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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조원대 다단계, 속은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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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설립 2년만에 직원수 160여명에 회원수 2만5,000여명 확보. 총 매출액 1조1,269억원 달성.
최근 1조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W인터내셔널의 사업성과다. 경기불황으로 온 국민이 침체기에 빠져 있을 때 이 회사는 전국에 지사를 확장하는 한편, 해외로까지 사업망을 확충하는 등 단기간에 고성장을 거듭해 업계의 부러움을 샀었다.
끝을 모르고 고속 질주하던 이 회사는 지난 2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대표이사 안 모씨(46) 등 5명이 경찰에 구속되면서 사기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말았다.

판매원 등록비를 물품구입비로 위장


서울 수서경찰서는 방문판매원으로 등록만 하면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속여 2만5,000여 명으로부터 총 1조1,100여억 원을 걷은 혐의로 W인터내셔널 대표 안모씨 등 5명을 구속,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회사측은 이번 사건으로 한동안 쌓아온 공든탑이 무너질까 노심초사 하면서도 회원들을 안심시키며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일 회사 대표 등이 구속기소된 상태에서도 3월3일 2주년 기념행사를 거하게 열고 공석이 된 대표이사 자리에 지사장이 취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종로 강남 등에서 원래 불법 다단계 판매사업을 하던 중 단속을 당하자 상호와 대표이사를 바꿔 홈페이지까지 개설하고, 전국 33개소 센터를 만들어 다단계 판매사업을 해 왔다.

단기간에 높은 매출액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고수익을 남길 있다고 꾀어 회원가입과 동시에 고가의 물품을 구매토록 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방문판매법에 의하면, 다단계 판매회사는 가입비 명목이나 판매원 가입조건으로 돈을 받거나 물건을 사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 회사는 판매원 등록비를 받을 수 없도록 한 법망을 피하는 수법으로 회원가입과 동시 고가의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했던 것이다. 회원들은 본사로부터 양말 3켤레를 무려 7만원에 구입하고, 2만원짜리 화장품을 20여만원에 사는 등 판매물품을 고가에 구입해야 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비싼 가격에 물품을 구입한 것은 사실 반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등록비’에 속한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판매원 등록비를 물품 구입비로 위장해 가로챘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안씨 등은 올해까지 5조원대의 목표치를 정한 뒤 일반 회원은 44만원, 우수회원 115만원, 최우수회원 230만원 등의 등록비를 받은 것은 물론, 추가 물품구입비 명목으로 추가 자금을 내놓도록 해 1인당 수백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아냈다.

이 중 피해자 사례를 보면, 이 모씨(51 여)의 경우 230만원을 회사에 납부하고 최우수 회원 등급으로 판매원 자격을 부여받은 뒤 476만원을 들여 물품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물품은 한달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수당으로 들어온 돈은 15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나중에 도착한 물건도 고가인데다 팔기 어려운 것들 뿐이었다고 한다.
피해자 김 모씨(42 여)는 자신 명의로 1,320만원, 타인 명의로 9,020만원을 투자해 물품을 구매했으나 수당이 들어올 때가 되면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지급을 정지해 버렸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주로 주부나 퇴직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경찰은 말한다.


헛된 욕심으로 수억 날려

상당수 회원들은 몇 달동안 납입금조차 돌려받지 못했지만 회사측이 만든 교묘한 수당 체계 때문에 손을 뗄 수 없었다. 회사측은 회원들이 하위 판매원들을 많이 모집하거나 물품 구입비로 많은 돈을 납입할수록 직급을 올려주고 수당도 차등 지급했다. 실제로 상위 직급자 80여명은 한달에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이러다보니 회원들은 원금을 못챙기는 상황에서 돈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또 회원들이 받은 수당을 물품 재구매 비용으로 다시 투자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하위 판매원을 모집하지 못한 회원들은 그만큼을 물품 구입비로 추가지불토록 하는 등 돈을 내도록 했다. 회원들이 지급받은 수당으로 판매물품을 모집하지 못할 경우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 회원을 강제 탈퇴시켜 부당이득을 취해 온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의하면 이들은 회사에 납입한 돈의 규모와 모집한 하위 판매원의 숫자 등을 토대로 직급을 매기고 “높은 직급에 오르면 앞서 투자한 비용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수당을 제공받는다”고 꾀어 회원들의 돈을 끌어내거나 조직을 확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W인터내셔널측은 “피해 관련자 20여명을 정당 절차에 의해 피해구제를 위해 활동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원가입시 등록비를 걷고 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며, 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돼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 등 합법적인 기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관련협회 측도 가세해 W인터내셔널측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는 “검찰이 주장하는 피해액 1조1,000억원은 피해액이 아니라 W인터내셔널의 2004년 총매출액”이며 “현재 피의자 회사에는 피해자가 단 1명도 없다”는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협회는 또 “연간 매출총액이 1조를 상회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대기업의 대표를 잡범 취급한 수사관행은 구속적부심의 중요 심사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혀 경찰의 구속 수사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회원가입과 동시 소비자

회사측은 ‘명품이 일반적인 가격보다 비싼 이유’를 예로 들며, 그 기능성에 따라 비싸지는 것이고 또 특성상 일반적인 상품가와 다른 기준에 의해 매겨지는데, 즉 물건값 안에 회원수당이 별도로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건강식품에서부터 전자상품에 이르기까지 총 550여가지의 물건을 판매하는데, 그 종류와 기능에 대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어 그 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상품가에 회원수당이 포함되기 때문에 직급이 올라가고 수당을 많이 받으려면 당연히 회원 본인이 물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 “경찰의 일방적 수사는 말도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타사 네트워킹 마케팅에 비해 물건 구매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런 의혹을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즉, 다른 회사는 회원가입률과 매출액과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이 회사는 회원 대부분이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회원가입과 매출액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이 회사의 독특한 마케팅 방법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한다. 즉, 회원가입자가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체계라는 것. 타사에 비해 하위판매원 모집이나 물품구매가 높을수록 직급이 올라가고 수당도 많아지기 때문에 회원 자신이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며, 이를 회사측에서도 알면서 매출발생을 위해 방치했던 것이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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