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6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사회

실천하는 사랑의 약손

URL복사

경기 악화와 정치 사회적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세상이 자꾸만 삭막해져만 간다고들 한탄이다. 하지만, 허허벌판인 현대인의 삶도 오로지 춥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웃을 걱정하는 따뜻한 손길과 체온을 교감하는 ‘정’은 아스팔트 속에서도 여전히 굳건한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10일 국제라이온스 협회 354-D지구 32지역 클럽 소속 회원들이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이번 봉사는 한방 의료봉사와 안과봉사, 그리고 안경봉사 세 파트로 나누어 총 36명이 참가했는데, 자비로 경비를 충당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산성클럽 김진돈 회장을 만나 현지 봉사 경험을 들어보았다.


새벽 5시부터 줄서는 환자들

김 회장은 “우즈베키스탄이 세계적인 빈곤국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쫓겨나 매서운 시베리아의 삭풍을 이겨내고 메마른 땅을 일구며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를 돕는다는 것 또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김 회장은 “현지인의 1인당 1년 GNP가 250달러 정도라고 하니 생활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거의 모두 양말에 구멍이 나 있고 입고 있는 옷도 직접 실로 떠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1960년대 같아 보였다”며, “생활이 힘들다보니 의료혜택이 거의 없었다. 초기에 미리 치료를 했더라면 좋아졌을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고 몸 관리를 못한 탓인지 관절질환, 심장병, 당뇨병, 동맥경화, 천식 등 만성 성인병 질환들이 특히 많았다”고 말했다.

의사를 한 번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사정이다 보니 환자들이 매일같이 북새통을 이뤘다. 진료는 9시30분부터인데 환자들이 새벽 5시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 김 회장의 표현을 빌리면 ‘시장통’을 연상케 했다고 한다. 질서를 담당하는 인원을 따로 배치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방문한 사람은 돌려보내지 않고 모두 진료를 해주었다.


백내장 수술 도중 전기 나가기도

의료시설이 낙후되다 보니 의료진들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안과봉사인 경우에는 백내장 수술을 하는데 전기가 나가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었고, 안경봉사도 마찬가지로 전기가 1시간 가량 나가서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방진료는 타슈켄트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인 ‘뜨니뜨리’라는 시골 보건소에서 진료를 했는데 전기가 나가서 촛불을 켜놓고 침을 놓기도 했다. 2번째 날에는 타슈켄트에서 1시간 반 거리인 ‘아갸뇩’이라는 시골 초등학교에서 진료를 했는데 이 곳 역시 전기가 나갔다.

밤늦게는 전등이 너무 어두워서 문제였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환자용 침대가 있어서 진료가 수월한데 여기에서는 환자를 바닥에 눕혀놓고 허리를 구부리고 침을 놓다보니 힘들었다. 하루에 수백명을 그런 식으로 진료하다보니 나중에는 허리가 부러지는 듯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병세가 호전된 환자가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목례를 하면서 감사하다는 의미인 ‘쓰바시바’를 연신 외치는 모습을 보면 허리 통증 따위는 싹 사라졌다. 왼쪽 어깨가 아프고 올라가지 않는다고 증상을 호소했던 한 할머니는 침 한번에 팔이 올라가자 고맙다고 안으면서 양 볼에 ‘뽀뽀 세레’를 퍼붇기도 했다. 어떤 환자는 집에 있는 석류를 주고 싶으니 집으로 가자며 손을 이끌었다. 봉사 중간에 조달한 의류 5박스를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호응이 무척 좋았다.


봉사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김 회장은 “가난하지만 그래도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며 더 많이 베풀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안과봉사는 시설이 지나치게 낙후된 곳으로 병원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예정했던 수 만큼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지 못했고, 안경봉사팀은 시설 준비 시간이 길다보니 질서 유지가 잘 안돼서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지 못했다. 전기가 수시로 나가지만 않았어도 더 좋은 진료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풍부한 혜택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라이온스 클럽은 국제봉사클럽으로 의료봉사 외에도 추석봉사, 연말봉사, 수해피해자봉사,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 또한 청암 양로원 한방무료진료, 마천성당 어버이날 한방무료진료, 매향리 주민 봉사 등 각종 의료봉사를 실천해왔다.

