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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잃어버린 향수가 꿈틀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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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향수가 꿈틀대는 곳



그리운 인정, 사람냄새 그득한 충북 진천 5일장






울에서 2시간이 채 안걸리는 충북 진천군. 동으로는 괴산군, 서는
천안시, 남은 청원군, 북은 안성시와 접하고 있는 이 작은 고장에 오랜 기간 빛을 발하고 있는 귀한 ‘보물’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전래된
5일장의 명맥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진천장이 바로 그것. 시외터미널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백곡천 고수부지 주변과 진천시가지 동쪽공터에
개장되는 재래시장엔 장날마다 몇 백 명에 이르는 상인들이 좌판을 펼치고 억척스런 삶을 꾸려간다. 그리운 인정과 사람냄새 그득한 그곳, 넘실대는
아련한 추억 속 잃어버린 향수를 찾아 나섰다.

















장터의 역사, 뻥튀기 할아버지

“뻥이요” 외침에 꼬마들은 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고,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하이얀 연기가 하늘로 치솟으면 까만 기계 안에서 연기보다 더
하얀 튀밥들이 한 가득 쏟아지던 풍경…. 이제는 ‘뻥이요’ 대신 호루라기를 불고, 꼬마들대신 할머니가 손자에게 줄 튀밥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몇 십 년인지 횟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기계와 그와 평생을 함께 해왔을 할아버지는 여전히 변치 않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할머니들에겐 관심도 없는지 연신 기계만을 바라보다 그가 담배 한 대를 깊게 빨아 물었다.

담배 연기가 사라지는 어귀에 여든은 족히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직접 캤다는 냉이를 한 소쿠리 담아놓고 단돈 1,000원에 팔고 있다. 나이를
물어보니 “많어, 아주 많어. 안 죽을까 겁나”하며 수줍게 웃는다. 다른 질문도 했지만 귀가 잘 안들리는 할머니는 어린 아이처럼 그냥 웃기만
한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요, 싸요, 싸요, 싸∼”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황새기젓, 새우젓 등 젓갈류를 한 드럼 갖다놓고 파는 아주머니다.
아침 6시에 나왔는데 비가 와서인지 장사가 안됐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그이는 다시 힘을 내 목청껏 손님을 불러모았다. 그 소리에 옆에서 채소
팔던 아저씨가 “그러다 목 쉬겄네”하며 농담 섞인 걱정을 한다.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만물상

장터는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그야말로 만물상이다. 농축수산물은 기본이고, 요즘 유행하는 트레이닝복부터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키, 방한화, 쥐약, 좀약 등 온갖 물건들이 총망라됐다.

점심 무렵이 되자 파는 건 달라도 이제는 하도 봐 친분이 쌓인 장사치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했다. 반찬이라고 해봤자 총각김치, 물김치,
배추김치 등 순 풀이다. 간혹 김치찌개를 즉석에서 만들어 버너에 끓여 먹는 이도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돈도 못 벌었는데”하며 밥 먹을
생각은 않고 채소만 다듬는 이들이 많다. 손질을 해놔야 그나마 팔리기 때문이다.

그때 생선을 파는 가게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일명 ‘가물치 탈출 사건’. 어른 팔뚝만한 가물치가 다야를 뛰쳐나와 5미터는 족히 넘는
거리를 헤집으며 팔딱거리고 있었다. 재미난 구경거리인 듯 행인들은 물론 장사꾼들도 나와 “허허” 웃으며 가물치의 몸부림을 지켜봤다. 주인도
한참을 보더니 이내 소쿠리에 담아 원래 자리로 갖다놨다. 모여있던 구경꾼들은 그제서야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순대 안주와 소주 한잔에 나누는 정

날이 어스름해지자 종이컵 가득 따른 소주한잔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고받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나무상자를 식탁 삼아 쪼그려 앉아설랑은
정치권 돌아가는 이야기에서부터 옆집 김씨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순대집에서는 “김씨네 둘째 아들이 아직도 취직을 못했다고
하드만…”하며 한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건네자 “그러게 말이여. 요즘 너무 힘들어서리”하고 다른 할아버지가 걱정을 토로한다. 주인할매가 돼지간을
짤라 안주그릇에 얹으며 “이거 더 잡셔”하며 인심을 쓴다. 서로 힘든 판에 조금이라도 나누는 인정이 오고간다.

곰탕집 가마솥에는 뽀얀 연기가 무거운 뚜껑을 비집고 나와 저녁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한 아주머니가 하루해가 힘들었다는
듯 지친 몸을 이끌고 앉아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가마솥보다 더 무거운 삶의 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위로 힘겹게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졌다.



문의:진천군청 문화체육과 043-539-3724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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