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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커버스토리】 김기현 중심 쇄신, ‘혁신·민생’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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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키 잡은 김기현, “특단의 대책 강구”
“총선 패배 시 정계은퇴” 결기로 위기 돌파
尹 대통령 ‘소통·통합·국민’, 쇄신 힘 실어
고위당정 정례화·시즌2 혁신위, “원팀 민생”
김기현 표 쇄신 시동 “국민만 바라보겠다”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당 혁신과, 민생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단 김기현 체제 유지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국면전환용 전면 개편보다는 당 지도체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김기현 시즌2 당 혁신’과 민생에 방점을 두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도 연일 ‘소통’, ‘통합’, ‘국민’을 강조하며 국정 기조 변화와 김기현 체제 중심의 ‘쇄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정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민생 관련 정책은 당이 중심을 잡고 가겠다는 게 김 대표의 의지다. 고위당정회의가 1주일마다 정례화 된다. 그동안은 비공개·비정기로 열렸다. 당이 정부 정책에 대한 그립을 강하게 쥘 수 있는 소통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이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현실을 윤 대통령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쇄신 키 잡은 김기현, “특단의 대책 강구”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여당 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에서부터 국정운영 기조 전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쇄신론이 분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격차의 패배에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그 후폭풍의 한 가운데에 김기현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선거 다음날인 12일 긴급 소집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의 일성은 “우리 당은 보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구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며 더 분골쇄신하겠다”였다. 선거 패배 수습과 쇄신 작업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그 첫 작업으로 지난 16일 주요 임명직 당직 8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김예지 의원(비례대표), 신임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 조직부총장에는 경기 광주시갑 당협위 위원장인 함경우 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재선의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시 연천갑), 수석 대변인에는 초선인 박정하 의원(강원 원주시갑)이, 선임 대변인에는 전 서울 강동구갑 당협위원장인 윤희석 대변인을 임명했다. 19일에는 전략기획부총장에 배준영 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을 임명하면서 ‘김기현 2기’ 체제 인선을 마무리했다. 배 의원은 1970년생으로 윤상현 의원과 함께 여당에서 단 2명뿐인 인천 지역구 의원이다. 눈길을 끄는 인사는 신임 정책위의장인 3선의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을)이다. 유 의장은 과거 바른미래당에 합류해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지금도 ‘친윤계’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로 꼽히지만 당내 계파간 가교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함께 50대 초반의 수도권(경기 평택을) 3선이라는 상징성을 갖췄다.


김 대표의 이번 인선 기조는 수도권과 탕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를 수도권 출신으로 구성했다. 보궐선거 이후 확인된 ‘수도권 위기론’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탕평 및 통합을 또 한축으로 잡았다. 전임이 친윤(친윤석열)계 지도부란 비판이 있었던 만큼 계파를 초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령대 역시 대폭 낮아졌다. 임명직 당직자 중 1963년생인 이만희 의원과 1966년생 박정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1970·80년대생이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1971년생, 김예지 최고위원 1980년생, 함경우 부총장 1974년생, 김성원 원장 1973년생, 윤희석 대변인 1971년생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5일 만에 주요 임명직 당직 모두를 개편하면서 김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된 ‘당대표 사퇴론’을 돌파하며 재정비를 통해 당을 쇄신해나갈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총선 패배 시 정계은퇴 책임” 결기로 위기 돌파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차로 크게 패배했음에도 여권이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건 ‘대안 부재론’에 힘이 실린 까닭으로 보인다. 일요일이었던 15일 개최된 긴급 의원총회는 긴장감속에 진행됐다. 전날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임명직 당직자 8명이 전격 사퇴했음에도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했었다. 하지만 막상 비공개 의총이 시작하자 김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고 한다. 한 비례 초선 의원은 김 대표 사퇴 요구를 거론하며 “내부 총질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울산의 3선 의원, 경기지역 재선 의원 등도 “책임을 따지는 것보다는 당의 분열을 막고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 대표를 두둔했다고 전해졌다. 의총 중반 비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통령실의 불통과 독주를 비판하고, 김 대표 체제의 무기력을 지적하는 비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관하게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4선) 의원은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단합과 분열이 아니다. 우리의 화두는 변화와 혁신이 돼야 한다”며 당과 대통령실이 엄중한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원회를 조기 발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시적으로 김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페이스북으로 사퇴를 요구했던 최재형(서울 종로, 초선) 의원과 서병수(부산 진갑, 5선) 의원도 김 대표 사퇴를 직접 꺼내지는 않았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대표는 의총이 끝날 무렵 15분여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총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 총선에 패배하면 정계은퇴로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언론에 드러내지 않고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하며 할 말을 하고 있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도 내가 건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결국 의총에선 ‘김기현 사퇴’보단 ‘김기현 체제 유지’가 더 힘을 얻었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이후의 대안이 누구인가라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친윤계와 비윤계 모두에 “비대위 체제가 불러올 혼선이 더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윤계 내부엔 “용산이 하향식 비대위원장을 내려 꽂을 경우 김 대표 보다 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계은퇴 배수진을 친 김 대표의 결기가 의원들 다수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尹 대통령 ‘소통·통합·국민’ 강조, 기대감 커져


