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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랑받고 싶었던 한 여자의 짓밟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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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평화주의자 한스와 신혼생활을 시작한 리네. 행복도 잠시, 곧 전쟁이 터지고 나치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스는 제일 먼저 징집돼 서부전선으로 끌려간다. 홀로 남은 리네는 옆집에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산고 끝에 딸 안나를 낳고 피난길에 오른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군인에게 강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리네는 남편이 돌아오면 좋아지리라는 희망 하나로 고된 삶을 견뎌낸다. 하지만 전쟁의 광기에 휘말려 달라져버린 남편은 전쟁만 끝나면 모든 것이 회복될 거라고 믿어온 그녀의 기대를 짓밟는다.

자기 고백적 시각, 냉철한 역사적 인식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영화계는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문화적 혼란을 겪으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1962년 젊은 감독 26인이 오버하우젠에 모여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선언하며 독일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누벨바그와 함께 뉴웨이브 운동의 세계화를 이끈 대표적인 영화 운동 뉴 저먼 시네마다. 전후 독일 사회의 정체성 문제와 현대화 과정에서의 물질만능주의, 비인간화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지만 그들에게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외상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기억이었다.

‘독일, 창백한 어머니’는 헬마 잔더스-브람스 감독 자신과 어머니의 경험에 근거, 전쟁의 참담한 기억을 대면하면서 뉴 저먼 시네마의 정점에 선 작품이다. 많은 감독들이 우회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던 아픔을 이 영화는 바로 감독 자신의 삶을 통해서 정면으로 이야기한다. ‘어머니’와 ‘여자’라는 이름으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주는 이 영화는 특히 6·25라는 근대사의 비극을 경험한 한국적 현실에서 남다른 울림을 준다.

강함과 위대함이라는 다소 남성적 시각 속에서 정체돼왔던 어머니상을 뛰어넘어 이 영화는 한 여자로서의 어머니에 주목한다. 감독은 직접 나레이션을 맡고, 자신의 딸을 리네의 딸 안나 역에 출연시켜 독백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전쟁 속에서 고통 받고, 전쟁보다 더 무서운 남성적 폭력 속에서 또 한번 죽어갔던 어머니의 모습은 전쟁 없는 땅에 사는 지금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안겨준다. 감독은 이미 이 영화를 “나의 어머니와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양한 상징과 알레고리로 풍부해지는 해석

감독은 이 영화가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기록영화와 실제 사운드 자료를 통해 구사한 ‘낯설게 하기’ 기법은 이 작품을 신파극에서 구제해 줌과 동시에, 역사적 충격을 고스란히 재현해 낸다. 리네가 온 몸으로 출산의 고통을 겪는 장면은 세상이 연합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과 교차 편집되고, 그녀가 길을 물을 때 기록영화 속의 꼬마가 답을 해주는 식이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운드 쪽에서도 같은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전쟁의 발발과 히틀러의 죽음, 종전을 알리는 뉴스는 실제 당시 라디오 뉴스에서 가져온 것이다.

풍부한 상징과 복선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첫 장면에서 낭송되는 시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품 ‘독일’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독일을 어머니로 의인화하면서 전쟁의 광기에 휘말린 조국의 비극을 말하는 브레히트의 시처럼 감독은 어머니의 수난을 통해 전후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제목 또한 바로 이 시에서 가져온 것이며 리네가 딸에게 들려주는 그림형제의 동화 ‘도둑신랑’과 함께 이 영화의 전체적인 알레고리를 제공한다.

착한 신랑이 알고 봤더니 인육을 먹는 도둑의 일당이었다는 동화 ‘도둑신랑’은 종전 후 리네가 깨닫게 되는 비극적인 결혼생활에 대한 알레고리를 전달하는 동시에 당시 독일사회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순박한 방앗간 집 딸을 데려다 결혼하고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도둑 신랑을 독일을 한순간에 파괴와 죽음의 나라로 만들어버렸던 히틀러에 대한 우의적인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가슴 아픈 결말을 암시하는 다양한 상징적인 표현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된다. 일례로 리네와 한스가 만나는 댄스파티에서 사람들은 모두 빠른 템포로 춤을 출 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음악은 느리고 암울하기만 하다. 화면과 사운드의 이러한 부조화는 가장 행복한 구애의 순간에 불안한 미래의 전조가 된다. 신혼생활 첫날 리네가 새 커튼을 만지다가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는 장면 역시 섬세하게 연출된 복선이다.


에바 마테스의 1인 3역

평범한 생활, 소박한 행복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불행한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쳐 살았던 비극적 운명의 여성 리네 역을 맡은 에바 마테스의 연기는 영화의 감동을 한 차원 높이 끌어낸다. 파스빈더 감독의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 쓴 눈물’과 ‘야수의 길’에서 탁월한 연기를 펼쳤던 그녀는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 ‘보이첵’으로 칸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뉴 저먼 시네마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기파 배우다. ‘독일 창백한 어머니’에서는 마비된 한쪽 얼굴로 사랑을 구하며 울부짖는 가슴 아픈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에바 마테스는 이 영화에서 리네의 남편 한스가 전쟁터에서 마주치는 적국의 여인들로 깜짝 출연하기도 한다. 한 번은 폴란드 농가의 촌부로, 한 번은 노르망디의 한 선술집에서 레지스탕스로. 한스는 두 번 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감독은 이 두 캐릭터를 아내 역과 동일한 배우 에바 마테스에게 맡겨 마음 여린 한스가 잔인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연출해냈다.

평화주의자에서 냉혹한 파시스트로 변해버린 남자 한스를 맡은 에른스트 야코비는 화해할 수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한 캐릭터의 두 성격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아내를 닮은 여자에게 총을 쏠 수 없어서 흐느껴 울던 그가 종전 후 집에 돌아와 지극히 냉정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할 때 관객들은 그의 달라진 모습에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에른스트 야코비가 전쟁의 광기가 평범하고 선량한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온 몸으로 절실하게 연기해낸 결과다.


바람둥이 거듭나기 나를 책임져, 알피

감독 : 찰스 샤이어
출연 : 주드 로. 수잔 서랜든


뉴욕에 사는 영국 출신 바람둥이 ‘알피’는 인생에서 책임지는 것 없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옮겨 다니면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어떤 여자든 책임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회피해버린다. 하지만 어느 날, 충동적으로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과 잠자리를 함께 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친구와 친구의 애인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만다. 그 일을 계기로 알피는 자신이 만났던 여자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겉모습만 화려한 자기 삶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돌아온 영웅 뉴 폴리스 스토리

감독 : 진목승
출연 : 성룡, 사정봉, 양채니, 오언조, 채탁연


복면괴한 5인조의 심야침입으로 ‘홍콩 아시아은행’은 아수라장이 되고, 관록의 강력계 반장 진국영을 비롯한 10인조 경찰팀은 갱단의 아지트로 일대 수색을 펼친다. 그러나, 그곳은 정교한 첨단 넷게임으로 장치됐고 진반장의 눈앞에서 동료 경찰 전원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된다. 1년 후, 동료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진반장 앞에 신참경찰이라며 나타난 정소봉. 그는 진반장에게 인터넷상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있는 ‘경찰 죽이기 게임’을 알려주며 이 게임의 배후에 5인조 갱이 있음을 지목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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