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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실천하는 사랑의 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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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악화와 정치 사회적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세상이 자꾸만 삭막해져만 간다고들 한탄이다. 하지만, 허허벌판인 현대인의 삶도 오로지 춥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웃을 걱정하는 따뜻한 손길과 체온을 교감하는 ‘정’은 아스팔트 속에서도 여전히 굳건한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10일 국제라이온스 협회 354-D지구 32지역 클럽 소속 회원들이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이번 봉사는 한방 의료봉사와 안과봉사, 그리고 안경봉사 세 파트로 나누어 총 36명이 참가했는데, 자비로 경비를 충당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산성클럽 김진돈 회장을 만나 현지 봉사 경험을 들어보았다.


새벽 5시부터 줄서는 환자들

김 회장은 “우즈베키스탄이 세계적인 빈곤국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쫓겨나 매서운 시베리아의 삭풍을 이겨내고 메마른 땅을 일구며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를 돕는다는 것 또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김 회장은 “현지인의 1인당 1년 GNP가 250달러 정도라고 하니 생활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거의 모두 양말에 구멍이 나 있고 입고 있는 옷도 직접 실로 떠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1960년대 같아 보였다”며, “생활이 힘들다보니 의료혜택이 거의 없었다. 초기에 미리 치료를 했더라면 좋아졌을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고 몸 관리를 못한 탓인지 관절질환, 심장병, 당뇨병, 동맥경화, 천식 등 만성 성인병 질환들이 특히 많았다”고 말했다.

의사를 한 번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사정이다 보니 환자들이 매일같이 북새통을 이뤘다. 진료는 9시30분부터인데 환자들이 새벽 5시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 김 회장의 표현을 빌리면 ‘시장통’을 연상케 했다고 한다. 질서를 담당하는 인원을 따로 배치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방문한 사람은 돌려보내지 않고 모두 진료를 해주었다.


백내장 수술 도중 전기 나가기도

의료시설이 낙후되다 보니 의료진들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안과봉사인 경우에는 백내장 수술을 하는데 전기가 나가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었고, 안경봉사도 마찬가지로 전기가 1시간 가량 나가서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방진료는 타슈켄트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인 ‘뜨니뜨리’라는 시골 보건소에서 진료를 했는데 전기가 나가서 촛불을 켜놓고 침을 놓기도 했다. 2번째 날에는 타슈켄트에서 1시간 반 거리인 ‘아갸뇩’이라는 시골 초등학교에서 진료를 했는데 이 곳 역시 전기가 나갔다.

밤늦게는 전등이 너무 어두워서 문제였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환자용 침대가 있어서 진료가 수월한데 여기에서는 환자를 바닥에 눕혀놓고 허리를 구부리고 침을 놓다보니 힘들었다. 하루에 수백명을 그런 식으로 진료하다보니 나중에는 허리가 부러지는 듯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병세가 호전된 환자가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목례를 하면서 감사하다는 의미인 ‘쓰바시바’를 연신 외치는 모습을 보면 허리 통증 따위는 싹 사라졌다. 왼쪽 어깨가 아프고 올라가지 않는다고 증상을 호소했던 한 할머니는 침 한번에 팔이 올라가자 고맙다고 안으면서 양 볼에 ‘뽀뽀 세레’를 퍼붇기도 했다. 어떤 환자는 집에 있는 석류를 주고 싶으니 집으로 가자며 손을 이끌었다. 봉사 중간에 조달한 의류 5박스를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호응이 무척 좋았다.


봉사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김 회장은 “가난하지만 그래도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며 더 많이 베풀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안과봉사는 시설이 지나치게 낙후된 곳으로 병원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예정했던 수 만큼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지 못했고, 안경봉사팀은 시설 준비 시간이 길다보니 질서 유지가 잘 안돼서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지 못했다. 전기가 수시로 나가지만 않았어도 더 좋은 진료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풍부한 혜택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라이온스 클럽은 국제봉사클럽으로 의료봉사 외에도 추석봉사, 연말봉사, 수해피해자봉사,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 또한 청암 양로원 한방무료진료, 마천성당 어버이날 한방무료진료, 매향리 주민 봉사 등 각종 의료봉사를 실천해왔다.

김 회장은 “의료봉사를 하다보면 정말로 힘들어서 후회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환자를 보면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간의 욕구가 5단계가 있다고 한다. 의식주, 권력, 명예, 자아실현, 그리고 마지막이 봉사의 욕구라 한다. 모두가 힘들지만 봉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힘이 닿는 한 소외지역이나 해외의료봉사 활동을 다닐 것이다”며 의료봉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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