와는 또 다른 고집스러운 작가적 세계를 열어 보이는 것이 특색이다.

 10~15여점의 작품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판화와 꼴라주,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과 대표작이 함께 소개될 계획이다. 그 중 메인 작품인 ‘Let’s go tougether!’는 전시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김 작가의 작품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모험의 움직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한 단면을 미술적으로 읽어낸다는 면에서 흥미롭다.

 ‘Let’s go tougether!’는 과장된 서커스의 이미지들로 장식된 박스다. 성인 한 명이 넉넉히 들어갈 정도의 작은 옷장 같은 이 박스의 겉면에는 외발 자전거를 타는 피에로와 접시를 돌리는 여인, 재주부리는 곰 등의 서커스 출연자들이 얼굴에 구멍이 난 채 그려져 있다.
구멍난 얼굴 부분을 메우는 것은 관람객이다. 작품은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이 박스에 들어가 구멍에 자신의 얼굴을 밀어 넣고 사진을 찍음으로써 완성된다.

 관람객은 작품에서 받은 이미지를 표정으로 표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관람객은 능동적인 참여자이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서커스를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서커스 공연 속에 참여하는 것이다. 잔치판을 연 주체자인 창작자 또한 서커스를 벌이는 참여자들을 바라보는 입장에 서는 묘한 뒤바뀜이 이루어진다. “뒷짐지고 구경만하고 돌아서는 ‘그들만의 전시’가 아닌 대중이 함께 느끼고 체험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작가의 취지다.

 복제와 변형의 디지털 시대에 대한 미술적 성찰
김 작가는 ‘Let’s go tougether!’가 판화의 변종, 혹은 확장이라고 설명한다. “종전의 판화는 기본 에디션이 있어 한 작품을 여러 장 찍음으로 한정된 작품으로 끝나지만 이번 작품은 사람들의 얼굴을 대입시켜 무한대로 에디션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패러디물 등으로 대표되는 무한 복제와 변형의 디지털 시대에 대한 미술적 성찰이기도 하다.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의 보편화로 이미지는 신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다. 개인의 메시지를 영상에 담고 손쉽게 유포시키는 현실에서 미술적 창작 행위와 그 창작물의 공개는 이제 특별한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Let’s go tougether!’는 이 같은 시대적 코드가 유희적으로 녹아있다.

 다면성으로 요약될 수 있는 김 작가 특유의 경향은 이 작품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입체적 설치이자 사진촬영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영상 개념도 포함하는 이 작품은 박스에 그려진 페인팅의 평면 개념 또한 동시에 존재한다. 디지털적 유희와 아날로그적인 놀이의 상반되는 이미지의 공존은 독특한 아우라를 빚어낸다. 김 작가는 “열린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자신만이 소유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공개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유희를 제공하고 싶었다. 동시에 옛날 이동식 천막 유랑극단의 서커스 쇼를 관람하는 일종의 노스텔지어도 나의 작품을 통해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류를 고전적 방식으로 실현해 내거나 희극의 정점에서 비극을 읽어내는 작가의 극단을 오가는 줄타기는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소설과 미술의 행복한 만남
여성적이고 화려한 경향은 첫 개인전에서부터 한층 부각된 작가의 특색이기는 하지만, 최근 완성된 신작들은 ‘컬러의 만찬’이라고 할 만큼 풍부하고 과감한 색채의 진수가 펼쳐진다. 풍선껌의 이미지를 담은 ‘껌’의 형광 컬러는 색에 대한 무의식적인 금기와 억압에서 해방된 작가의 발랄한 자유분방함이 카타르시스를 준다. ‘Let’s go tougether!’의 알록달록한 색상은 서커스 현장의 환호성까지 귓전에 맴돌게 할 만큼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 오버된 컬러는 한편 피에로의 이미지가 그렇듯, 극대화된 화려함과 대비되는 고독과 슬픔을 인식시킨다.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미술이 대중과 즐기는 한바탕 놀이이자 대화가 되기를 원하는 작가의 바람은 의자형태의 작품에도 드러난다. 관객이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면서도 전시작이기도 한 이러한 설치 작품들은 실용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의 이력과도 연결되면서 ‘관객이 행복한 미술’을 추구하는 작가의 경향과도 일치한다.

 이번 전시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인 ‘미술 소설’ 또한 대중과 밀접한 소통, 혹은 대중에게 체험을 제공하고자하는 의도와 상통한다. 김 작가의 동생이기도 한 김소연(31) 방송작가는 그간 김 작가의 작업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느낀 감상과 사적 관찰기 등을 엮어 전시에 맞춰 소설을 냈다. 소설은 주인공이 전시를 시작하는 것으로 첫 장을 열고 전시를 끝내는 것으로 에필로그를 장식한다. 세 여자의 사랑과 일상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해석과 작가의 사생활 등을 담았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소설은 작가와 대중의 매개체적 기능을 하면서 장르간의 혼합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소연 작가는 “패러디 작업이나 작품에 대한 영감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은 있었지만 미술과 미술가를 축으로 한 순수 창작 소설은 시도된 적이 없다. 이 시도는 보다 더 가까이 대중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이번 전시의 의도와도 상통한다”고 말했다.
김희조 작가는 전시 이후 카페나 길거리 등 보다 열린 공간에서 관객과 만남을 시도하거나 참여자가 찍은 사진들을 활용해 또 다른 전시로 연결시키는 방법 등을 구상 중이다. 이번 초대개인전은 작가에게 공공미술에 보다 깊숙이 발을 디뎌놓는 계기가 될 듯 하다.

 한 장의 재미있는 사진을 간직하게 된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이 전시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Let’s go tougether!’의 진정한 즐거움은 작가가 제공하는 우리시대 미학, 그 세계 속에 풍덩 빠져 나 자신이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헤엄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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