김 회장은 “의료봉사를 하다보면 정말로 힘들어서 후회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환자를 보면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간의 욕구가 5단계가 있다고 한다. 의식주, 권력, 명예, 자아실현, 그리고 마지막이 봉사의 욕구라 한다. 모두가 힘들지만 봉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힘이 닿는 한 소외지역이나 해외의료봉사 활동을 다닐 것이다”며 의료봉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불필요한 규제 축소·없애되 필요한 규제는 확대 강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대한민국엔 에너지만 엄청 들어가고 효과는 별로 없는 불필요한 처벌 조항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서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열고 "대대적으로 이번에 바꿔볼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거나 축소하고, 필요한 규제는 확대 강화하자"라며 "복잡한 이해관계 속 입장 차이 때문에 거미줄처럼 규제들이 얽혀있는데 이런 거미줄 규제를 과감하게 확 걷어내자는 것이 이번 정부의 목표"라고 했다. 이어 "규제들을 빠르게 바꿔나가려면 사실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라며 "현장의 의견을 과감히 듣고 필요하다면 법제화를 포함해서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중대재해 처벌 실효성을 지적하며 "기업들이 산업재해 사고를 엄청나게 낸다. 보통 사고나면 처벌하고 수사, 재판, 배상을 하는데 몇 년씩 걸리고 실무자들은 잠깐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돼 석방되고 벌금내는 것 말고 별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느니 최근 미국이나 선진국이 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과징금을 때리고 마는 것(이 낫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김용진 해양경찰청장 고(故) 이재석 경사 순직 관련 사의 표명
(사진=뉴시스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갯벌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이재석 경사의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외부 독립기관을 통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자 취임 7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15일 오후 늦게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순직한 해경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님의 말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사건의 진실 규명과 새로운 해양경찰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사의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보도와 은폐 의혹 증언이 있다"며 "해경이 아닌 외부 독립기관을 통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은 동료들로부터 '윗선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점을 짚었고, 유가족과 동료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경사는 11일 새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꽃섬 인근 갯벌에서 구조 활동 중 숨졌다. 그는 밀물에 고립된 중국 국적 70대 남성이 발을 다쳐 움직이지 못하자 자신의 부력조끼를 벗어 건네고 함께 이동하던 중 실종됐으며, 실종 6시간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

문화

더보기
건축의 본질과 인간의 존중에 대해... ‘건축, 인간과 함께 숨 쉬다’ 출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현재 만연하는 건축 현실의 문제점을 되짚고, 인간을 위한 건축 실현을 전망하는 책이 출간됐다. 북랩은 존엄한 인간의 삶을 구축하는 건축의 올바른 목적을 역설하는 ‘건축, 인간과 함께 숨 쉬다’를 펴냈다. 부실 시공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건축은 우리 사회의 안전과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건축, 인간과 함께 숨 쉬다’는 이러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건축의 목적과 본질에 대해 다시 묻는다. 저자는 ‘건축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책은 생명과 건축의 관계, 공공성과 책임, 건축가의 태도와 사회적 사명을 두루 짚는다. 건축을 단순한 기술이나 디자인이 아닌 생명을 담아내는 행위로 바라본다.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이천 물류센터 화재 등 반복된 참사 사례들을 돌아보며, 이윤 중심의 건설 문화를 넘어 ‘생명 안전 사회’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건축을 ‘삶의 흔적이자 인간의 희망’으로 정의하며, 인간 존중 없는 건축은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건축, 인간과 함께 숨 쉬다’는 건축을 통해 사회 정의와 공동선을 회복하고, 더 나은 삶의 터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