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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을을 적시는 쿨~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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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유모차에 탄 그녀가 내게로 왔다 츠네오는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최근 그곳의 가장 큰 화제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 안에는 큰돈이나 마약이 들어있을 거라고 수근대는 손님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츠네오는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치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것이 츠네오와 조제의 첫만남이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손녀 조제를 유모차로 산책시키고 있었던 것. 그녀의 이름 조제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츠네오는 음식솜씨가 좋고 방 안 구석에서 주워온 책들을 읽는 것이 유일한 행복인 조제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예쁜 여자친구도 있지만 웬일인지 자꾸 이 별나고 특별해 보이는 조제에게 끌리는 츠네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가까워지며 사랑을 시작한다.


부천영화제 입소문으로 관객 모으다

일본에서 날아온 또 한 편의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 길고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영화의 제목에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과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동물들이 모두 들어있다. 호랑이는 조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겠다던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던 동물이고 물고기들은 조제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자신 자신을 투영해낸 존재로, 각각 조제에게 다가온 사랑과 조제가 처한 현실을 상징한다. 제목의 특별한 의미처럼 영화 역시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의 러브 스토리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단관 개봉으로 시작해 한 극장에서만 1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흥행작인 동시에,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베스트 일본영화 중 4위를 차지한 화제작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열렸던 부천영화제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던 작품이다. 영화의 키 포인트는 잔잔한 일상과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디테일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연출력과 두 배우의 연기력.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와 다리가 불편한 소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의 귀엽고도 애달픈 연애 이야기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절제된 연출과 캐릭터들의 구체화로 극복해냈다.


일본 대표 여성작가의 소설을 영화화

영화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타나베 세이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타나베 세이코는 전후 일본의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러브 스토리는 그녀가 즐겨 다루던 장르. 소녀취향적이면서도 경쾌하고 감성적인 표현은 일본의 연애소설 전문 여성작가들의 공통점인데, 타나베 세이코 소설 또한 이 같은 특유의 정서가 잘 녹아있다.

2000년 11월, 쿠보타 오사무 프로듀서는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의 소개로 타나베 세이코의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읽었다. 그는 소설 속에 담긴, 희망과 절망 그리고 행복과 죽음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진실에 주목하게 됐고 가능한 한 빨리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이누도 잇신 감독이 쿠보타 프로듀서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영화들은 아름다움, 기이함, 어리석음 그리고 비극 등 세상의 모순들에 대해 잔인할 만큼 냉정하고 조금도 감상적이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는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는 그런 절제가 분명히 필요하리라 여겨졌다. 그리고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웹사이트에서 쿠보타 프로듀서가 직접 발탁했던 시나리오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의 캐스팅 또한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드디어 완성된 각본, 그런데 그대로 찍으려면 처음 생각했던 소규모의 제작비로는 부족했다. 쿠보타 프로듀서는 히트작 ‘핑퐁’의 제작을 맡았던 제작사 아스믹 에이스의 오가와 신지 프로듀서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어버린 오가와 프로듀서는 결국 제작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16mm로 찍었어야 할 영화는 완전히 새로 지은 ‘조제의 집’ 세트에서 35mm로 촬영되었다.


사랑이 어떻게 한 소녀를 변화시키나

영화 또한 소설의 쿨하고 감성적인 색깔을 그대로 가져왔다. 20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단편인 원작 소설이 조제와 츠네오가 서로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이 시들어가는 과정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영화는 두 사람이 만나고 사랑하고 또 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담고 있다는 것이 원작과의 차이. 신인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1년 가까이 각색한 시나리오는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난 것이다.

전형적인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약점을 간직한 불완전한 존재인 츠네오과 조제. 이들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이기적이고 비겁한 보통의 인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이다. 일본 아이돌 스타가 되는 관문인 미소년, 미소녀를 뽑는 오디션 출신인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 두 배우는 미모를 앞세운 10대의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CF와 TV 그리고 영화를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이 두 배우의 성장의 기폭제가 되어준 작품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러브 스토리인 동시에, 사랑이 어떻게 한 소녀를 변화시켜나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판타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환상은 곧 깨져버리고 현실이 어떤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현실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을 발견하지만, 그녀가 절망을 느낄 때 그녀의 약함 뿐 아니라 그녀의 힘과 용기 또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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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무게는 얼마인가? · 21그램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숀 펜, 베네치오 델 토로, 나오미 왓츠


대학교수인 폴 리버스(숀 펜)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심장 이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그는 아내 메리(샬롯 겐스부르)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조심스런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그 와중에 아내는 인공수정을 통해서라도 아기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러던 그에게 심장이식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고, 그는 또 다른 삶을 부여 받는다.


■ 9년만의 해후 · 비포 선셋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비엔나를 거쳐 파리로 향해 달리는 유럽횡단 기차 안에서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렸던 미국 청년 제시(에단 호크)와 파리의 여인 셀린느(줄리 델피). 그들의 감정이 정말 사랑이라고 느낀다면 6개월 후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진 그들이 9년 만에 다시 만났다.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 제시는 출판 홍보 여행 중, 파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셀린느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의 마음속에 9년 전 못지않은 깊은 교감이 살아 있음을 발견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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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2026년도 예산안 심의에 “안보·관세 협상이 미국 퍼주기 되지 않도록 국회가 검증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회의 ‘2026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된 가운데 진보당이 미국과의 안보·관세 협상으로 ‘미국 퍼주기’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철저히 막을 것임을 밝혔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해 “안보·관세 협상이 ‘미국 퍼주기 예산’이 되지 않도록 국회가 검증하겠다”며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국방비 인상과 무기 도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무리한 국방비 인상은 민생경제와 서민복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국방비 증가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자주국방’일 수 없다”며 “그 시작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종덕 의원은 “현재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2조원이 넘는다. 신규 예산 편성은 필요 없다. 동북아시아 긴장을 높이는 F-35A 추가 도입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한 재정지출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회에서 제대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적폐 예산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매년 반복되는 이북5도지사 예산, 되살아난 검찰 특수활동비, 극우와 내란옹호단체로 전락한 관변단체 보조금 예산도 철저히 검증하고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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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저소득 국가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대책은 LG전자와 함께 올 3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제3세계 주민들을 위한 지원활동의 일환인 ‘LG앰배서더 챌린지’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해외 취약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지난 2018년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9개국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베트남이 새롭게 지원국가로 선정됨에 따라 기존의 방글라데시, 페루, 케냐, 필리핀 등과 함께 총 5개국에 13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기아대책의 ‘LG앰배서더 챌린지’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자립심 향상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지역 공동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아대책은 올해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양봉사업을 진행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로 하여금 단기간 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기에 3핵타르 부지에 나무를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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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