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의·정 갈등 17개월 만에 의과대학 학생들이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대학마다 학생들의 복귀 상황, 학사 규칙 등이 서로 달라 정부와 대학이 해법을 찾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각 대학 학사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오는 21일 의예과 학생들의 복귀 마지노선이 다가오면서 학사유연화 등을 포함한 구제 대책이 나올지 여부와 새 정부에서도 이들의 복귀를 위한 특혜가 주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교육부는 의대생들 복귀 방안과 관련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연간 30주 이상의 의무수업 일수를 채워야 하는 예과생들의 복귀 마지노선이 이달 21일로 예정된 만큼 그전까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실정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과 교육부는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구체적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방학이나 계절학기 등을 모두 활용해 학사 유연화 없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학사 유연화 없이 이같은 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급·제적이 이뤄졌거나 사실상 확정된 학생들에 대한 조치를 번복할 경우 타과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요구대로 예과생들이 연간 30주 이상 연달아 수업을 들을 수 있으나, 본과생들의 경우 일정상 연 40주 이상의 의무수업 일수를 채울 수조차 없다. 본과는 실습이 1년 단위로 진행돼 중도에 복귀하기 어렵다. 대학마다 제적·유급 상황과 학칙이 달라 교육부가 일괄 조치할 수 없다는 점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대전협 비대위)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에서 핵심·중증 의료 현장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과 제도적 개선 등에 관한 논의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해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민·형사상 소송 부담 등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측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 당면한 과제, 중장기적인 과제를 함께 해결해가기로 공감대를 이루고 국민과 환자를 위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자고 뜻을 모았지만, 전공의 요구사항이나 수련 재개 시기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수업 복귀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을 지시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환영의 뜻과 함께 의정 대화를 기반으로 의료 정상화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밝혔다.
내부 의견 수렴과 외부 협상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전공의 복귀에 앞서 특정 조건이 따라붙을 수 있다. 최근 대전협 비대위 설문 조사에서 복귀 선결 조건과 정부에 요구해야 할 1순위로 모두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가 1위를 차지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또다시 특례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전공의 복귀를 끌어내기 위해 행정처분 철회, 수련 특례, 입영 특례 등의 당근책을 제시해 온 전례를 감안한 관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정부는 의사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정부는 동맹휴학 의대생들에 대한 특례를 만들어 제적하지 않도록 조치한 바 있다. 정부가 번번이 원칙을 훼손하고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다. 또한, 전공의들 역시 수련특례에 더해 입영특례를 주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사정을 봐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자꾸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의료 정책 추진이 현저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해 학교와 수련병원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 움직임을 보이자 환자단체가 먼저 복귀한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공의들의 편의를 봐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대규모로 수련병원에 돌아올지는 알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직 전공의 10명 중 6명꼴로 의원급에 재취업했기 때문이다. ‘기피과’가 아닌 ‘인기과’를 중심으로 복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