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5 (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잃어버린 향수가 꿈틀대는 곳

URL복사
<%@LANGUAGE="JAVASCRIPT" CODEPAGE="949"%>


무제 문서





 






잃어버린 향수가 꿈틀대는 곳



그리운 인정, 사람냄새 그득한 충북 진천 5일장






울에서 2시간이 채 안걸리는 충북 진천군. 동으로는 괴산군, 서는
천안시, 남은 청원군, 북은 안성시와 접하고 있는 이 작은 고장에 오랜 기간 빛을 발하고 있는 귀한 ‘보물’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전래된
5일장의 명맥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진천장이 바로 그것. 시외터미널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백곡천 고수부지 주변과 진천시가지 동쪽공터에
개장되는 재래시장엔 장날마다 몇 백 명에 이르는 상인들이 좌판을 펼치고 억척스런 삶을 꾸려간다. 그리운 인정과 사람냄새 그득한 그곳, 넘실대는
아련한 추억 속 잃어버린 향수를 찾아 나섰다.

















장터의 역사, 뻥튀기 할아버지

“뻥이요” 외침에 꼬마들은 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고,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하이얀 연기가 하늘로 치솟으면 까만 기계 안에서 연기보다 더
하얀 튀밥들이 한 가득 쏟아지던 풍경…. 이제는 ‘뻥이요’ 대신 호루라기를 불고, 꼬마들대신 할머니가 손자에게 줄 튀밥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몇 십 년인지 횟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기계와 그와 평생을 함께 해왔을 할아버지는 여전히 변치 않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할머니들에겐 관심도 없는지 연신 기계만을 바라보다 그가 담배 한 대를 깊게 빨아 물었다.

담배 연기가 사라지는 어귀에 여든은 족히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직접 캤다는 냉이를 한 소쿠리 담아놓고 단돈 1,000원에 팔고 있다. 나이를
물어보니 “많어, 아주 많어. 안 죽을까 겁나”하며 수줍게 웃는다. 다른 질문도 했지만 귀가 잘 안들리는 할머니는 어린 아이처럼 그냥 웃기만
한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요, 싸요, 싸요, 싸∼”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황새기젓, 새우젓 등 젓갈류를 한 드럼 갖다놓고 파는 아주머니다.
아침 6시에 나왔는데 비가 와서인지 장사가 안됐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그이는 다시 힘을 내 목청껏 손님을 불러모았다. 그 소리에 옆에서 채소
팔던 아저씨가 “그러다 목 쉬겄네”하며 농담 섞인 걱정을 한다.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만물상

장터는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그야말로 만물상이다. 농축수산물은 기본이고, 요즘 유행하는 트레이닝복부터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키, 방한화, 쥐약, 좀약 등 온갖 물건들이 총망라됐다.

점심 무렵이 되자 파는 건 달라도 이제는 하도 봐 친분이 쌓인 장사치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했다. 반찬이라고 해봤자 총각김치, 물김치,
배추김치 등 순 풀이다. 간혹 김치찌개를 즉석에서 만들어 버너에 끓여 먹는 이도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돈도 못 벌었는데”하며 밥 먹을
생각은 않고 채소만 다듬는 이들이 많다. 손질을 해놔야 그나마 팔리기 때문이다.

그때 생선을 파는 가게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일명 ‘가물치 탈출 사건’. 어른 팔뚝만한 가물치가 다야를 뛰쳐나와 5미터는 족히 넘는
거리를 헤집으며 팔딱거리고 있었다. 재미난 구경거리인 듯 행인들은 물론 장사꾼들도 나와 “허허” 웃으며 가물치의 몸부림을 지켜봤다. 주인도
한참을 보더니 이내 소쿠리에 담아 원래 자리로 갖다놨다. 모여있던 구경꾼들은 그제서야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순대 안주와 소주 한잔에 나누는 정

날이 어스름해지자 종이컵 가득 따른 소주한잔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고받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나무상자를 식탁 삼아 쪼그려 앉아설랑은
정치권 돌아가는 이야기에서부터 옆집 김씨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순대집에서는 “김씨네 둘째 아들이 아직도 취직을 못했다고
하드만…”하며 한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건네자 “그러게 말이여. 요즘 너무 힘들어서리”하고 다른 할아버지가 걱정을 토로한다. 주인할매가 돼지간을
짤라 안주그릇에 얹으며 “이거 더 잡셔”하며 인심을 쓴다. 서로 힘든 판에 조금이라도 나누는 인정이 오고간다.

곰탕집 가마솥에는 뽀얀 연기가 무거운 뚜껑을 비집고 나와 저녁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한 아주머니가 하루해가 힘들었다는
듯 지친 몸을 이끌고 앉아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가마솥보다 더 무거운 삶의 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위로 힘겹게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졌다.



문의:진천군청 문화체육과 043-539-3724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양곡관리법·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농안법도 국회 본회의서 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前대통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199표, 반대 15표, 기권 22표로 가결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재추진한 이번 개정안의 수정안에서 여야는 사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한 수급 조절, 당해년도 생산 쌀에 대한 선제적 수급조절 및 수요공급 일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폭락 시 수급조절위원회가 매입 관련 심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안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찬성 205표, 반대 13표, 기권 19표가 나왔다. 농안법 개정안은 국내 수요보다 농수산물이 초과 생산되지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