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떠먹는 이유식’국산화에 성공한 한 이유식 업체가 신제품 마케팅을 국내 한 입양전문기관에서 ‘아름다운 이유식 기부’로 시작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소재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회에서 100여명의 국내입양아와 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지난달 24일 열린 이유식 기증식의 주인공은 바로 (주)종근당 건강.
국내 일반기업이 해외입양인을 지원하는 손길은 종종 있었지만 이례적으로 국내입양아를 대상으로 이유식을 기증한 사례는 말그대로 전무후무해 이날 기증식에 참석한 입양부모들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업의 사회환원 얘기는 가끔 들었지만 이번 경우는 처음이다. 입양가족뿐 아니라 사회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업이 귀한 사회사업을 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됐다.”
용인시에서 은빈과 혜빈 두 딸아이를 공개입양한 이수호씨 부부는 “이제 둘째아이가 10개월을 넘어서 한창 이유식을 할 때”라며 이 회사의 아름다운 이유식 기증에 미소를 담았다.
회사 직원 둘과 함께 기증식에 참석한 이 회사 이윤한(48)상무는 “떠먹는 이유식 첫 국산화 성공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국내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았다”며 “특별한 기증계기는 없다. 단지 모태신앙을 중시하는 회사방침 정도”라고 밝혀 오히려 주위를 의아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번 기증식 장소를 제공한 동방사회복지회측은 “종근당건강의 협찬으로 국내 입양가정 500여곳의 아기들이 지속적인 이유식을 제공받게 됐다”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광역시가 입양가정에 매월 20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한데 이어 이번 기업의 입양아기 이유식 기증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 입양은 반가운 증가세를 보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2일 집계한 지난해 국내입양은 모두 1641명. 전년도 1564명에 비하면 4.9%가 증가한 셈이다.
이에반해 해외입양은 2258명을 기록해 전년도 2287명보다 1.3%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입양아동 전원에 대해 의료급여 1종 대상을 선정, 급여비용 전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입양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방사회복지회는 이날 이유식 기증식에서 전국 입양가족 모임 결성식을 함께 갖고 입양아동 양육에 대한 정보와 고민도 온오프라인에서 입양부모들이 함께 나누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입양문화 엿보기 ‘입양의 달’
입양문화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매년 11월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정한 ‘입양의 달’로 기억한다.
이달에 입양을 하는 가정들은 대부분 위탁 가정에 있는 아동들을 입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입양의 달에는 대통령 포고에 따라 일반인들에게 입양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키고 지역 내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된다.
물론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입양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를 없애 영원한 가정을 기다리는 수십만의 아동들의 삶에 양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입양의 달’유래는 1976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주지사였던 마이크 듀카키스 씨는 ‘입양의 주(週)’를 선포했고 이 아이디어는 곧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결국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최초로 국가적 차원에서 ‘입양의 주’를 선포했고 이어 1990년에는 한 주가 아니라 아예 한 달 전체를 ‘입양의 달’로 정하게 됐다.
인터뷰/ (주)종근당 이윤한 상무이사
“국내입양아에게
사랑이유식 전할것”
아빠는 9개월된 딸 지우를 안고, 뒤따라 가는 엄마 양손엔 이유식 박스가 주렁주렁…
어림잡아도 50~60가정은 왔지 싶은데 막 이유식을 기증한 이윤한 이사가 어느새 양부모들 사이를 헤치고 화급히 엘리베이터를 향한다. “아니, 특별한 계기같은 건 없어요. 동방을 알게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고, 무엇보다 동방이 국내입양아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을 해온데 감사하며 이번 이유식 기증식을 가진것 뿐이죠.”
이 이사는 갑작스런 인터뷰가 쑥쓰러운듯 “그저 우리농산물로 만든 특별한 자사의 이유식이 앞으로도 매월 꾸준히 국내입양아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 화학비료나 농약을 벗어나 자연태양으로 자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 만든 국내최초의 떠먹는 이유식을 가장 먼저 국내입양아기들이 먹을 수 있게돼 오히려 동방에 감사를 드립니다.”
“자신있게 만든 신제품, 하지만 어른을 상대로 한 신제품 출시였다면 떠들썩한 광고전을 펼칠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들이 먹는 것이기에 동방에 문을 두드렸을뿐”이라는 이 이사는 “매월 60박스씩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짧은 말끝을 맺었다.
현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