윤석열 대통령도 연일 ‘소통·통합·국민’을 강조해 쇄신과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내 논 첫 입장은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일개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지만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13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변화’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궐선거 후 이틀 만에 처음 공개된 윤 대통령의 언급인 만큼 그 고민의 깊이를 방증했다. 이런 기류가 당시 선거 패배 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착수한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전달되면서 당직 개편 작업 등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16일에는 “국민 소통과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하라”고 참모진에게 주문했다. 당은 현장과 지역에서 유권자를 대하고 있어서 민심을 빨리 전달받는다. 윤 대통령이 당정 소통 강화를 언급한 건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는 향후 당정관계의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및 국민의힘 지도부 등 9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한 만찬자리에서는 “국민통합은 전문성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실제 어려움을 우리가 공감해야 한다”며 “(국민통합) 이것들이 얼마나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과 현장에서의 수용성에 대한 성찰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18일에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참모진과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민생’에 방점을 둔 국정 기조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은) 정치에서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은 왕’이라며 늘 새기고 받드는 지점이 있다”며 “평소 대통령의 이런 신념을 더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당정 관계의 변화를 윤 대통령이 공감한 대목이다. 18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김기현 2기’ 지도부와의 깜짝 오찬 회동을 가졌다. 전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만찬 일정까지 포함하면 이틀 연속 윤 대통령과 2기 지도부 간 만남이 이뤄진 셈이다. 오찬 참석자가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 등 기존 ‘투톱’에, 새로 임명된 이만희 사무총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까지 ‘당 4역’으로 한정됐다는 점이 주목됐다. ‘김기현 2기’ 지도부에 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은 민생 정책 관련 당의 주도권이 강조되는 회동 내용까지 이례적으로 자세히 공개됐다. 이날 당 지도부는 “당이 더 주도적으로 민생 관련 정책을 적극 챙기겠다”는 입장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또 비정기적으로 열리던 고위당정협의회를 주 1회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실도 이를 수용했다.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에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 지도부의 건의 사항을 수용하는 모습으로 김기현 2기 지도부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김 대표가 쇄신책으로 공언해온 수직적인 아닌 수평적 모습으로의 당정 관계 변화가 어느 정도 엿보였다는 평가다.

 

 

고위당정 협의 정례화·시즌2 혁신위, ‘원팀 민생’


김 대표는 고위당정 협의 정례화와 ‘시즌2 혁신위원회’라는 투 트랙으로 쇄신에 속도를 내 민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쇄신 방향과 관련해 “지역별, 계층별, 세대별로 확인된 다양한 민심을 여과 없이 대통령과 정부에 직접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가리키는 방향이 목표가 되고, 그게 정답이라는 생각으로 당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철저히 국민 중심, 민생 우선의 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원팀’으로 경제 현안과 민생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당이 민심 전달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 주요 민생정책에서 “당이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윤 대통령도 사실상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주 1회 고위 당정회의가 개최된다. 


김기현 체제 2기 혁신위원회 인선과 활동 내용 등도 쇄신 동력을 결정할 변수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10월 중순) 혁신위원회 출범을 예고했다. 17일, 18일 이틀 연속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김 대표는 이번 주 출범을 목표로, 혁신위원장 인선 작업에 몰두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는 유지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혁신위는 내년 총선에 대비한 당 쇄신 작업을 맡게 된다. 당 전·현직 의원들을 포함해 정·재계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위원장을 물색 중인데 정운찬 전 총리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출범할 혁신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당내 분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 지도부와의 역할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혁신 내용, 메시지를 지도부와 긴밀히 조율할 필요가 있어 김 대표와 위원장 간 신뢰관계가 중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김기현 표 당 쇄신 시동 “국민만 바라보겠다”


우여곡절 끝에 김기현 대표 체제 ‘2기 지도부’가 본격적인 당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여진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당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혁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총선 모드로 정부 3대 개혁 과제 완수와 당 혁신, 주요 현안 추진에 속도를 붙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김기현 대표는 16일 3대 혁신 방향으로 국정운영 비전과 목표를 철저히 서민친화형으로 강화, 민심 부합형 인물로 후보 경쟁력에서 우위 선점, 도덕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실천 과제로는 ▲당 혁신기구 출범 ▲총선준비기구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별도 구성 ▲건강한 당·정·대 관계 구축 ▲당내 소통 강화 ▲당직에 수도권 인물 전진 배치 등의 6대 과제를 내세웠다. 지도부 재편에 이은 신속한 당 쇄신안 추진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당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변화와 혁신을 위한 3대 혁신 방향과 6대 실천과제 이행에 중점을 두고 일하겠다”고 밝혔다. 유의동 신임 정책위의장도 “이번 보궐선거로 보내주신 민심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겠다”며 국민의 변화 요구에 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이날 대책 회의에서 “정책 수용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성찰하겠다”며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을 잘 헤아리겠다”고 ‘국민’과 ‘민심’을 특히 강조했다. 정부 3대 개혁 과제 추진 의지도 드러냈다. 유 정책위의장은 “연금, 노동, 교육의 3대 개혁과 규제 개혁은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며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우리 경제의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에 서민과 소상공인, 청년들과 취약계층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제2기 김 대표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대구·경북(TK)출신 사무총장을 내세운 지도부 재편이 ‘수도권 위기론’ 등의 현 사태를 타개할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 혁신위원회와 인재위원회 활동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여권에 ‘예방주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국정과제를 재점검하는 동시에 경제·민생에 더욱 무게를 둔 국정 기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예방주사를 세게 맞으면 좋은 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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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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