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1.1℃
  • 맑음강릉 6.5℃
  • 맑음서울 1.7℃
  • 맑음대전 3.6℃
  • 구름조금대구 4.7℃
  • 구름많음울산 4.0℃
  • 맑음광주 4.3℃
  • 구름조금부산 6.5℃
  • 맑음고창 2.9℃
  • 구름조금제주 6.4℃
  • 맑음강화 0.6℃
  • 맑음보은 2.6℃
  • 맑음금산 3.5℃
  • 맑음강진군 4.8℃
  • 구름조금경주시 4.2℃
  • 맑음거제 4.6℃
기상청 제공

사회

‘벼랑’ 끝에 선 노조, 어디로 가나

URL복사

노동계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자의 인권을 주장하며 무리한 투쟁을 감행해 여론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과 같은 추락은 없었다. 불법파업과 취업장사, 폭력사태, 잇단 비리 등으로 노동운동의 가장 큰 무기인 ‘도덕성’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불과 한달 여 전(4월25일) 양대 노총 위원장이 ‘비정규직 보호입법 쟁취’를 외치며 두 손을 맞잡고 국회 앞에서 공동 단식 투쟁을 단행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노동계의 위기는 상상도 못했다. 오로지 관심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보호입법’을 쟁취하는 것에만 있었다.
양대 노총의 투쟁은 지난해 ‘하투’와 ‘동투’에 빗발친 노동운동의 비난 여론이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공통의 문제라는 점에서 힘이 실리면서 노동계를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정부와 재계도 여론에 힘을 받은 노동계를 무시하지 못해 4월 국회 처리를 6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됐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가 터지면 다른 한 쪽에서 사건과 비리가 연이어 터져 손써볼 기회도 없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와 재계도 이 틈을 타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 ‘강경’ 자세로 선회하고 있다.

 잇단 비리로 멍든 ‘노조’
올들어 민주노총은 기아차와 항운노조에 이어 이번 현대차 노조의 채용비리로 얼룩졌고, 한국노총은 택시노련의 기금유용, 한국노총의 복지센터 건립과 관련된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노총은 택시노련 기금 관련 비리로 한국노총의 ‘입’역할을 해 온 권오만 사무총장이 수배중인 가운데, 노동계의 상징적 인물인 이남순 전 위원장과 권원표 전 상임부위원장 등 전·현직 간부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체포됨에 따라 도덕성 회복이 쉽지 않을 만큼 타격을 입었다. 이로써 한국노총은 창립 59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한국노총은 비리 연루자의 징계, 외부회계감사제 도입 등 방안을 내놓고 조직혁신특위를 발족시키고 더 이상의 사태가 확대되지 않도록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으나, 불과 1주일 만에 위원장급 간부가 줄줄이 비리혐의로 체포돼 충격이 더 크다.

 노동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양대 노총 내부출혈을 각오하고 비리척결에 나서겠다고 강력히 밝히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노총의 거듭나기’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고.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비리를 낱낱이 밝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5월16일 외부 감사제도 도입, 비리 연루자의 임원 진출 차단, 노조간부 재산공개, 재정자립도 제고 등의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24일에도 ‘노조의 도덕성과 재정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열고 신뢰회복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맞아떨어지는 대안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각종 노동계 비리가 터질 때마다 ‘자정’과 ‘혁신’을 주장하지만, 변화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이나 재산공개를 하는 공직자들의 비리가 여전하고, 지난 2002년에도 ‘개혁특위’를 만들었지만 아무 성과가 없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할말 없지만 그래도…
노동계 내부적으로는 일련의 비리수사가 ‘자본’과 ‘공권력’의 의도된 공격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이 숨어있다. 거센 비난여론 속에 목소리를 낮추고는 있지만, 비단 노조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양비론적 시각도 있다.

 사실 완전 틀리다고 단정 지을 수만도 없을지도 모른다.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양대 노총과 대기업 노조의 힘은 막강해졌지만, 재계는 파업을 우려해 눈치를 보는 입장이 됐고 정부는 그런 노동계와의 대립을 피하고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노조와 불편한 관계로 대립하기보다 자본가와 함께 ‘포섭’을 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동계가 저지른 비리가 합리화 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과 자본의 힘이 없는 노동자를 대표해서 일을 하는 집단이기에 이번과 같은 비리로 도덕성이 훼손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노동계가 잇단 파문으로 입지가 위축되면서 사용자는 물론, 정부도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불법파견 해소’를 위한 ‘특별교섭’이 무너졌다. 이 교섭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던 현대차 측이 요청했었다. 경찰도 노동자 집회에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삼보일배 행진을 하려던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580여명을 이례적으로 전원 강제 연행했다. 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고 이유를 밝혔으나, 민주노총 측은 “신고를 마친 지극히 평화적인 집회였다”고 반발했다.

정부와 재계 ‘노조 달래기’서 ‘강경’ 선회
더 심각한 문제는 비정규직 법안 처리와 노사관계 로드맵 등 노동현안이 노조 비리 문제로 타격을 입어 노동운동의 정당성이 훼손된 만큼 사회적 대화가 정상 가동하기 힘들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정부와 여당, 재계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노사정 협의가 안돼도 비정규직 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재계쪽도 “정규직 고용의 유연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비정규직 협상은 반대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과 관련해서 김대환 노동장관은 “노사간 로드맵 논의를 기대하고 있지만 무기한 방치할 수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노동계의 조속한 로드맵 논의 참여를 촉구했다.

 설상가상 지금의 노동계 문제의 재발방지를 위해 외부의 손을 빌려 노조를 수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 장관은 지난달 19일 고려대 노동대학원 초청 ‘2005년 노동정책 방향’에 대한 강연에서 “정부가 노조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해 정부 차원의 노조 규제를 검토중 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조 규제 개입은 바람직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노조의 회계감사를 하고 법과 제도적인 통제를 받는다면 이미 그것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지도부 비리로 노동운동 자체가 매도 당하거나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들이 묻혀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노조를 감시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노동계 안팎으로는 노조가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스스로 자정을 이뤄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몰락’할 수 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이라는 비관적인 분석도 있다. 한림대 박춘식 교수는 “미국의 노동운동이 부패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면서 한국 노동계의 자정적인 부패 척결을 주문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김예지 의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 명시...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을 명시하고 그 결과를 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 재선, 사진)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제1항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조산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전국적 조직을 두는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및 조산사회(이하 ‘중앙회’라 한다)를 각각 설립하여야 한다”고, 제66조(자격정지 등)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제65조제1항제2호의2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1.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2.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라고, 제68조(행정처분의 기준)는 “제63조, 제64조제1항, 제65조제1항, 제66조제1항에 따른 행정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