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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과없는’ 대입제도 개선안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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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토론자 선정과 토론 내용, 교육부 입맛에 맞춘 형식적 행사라는 비난


8월26일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가 발표한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은 수능비중은 낮아지고, 내신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론수렴을 위한 첫 공청회가 지난 7일 서울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시작전부터 고성이 오가고, 토론은 3시간 만에 형식적인 논의만을 거친 뒤 끝나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우선 지정토론자 선정이나 토론 내용도 형식적이고 상투적으로 진행됐다. 토론자 성격을 보면 이미 입장이 알려진 인사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입제도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인 대입제도개선특위위원(이재강)이 토론자에 포함됐고, 한국교육개발원 소속 연구원(양승실)도 포함돼 있는 반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공청회 전날 토론자에서 제외돼 교육부가 입맛에 맞는 토론자를 선정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정토론자에는 이외에도 강익수 서울 현대고 교사와 경희대 이기태 입학처장,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장, 강태중 교육과시민사회, 전교조 이철호 참교육연구소 부소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홍생표 교육정책연구실장, 김형배 한겨레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또 공청회 시작 전부터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일부 단체들이 ‘대학서열화 완화없는 입시개혁 기만이다’, ‘졸속강행 중단하고 범국민적 논의기구 구성하라’ 는 플랫카드를 들고 공청회 안팎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개선안의 큰 틀에서는 공감하면서도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 등 각론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고교등급제 공론화… 대체로 반대

이날 공청회에서는 역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고교 등급제’에 대한 토론이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고교등급제는 대학들이 학생을 뽑을때 고교별 실력 차이를 인정하고 고교를 등급을 나눠 이에 따라 별도의 점수를 주는 제도로, 고교와 대학간에 비공식적으로 진행돼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특히 최근 모 유명대학에서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강익수 서울 현대고 교사는 “고교등급제는 대학이 과거 점수 위주로 선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교육부는 입학사정자료를 백서로 만들어 공개토록 하고, 선발 과정에서 정기 감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장은 “일부 대학에서 암묵적인 고교등급제 실시가 되고 있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것도 모르고 비싼 돈 들여 입학원서를 사고 면접을 보는 등 순진하게 들러리만 선 것”이라면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면 잠재력이나 가능성이 아닌 환경이나 조건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고, 농어촌과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에 대한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경희대 이기태 입학관리처장은 “고교간 학력 격차를 해소, 차등을 두지 않고는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밝혀, 대학들이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수능 9등급제, 평가는 좋지만 보완돼야

수능등급제와 관해서는 극심한 점수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등급의 폭이나 고교 학력저하 우려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박경양 회장은 “수능 9등급제는 예민한 변별력이 있다”며 “고교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서 5등급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생표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실장은 “9등급제의 전환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나 학업성취도 평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능등급제 도입으로 내신 반영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교육부의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박경양 회장은 “수능등급이 총점이 아닌 과목별 등급이며, 또 모든 대학이 한 과목으로만 전형을 하지 않는 한 상위 1등급이 변별력이 없어진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내신평가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교사에게 학생부가 권한을 부여하고 평가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익수 현대고 교사도 “지금처럼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학생부 기록의 상세화는 형식적으로 흐르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식적’ 공청회, ‘허무함’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수능변별력이 약화되고 내신성적을 믿지 못하게 되면, 일부 대학처럼 고교등급제가 실시되거나 본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이철호 부소장은 “대학 서열구조를 유지한 채 내신과 수능을 등급제로 할 경우, 대학들은 변별력을 이유로 대학별고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치열한 대입 경쟁인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교는 선발기능을 장악한 대학의 전형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국교총 홍생표 교육정책실장은 “이번 제도변경을 본고사 부활로 몰아가선 안된다”며 “수능 선택과목수가 51개나 되는 등 선택형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고 과목별 점수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과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학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경희대 이기태 입학관리처장은 “교육부의 이번 대입제도개선안은 2002년 입시제도 개선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4%에 드는 학생과 4.1%에 드는 학생간 차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정토론이 끝나고 교육부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시안에 대한 공청회 의견을 종합해 정책 결정 절차를 밟아 문제가 있거나 부족한 부분은 수정, 보완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정리하자, 참석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져 공청회는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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