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2.5℃
  • 구름조금강릉 2.8℃
  • 구름조금서울 -2.2℃
  • 구름조금대전 1.1℃
  • 흐림대구 1.9℃
  • 흐림울산 3.3℃
  • 구름많음광주 2.2℃
  • 흐림부산 5.3℃
  • 흐림고창 1.2℃
  • 흐림제주 7.5℃
  • 구름조금강화 -2.2℃
  • 구름많음보은 0.1℃
  • 구름많음금산 0.3℃
  • 흐림강진군 2.8℃
  • 흐림경주시 2.3℃
  • 흐림거제 5.7℃
기상청 제공

사회

‘낙태’, 불법인가, 여성의 선택인가?

URL복사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 의사를 고발한 이후, 낙태 문제가 찬반논란이 되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사실 낙태는 인간의 생명존중과 결부되어 드러내고 허용을 말할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낙태 공화국’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쉽게 용인돼 오곤 했다. 하지만 최근 낙태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허용이냐, 여성의 선택이냐는 문제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단체, “낙태 결정은 여성의 선택”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0여개 여성·시민단체는 지난 5일 ‘여성의 임신·출산 및 몸에 대한 결정문 선언’ 행사를 열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임신, 출산, 낙태 등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 자신에게 있다”는 것.
프로라이프의사회의 낙태시술 병원 고발로 정부의 낙태 규제 움직임이 이는 데 대해, 여성단체들은 낙태를 결정하는 여성들의 절박함과 위급함을 외면하고 여성의 몸과 자율권을 통제하려는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의전화 란희 인권정책국장은 “현재 병원들의 낙태거부로 문의전화가 폭증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낙태가 보장된 성폭력 피해 여성들조차 낙태시술을 거부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 심해지면서 병원들이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해 낙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에비뉴여성의원 원장) 공보이사는 “강간을 당했다거나 임신부에게 병이 있다면서 낙태를 해 달라는 경우가 늘었지만 상당수가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낙태비용이 턱없이 비싸지고 원정낙태가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다함께 여성위원회 최미진 활동가는 “낙태고발 후 시술이 음성화되면서 비용이 10배 치솟고 해외원정 낙태에 나서는 여성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낙태 범죄화를 말하는 이들은 여성의 삶이 얼마나 잔인하게 망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에 따르면 그동안 산부인과 병원의 80~90%가 낙태 수술을 중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을 계속하는 일부 의료기관이 '위험비용'을 요구하면서 비용이 크게 올랐다. 미혼모 시설에 입소한 임신 5개월 여성의 경우도 종전에는 100만원 안팎의 비용만 부담하면 됐으나 600만원으로 올랐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최안나 대변인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초기 임신의 경우 수술비가 종전에는 30만~40만원 했으나 최근에는 70만~150만원으로 올랐다”며 “일부 낙태 수술을 계속하는 병원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낙태 이유, 원치 않는 임신 가장 커
현행 모자(母子)보건법은 임신부에게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전염성 질환이 있거나, 근친상간· 강간 등에 의한 임신, 산모 건강이 위험해지는 경우의 5가지 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단, 이 경우라도 임신 24주 이내여야 하고, 본인과 배우자가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합법적 이유보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개인적 여건에 따른 선택에 의한 낙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낙태에 대한 조사결과는 보건복지가족부와 고려대 의대가 2005년 실시한 ‘인공 임신중절 실태 조사’가 유일하다.
당시 조사에서는 연간 34만2,000건의 인공임신중절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태어나는 신생아는 44만명으로 태아 4명이 태어나는 사이 태아 3명은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생명을 잃는 셈이다.
낙태 시술 가운데 1만4,900여건(4.4%)만이 법적인 허용조건을 갖췄고 나머지 33만건은 불법시술인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은 기혼이 19만8,000건(58%), 미혼이 14만4,000건(42%)이었으며 이중 10대는 3.5%를 차지했다.
낙태의 이유로는 기혼여성은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가 70%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경제적인 어려움’ 17.5%, ‘임신 중 약물복용’ 12.6% 순이었고, 미혼여성은 ‘미혼, 또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93.7%를 차지했다.
최근 여성포털 ‘이지데이’가 여성 네티즌 2,14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7%가 “낙태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이 낙태를 선택한 이유로는 ‘미혼이나 미성년자라서’(17%), ‘경제적 어려움 때문’(10%), ‘가족 계획상’(8%), ‘근친상간 등 부적절한 관계로’(1%) 등을 들었다. 또한 최근 낙태 찬반 논란에 대해서도 무려 78%가 ‘낙태 금지하되, 부분적 허용’을 원했다.
찬반 논란 전, 사회적 이해 우선돼야
하지만 낙태 반대운동을 벌여온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 3일 불법 낙태 산부인과 병원 세곳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 낙태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낙태는 범죄”로 규정짓고, “이를 방치해온 정부에게 책임이 있으며, 정부 대책이 없으면 고소·고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 1일 보건복지 129콜센터에 불법낙태 신고센터를 개설해 관련 시술 산부인과 신고 병원 검찰 고발, 산부인과 분만수가 인상, 청소년 미혼모 사회적 지원 강화 등 반(反) 낙태 분위기를 조성을 위한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낙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와 관련, 불법 인공임신중절 광고를 내는 의료기관에 대해 1차 서면경고, 2차 3개월 회원자격 정지, 3차 제명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국내 불법낙태 가운데 90% 이상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발생하는 만큼 사회적 여건이 변하지 않는 한 낙태는 근절될 수 없다”며 “무면허 시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낙태를 단순히 불법이냐, 합법이냐, 생명존중이냐, 경시냐 하는 문제로 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활동가는 “낙태시설의 적법성이나 시술의 범죄 여부에만 매몰되면 생산적 논의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여성이 낙태를 하게 되는 맥락이나 사회적인 경험 등이 함께 얘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선 그간 불법낙태 행위를 무거운 죄로 판단하면서도 대부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등으로 가볍게 처벌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6~2009년 전국 법원에 불법낙태로 기소된 21명 중 벌금형을 받은 1명을 빼고는 모두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벌금형을 받은 사람도 의사가 아닌 산모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