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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거대한 소수’ 전략, 진보정당 정치 20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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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지역 조직·정책으로 성장... 한국 사회 어젠다 바꿔와
정파 갈등과 2차례 분당... 효용성 다한 ‘노회찬·심상정 모델’
당 뿌리 흔들··‘민주당 2중대’... 과연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가?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지난 2004년 처음 원내 진출했던 진보정당 정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22대 국회에서 진보정당의 맏형 격인 정의당은 원외 정당으로 밀려났다. 녹색당과 선거연합당으로 나서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에서 1석도 얻지 못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지 않고 독자로 나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2.14%를 받아 최소 득표율 3%를 넘지 못한 결과다. 민주당과 손잡은 진보당은 3석을 얻어 결과가 엇갈렸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은 경기 고양갑에서 3위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21대 국회에서 의원 6명으로 제3정당이었던 정의당은 이제 원외정당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촘촘한 지역 조직·정책으로 성장... 한국 사회 어젠다 바꿔와

 

정의당의 뿌리는 민주노동당이다. 2000년 창당해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10석을 얻어 단박에 원내 제3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정당 득표 8%를 얻고, 2004년 총선에서는 정당 득표 13%와 지역구 두 곳의 승리로 10석 원내정당으로 약진한 것이다. 그 후 민주노동당 계열 진보정당은 꾸준히 5석에서 최대 13석을 차지하며 한국 사회의 진보 의제를 정치 영역에서 확장해 왔다. 진보적 가치를 지켜가면서도 구체적인 현실의 조건을 반영해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수’ 전략으로 한국 사회의 어젠다를 바꿔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 합의와 타협을 하는 진보 정치인에게는 ‘우경화’ ‘배신자’ 딱지가 붙기 십상이었지만 당내 의견 그룹 간 활발한 소통 구조를 만들어 협의와 조율을 통해 돌파해 왔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은 “상대가 망해야 내가 사는 것은 전쟁이지 정치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진보가 해야 한다”며 비판 세력을 설득했다. 그 결과 강력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진보정당은 지난 20년간 진보 정치의 맥을 이어왔다. 

 

사실 2000년 민주노동당의 등장은 1970~1990년대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학생운동 등 사회운동의 성과가 집약된 결과였다. 사회운동 자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성장해 온 활동가들이 전국 각 지역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었다. 동네별로, 공장마다 ‘분회’라고 불렸던 당원 모임이 촘촘하게 조직됐다.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고 동네 당원 모임에 제 발로 나오는 진성당원 조직은 당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초기부터 당의 기초 체력이 튼튼했던 셈이다. 지역별 부문별 사회단체와의 연대도 중요한 축이었다. 지역 뿌리 조직이 한 축이었다면 정책 역량은 또 다른 축이었다. 진보정당에서 내놓은 정책은 한국 사회에서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부유세·무상교육·무상의료가 대표적이다. 한때 당 정책전문위원만 60명이었다. 여기에 각 의원실 정책담당 보좌진을 합하면 정책 전문가가 100명 가까이 됐다. 진보적인 젊은 전문가들의 집합소나 다름없었다. 정치권에선 우스갯소리로 “세계에서 가장 가방끈이 긴 정당”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정파 갈등과 2차례 분당... 효용성 다한 ‘노회찬·심상정 모델’

 

고질적인 당내 운동권 정파 간 갈등과 긴장은 진보정당 성장의 동력이면서 한편으로는 분열의 씨앗이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PD(민중민주)계열로 분류되던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을 NL(민족해방)계열의 지지를 받은 권영길 후보가 이기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1997년, 2002년에 이어 2007년 세 번째로 대선에 나온 권영길 후보는 3.01%를 얻어 5위를 기록했다. 당내에선 심상정이나 노회찬이 후보로 나서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연합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란 말이 돌았다. 당연히 책임론이 불거졌다. 여기에 당 인사 일부가 연루된 ‘일심회 사건’이 터지면서 정파 간 갈등이 격화해 결국 당이 쪼개졌다. 그러다 2011년 탈당파와 민주노동당 잔류파, 친노무현 그룹이 모인 국민참여당이 함께 통합진보당을 출범시켰다. 통합진보당은 다음 해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0.3%, 지역구 7명을 당선시켜 총 13석을 획득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2012년 다시 한번 당이 쪼개진다. 2013년, 통합진보당을 나온 NL계열과 PD계열, 국민참여당 세력이 만든 정당이 지금의 정의당이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됐다. 정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2석(경기 고양갑 심상정,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과 비례대표 4석(비례대표 득표율 7.23%)을 얻어 총 6석을 기록했다. 

 

진보정당의 국회 의석 확대 전략은 ‘노회찬·심상정 모델’이다. 비례대표를 통해 간판급 정치가로 성장시키는 전략이 그것이다. 노동조합(심상정)이나 사회운동단체(노회찬) 등에서 성장한 지도자를 비례대표로 추천해 국회에 입성하면 개인기나 당 역량을 동원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해 살아 돌아와 체급을 올리는 방식이다. 사회세력과 정당의 긴밀한 연계, 정치 지도자 육성과 세력 확장의 선순환 고리, 조직의 역량에 기대는 팀플레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구조에서 스타 정치인은 당 조직의 노선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특정 사회계층이나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 정당의 노선에 충실한 정치인 등 교과서적인 원리가 작동하는 정당이 되었다. 

 

‘민주당 2중대’ 오명... “과연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가?”

 

‘심상정·노회찬’ 모델은 빠르게 효력이 다했다. 2010년대 이후 사회세력과 진보정당 간 결합 고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등 사회세력의 대중적 영향력도 예전만 못했다. 당 조직의 뿌리인 노동 기반이 약해진 것이다. 노회찬·심상정 모델이 등장한 17대 국회 이후, 진보정당은 비례 의석을 통한 차세대 발굴에 연달아 실패했다. 18대·19대의 진보정당 비례대표 10명 중 지역구 생존자는 없다. 이에 진보정당은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사를 영입하거나 민주당과의 연대로 활로를 찾고자 했다. 특히, 민주당과의 연대는 당내 노선 갈등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다. 특히,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민주당과 연대 폭이 깊어졌다. 2019년 불거진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하던 선거제도 개혁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지만 당내 논란은 격화했다.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는 진보정당의 오랜 염원이었다. 민주당과 여러 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정치연대)은 2019년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하고 통과시켰다. 하지만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 호언장담하던 민주당이 약속을 깼다.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269만 7,956표(9.67%)를 받았다. 역대 최다 득표였지만 비례 당선자는 5석에 그쳤다. 만약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정의당은 비례대표 15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4.10총선에서 정의당은 민주당과 손잡지 않았다. 결과는 원외 정당이었다. ‘위기’라는 경고등이 켜진지는 꽤 됐지만 0석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심상정의 낙선과 정계은퇴는 진보정당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국회 재입성에 실패한 21대 정의당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당이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약자들과 긴밀하게 결합하지 못하면서 뿌리가 흔들렸다”며 “노동 중심성이든 진보적 가치든 당의 구심점이 형해화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페미니즘, 비정규직 문제 등 다양한 불평등 지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진보정당 성장의 동력이자 자부심이던 지역 기반이나 대중적 저변도 크게 약화했다. 언제부터인가 ‘거대한 소수’로서 설득력 있는 진보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진보정당 지역조직을 지키며 시의원을 역임한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가? 대한 답을 국민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진보정당 정치의 뿌리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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