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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진’에 사춘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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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선생님의 ‘일진회’ 실태에 대한 발표 이후 학교 폭력이 극에 달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실상이라 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단위학교를 넘어서 지역별로 연계되고 이는 곧 상급학교로까지 그 맥이 이어지며 폭력조직과도 연계하고 있다.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청소년들이 검은 유혹에 빠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위기다. 학교와 학부모가 입시교육에 혈안이 돼 있을 동안, 우리의 아이들은 관심에서 방관돼 왔고, 그 안에서 또래들 간의 일탈행위가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과거 ‘일진’의 추억

일진회로 불리는 오늘의 학교폭력 사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지속돼 온 것으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학교폭력은 2000년대 들어서 극심한 왕따 현상으로 번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학교나 폭력써클 하나쯤은 있어 왔고, 당하는 소리없이 당하는 힘없는 아이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현상을 우리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것인지도 모르고, 혹은 학창시절 철없던 추억거리 하나쯤으로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는 나름대로 그 당시 일진들은 학생신분으로서의 도를 넘지 않는 수위조절(?)을 할 줄 알았고 졸업과 동시 그것은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여고때 폭력써클에서 활동했다는 이재영(27 가명)씨는 “그 당시 일진은 돈을 걷는다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애들은 없었다”면서 “같은 학교 학생에겐 피해를 안주고 우리 학교 학생이 타학교 학생에게 맞으면 가서 싸우거나 아니면 학교 선도원이 되어 학교질서를 유지시켰다”고 말한다. 그는 “체벌이 없어진 이후로 학교폭력이 심각해진 것 같다”면서 “그때는 일진짱이라도 체벌과 퇴학이 무서워 학생과 가는 걸 두려워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의 ‘일진회’ 조직은 단순히 학교에서 침깨나 뱉고 어깨에 힘주던 폭력 써클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띤다. 폭력과 금품갈취는 물론 성상납까지 받아가며 지역별로 거대 조직화하고 있다. 이들의 폭력과 일탈 행위는 성인의 ‘조폭’과도 비교될 정도로 잔인하다. 한창 민감한 사춘기에 있는데다, 행위에 죄의식이 없고 영웅심리가 강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짱’들의 문화

현재 일진회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400여개, 일진회를 포함한 전국 조직이 1,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진회는 지역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권 중고등학교 655곳의 교내 폭력써클을 조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중학교가 26개, 고등학교 5개로 모두 31개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6개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일진회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회원에 가입할 수 있는데 회원수가 무려 4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800만명의 초중고생 가운데 5분의 1이나 가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경찰청이 실시한 학교폭력 자진신고를 보면 피해자의 대분이 중고교생이지만 초등학생(4.7%)과 대학생(8.5%)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폭력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상급학교 진학에도 연결을 미치는 등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송연숙 사무국장은 일진의 개념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한 일(一)자에 나아갈 진(盡)자를 써 앞에 서서 나아간다는 우두머리의 의미가 컸다면, 지금은 참 진(眞)자를 쓴다는 것이다. 즉, 얼굴짱 몸짱 공부짱 쌈짱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거기에서 일탈행위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진을 ‘짱의 문화’이기도 하다고.

한 ‘일진짱’이 말한 ‘일진짱이라 좋은 점’은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는 일진짱이라 자신은 학교선생님들도 터치를 못하고 상납하라는 말 안해도 아이들이 알아서 갖다 바치고 시중까지 들어주고 일진짱의 위력을 과시했다. TV나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일선 학교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가담 학생들의 연령대가 현저히 낮아지고 여학생 일진이 크게 늘었다는 데 있다. 최근 경찰에서 피해.자진신고 실태조사를 봐도 중학생 특히, 여중생 폭력써클이 대부분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학생이 더 해!

지난해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폭력을 경험한 남학생은 전년과 거의 비슷한데 비해, 여학생은 크게 늘었다. 여고생은 6.4%, 여중생은 19.9%, 초등학교 여학생은 18.1%나 높아진 것. 지방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임성수 교사는 “여학생들은 선후배 관계가 확실하고 폭력이나 일탈행위도 남학생들에 비해 훨씬 더 잔인하고 과격한 것 같다”고 말한다. 여자 일진들의 활약이 커지면서 남학생들이 상호 연계되는 현상도 생겨난다고 한다.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송연숙 사무국장은 “얼마전에는 초등학교 1학년이 한 아이에게 돈을 뺏으면서 ‘엄마한테 얘기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사례도 있고,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성경험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학교폭력이 저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고 실상을 애기한다.
일진회의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초등학교 내에서의 성비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일선 상담교사들의 전언이다. 학교폭력에 관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아이들의 문제가 성문제 뿐 아니라 약물중독 까지 퍼져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 상담교사의 말에 따르면 중3학생이 성적 호기심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물어보니 이미 신물나게 많은 관계를 가져봤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가해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일단 사춘기가 빨라졌고 문화적 흐름도 변화한 것이 큰 이유가 된다. 사춘기가 빨라져 아이들이 그만큼 빨리 ‘성’에 적응하게 되고 성인물 등이 쉽게 파고들어 성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폭력적 게임을 즐기고 영화와 TV 등의 매체를 통해 폭력성과 어른들의 폭력문화를 보면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
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자치연대 김대유 공동대표는 “학교폭력은 최근 특정한 소수가 가해와 피해의 관계를 형성하는 저간의 형태를 깨고 빠른 인터넷 문화 등을 통해 일진회에 편승한 불특정 다수가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문화현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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